국제
2019년 03월 27일 17시 41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3월 27일 17시 44분 KST

EU는 미국과 다른 길을 간다. 화웨이 5G 통신장비 금지는 없다.

EU는 화웨이 장비를 '금지'하는 대신, 위험을 '관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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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5G의 사이버안보 위험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공유해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게 권고했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생산한 통신장비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조치다.

EC의 권고안은 기존 규정을 강화해 활용하는 동시에 EU 차원의 협력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국 기업에 의해 초래될 수 있는 안보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EU 차원에서 화웨이나 중국 업체들의 장비를 금지하지는 않기로 했다. 금지 여부는 회원국들이 스스로 결정해 시행하도록 했다. 화웨이 장비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26일(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드루스 안시프 EC 디지털 담당 부위원장은 EU 집행부가 ”일부 업체들에 관한 특정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모두가 알다시피 중국과 화웨이에 대해 하는 얘기”라며 2017년에 제정된 중국의 국가정보법은 ”정보기관에 협조”해야 할 의무를 제조사들에게 강제한다고 설명했다.

안시프 부위원장은 ”우리는 이것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한 번도 특정 공급업체에 대한 금지를 (회원국들에게) 요청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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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한 화웨이 스토어. 2018년 12월17일.

 

EC가 이날 발표한 권고안에 따르면, 우선 EU 회원국들은 올해 6월 말까지 각자 5G 네트워크 관련 리스크 진단을 마무리해야 한다. 기존 규제를 강화하고 ”제3국 출신을 포함한 부품 공급업체나 운영사”들과 연계된 위험 요소들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 때 회원국들은 자국의 기준이나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는 업체의 자국 시장 진입을 국가안보 상의 이유로 금지할 권리를 갖는다. 거꾸로 말하면, ‘각자 알아서 판단하라’는 얘기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EU는 각 회원국들이 진행한 리스크 진단 결과를 EC 및 유럽사이버보안기구(ENISA)의 지원 하에 서로 공유하도록 권고했다. 이를 바탕으로 10월1일까지는 EU 차원의 공동 리스크 진단을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회원국들의 관련 기관들은 이같은 공동 작업을 통해 5G 관련 장비의 보안성을 검토 및 공유하고, EU 차원의 공통 가이드라인을 만들게 된다. 또한 회원국들은 정부 기관들이 5G 네트워크 관련 장비를 도입할 때 적용할 보안 규정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EC는 이같은 과정을 거쳐 올해 말까지는 5G 관련 사이버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EU 차원의 방침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또 EU 차원의 추가 조치가 필요한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회원국들은 2020년 10월까지 이같은 권고안의 영향을 진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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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독일 연방통신청(BNA)이 실시한 5G 주파수 경매 2차 라운드 결과가 스크린에 표시되고 있다. 독일, 마인츠. 2019년 3월19일.

 

현재 세계 주요 국가들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 네트워크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본격적으로 5G 상용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관련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EU 회원국들 중 오스트리아, 벨기에, 체코,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아일랜드, 네덜란드, 리투아니아, 포르투갈 등은 올해 안으로 5G 주파수 경매를 통해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6개 회원국은 내년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을 금지하라고 유럽을 비롯해 주요 동맹국들을 압박해왔다.

그러나 상당수 국가들은 ‘중국산 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쓰일 수 있다‘는 미국의 설명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문제를 중국과의 ‘무역전쟁’의 협상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C의 발표에 앞서 한 EU 외교 관계자는 화웨이를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는 유럽의 시각을 이렇게 요약했다. ”화웨이 기술은 좋고 저렴하다. 유일한 문제는 이게 중국산이라는 것이다.”

그는 ”(EU의) 대응은 우리가 어떻게든 보안상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지 한 번 보자는 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처럼 ‘금지‘하는 게 아니라 일단 ‘관리’해보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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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6일 동안 유럽을 순방하면서 방문국들로부터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시 주석은 순방을 마무리하면서 프랑스에서 EU 주요 지도자들과 공동 포럼을 가졌다. (왼쪽부터)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시 주석,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스, 파리. 2019년 3월26일.

 

한편 공교롭게도 이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간의 유럽 순방을 마친 날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가 중국을 상대로 단합된 모습을 보이려 했으나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길 원하는 국가들 때문에 EU 내부의 차이가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26일 파리에서 시 주석은 향후 경제적 관계를 놓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회담을 가졌다. 마크롱은 엘리제 대통령궁에서 시 주석과 회담을 마친 뒤 유럽과 중국 시장에 대한 상호 접근과 공정한 경쟁의 장을 보장할 균형잡힌 경제적 관계를 구축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마크롱이 말했다. ”우리는 물론 우리의 큰 파트너들이 EU의 통일성과 EU의 가치를 존중해주리라 기대한다.”

″양국은 상호 혜택과 호혜의 정신에 따른 시장 접근과 투자 보호를 포함하는 EU와 중국의 야심찬 글로벌 투자 합의의 신속한 결론을 지지한다.” 프랑스와 중국 지도자가 공동성명에서 한 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 3월26일)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