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학수 "다스 소송비 대납" 증언에 이명박이 욕을 했다

검사의 지적에 따르면 욕을 여러번 했다.

ⓒ뉴스1

“미친×”.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재판정에서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이명박(78) 전 대통령이 욕설을 내뱉었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학수(73)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증언을 듣던 중이었다. 이 전 부회장이 ‘대통령이 이학수한테 돈 받아오라 했다고 시켰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던 때였다. 법대에 앉은 재판부(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욕설을 듣지 못했지만, 이 전 대통령과 마주 앉은 검사들은 욕설을 들었다. 증인이 위축될 것을 우려한 검사가 재판부에 이를 알렸다.

“증인이 얘기할 때 ‘미친×’이라고 말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 (법정 내) 녹음이 되고 있으니 따져볼 수 있다.”

이에 재판장은 “어떤 말씀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못 들었는데 재판부 입장에선 (피고인을) 퇴정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상기하라”고 주의를 줬고, 이 전 대통령은 “알겠다. 제가 증인을 안 보려고 하고 있다”고 답했다.

ⓒ뉴스1

항소심 재판 도중 보석으로 풀려난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자신감’이 한껏 오른 상태였다. 지난 20일 자신의 재산관리인 격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1심 때와 달리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1심 형량(징역 15년)의 대부분을 떠받치는 다스 소송비 대납 뇌물수수 혐의의 핵심 증인인 이학수 전 부회장이 “삼성이 청와대 뜻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을 위해 다스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취지로 증언하자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 쪽 변호인과 검사의 신문에 “다스의 미국 소송을 맡은 로펌 ‘에이킨 검프’의 김석한 변호사가 2007년 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일 때 찾아왔다. ‘미국에서 맡은 법률 조력 업무에 비용이 들어가니 삼성에서 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통령 후보 쪽 요청이라 이건희 회장께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는 2009년 김 변호사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만나고 왔다. 대통령이 고마워하고 있으며, 계속 지원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도 증언했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해 검찰 수사 조사에서도 ‘이 전 대통령 재임 때 청와대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한 뒤 68억여원의 소송비를 지급했다. 이 회장 사면복권을 기대했다’는 진술과 함께 ‘자수서’를 제출한 바 있고, 이는 1심 유죄 판결의 핵심적인 근거가 됐다.

1월 공판 때 출석하지 않았다가 강제구인까지 거론되자 이날 출석한 이 전 부회장은 “(증언하는 동안) 이 전 대통령과 마주하지 않도록 ‘가림막’이 필요하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괜찮다”며 증언을 시작했다. 전직 대통령이 재판장에서 욕설까지 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이명박 #다스 #이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