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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200% : 태국 총선이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태국 야당들은 일제히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 허완
  • 입력 2019.03.27 14:49
2014년 쿠데타 이후 태국 총리에 오른 쁘라윳 짠오차 장군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쿠데타 이후 처음 실시된 총선에서 친군부 팔랑쁘라차랏당(PPRP)은 예상을 깨고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예비 개표 결과 집계됐다. 태국, 방콕. 2019년 3월26일.
2014년 쿠데타 이후 태국 총리에 오른 쁘라윳 짠오차 장군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쿠데타 이후 처음 실시된 총선에서 친군부 팔랑쁘라차랏당(PPRP)은 예상을 깨고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예비 개표 결과 집계됐다. 태국, 방콕. 2019년 3월26일. ⓒJes Aznar via Getty Images

24일 치른 타이 총선에서 군부 정당의 집권 연장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반군부 세력의 구심점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 야당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장기적인 정국 혼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는 25일 ‘타이 선거는 조작됐다’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집권 군부가 권력을 연장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번 총선을 조작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벌였다는 것은 믿기조차 힘들다”며 군부가 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2006년 쿠데타로 실각한 뒤 국외를 떠돌고 있는 탁신 전 총리는 일부 언론 보도와 트위터, 블로그 등에서 논란이 된 개표 오류 상황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군부 지도자들은 연정에 민주주의 정당이 참여하건말건 권력을 유지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고 적었다.

그가 언급한 개표 상황을 보면, 많은 지역 개표소에서 집계된 표 수가 해당 지역 유권자 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투표율이 200%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의심스러울 만치’ 많은 표가 무효 처리되는가 하면, 친군부 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 표는 제대로 표기되지 않은 경우에도 유효표로 인정됐다. 선관위가 발표한 일부 지역구 선거 결과는 각 투표소 개표 결과와 일치하지 않았다. 

태국 군인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태국, 방콕. 2019년 3월24일.
태국 군인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태국, 방콕. 2019년 3월24일. ⓒSOPA Images via Getty Images

 

탁신 전 총리가 언급한 것 외에도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개표 도중 정당간 득표 차가 몇분 만에 100만표차로 벌어지는 일도 있었다. 방콕 한 개표소에서는 갑작스런 정전 탓에 개표 요원들이 휴대전화 불빛에 비추어 개표를 진행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 밤 개표 결과 발표를 중단한 뒤 25일 오후 늦게야 전체 지역구의 94% 개표 결과를 발표했지만, 최종 투표 결과는 오는 29일 발표할 예정이다. 다수당에 불리하도록 고안된 복잡한 배분 방식을 거쳐 확정되는 비례대표 의석 수는 5월9일 최종 발표된다.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푸어타이당은 25일 “선거에 앞서 경고했던 매표, 권력남용, 개표사기 등 행위가 모두 나타났다. 법적 경로를 통해 반격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번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켜 제3당이 유력시되는 신생 퓨처포워드당도 “득표 수를 합쳤는데 맞지 않으니 선거 결과를 의심하게 된다. 선관위는 이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관위에 대한 불신 속에 지난주부터 온라인에서 진행중인 ‘선관위 탄핵’ 청원에는 25일 하루에만 30만명 이상이 참여해 전체 51만명을 넘어섰다.

선관위 쪽은 개표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투표 결과에 대한 야당의 불신은 장기적으로 정국 불안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집권 군부는 이미 개헌을 통해 총리 배출이 유리해진 상태인데다, 총선에서 제3당에 머물 것이란 세간의 관측을 깨고 정당투표 1위를 차지하면서 비교적 여유로운 집권 연장이 예상된다. 반면, 폭넓은 연정 없이는 집권이 난망할 것으로 보이는 푸어타이당은 최다 지역구 당선의 의석 수를 기반으로 ‘거부권 정족수 확보’에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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