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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트럼프 정부가 '오바마케어'를 전부 폐지하려고 한다

트럼프 정부는 '일부 조항만 없애면 된다'는 입장을 뒤집었다.

  • 허완
  • 입력 2019.03.27 14:12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회동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2019년 3월26일.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회동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2019년 3월26일. ⓒBRENDAN SMIALOWSKI via Getty Images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이제 ‘오바마케어(Affordable Care Act)’ 소송에서 보다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고 나섰다. 관련 법률의 한 부분만을 폐지해 달라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이제 이 법률 전체를 폐지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25일 법무부는 오바마케어가 전면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했다. 지난 12월 텍사스주 포트워스 연방지방법원은 공화당 소속 주지사와 주 법무장관들이 연방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오바마케어 전체가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만약 트럼프 정부의 뜻대로 오바마케어가 완전히 폐지되면 기존 질병이 있는 가입자들에 대한 보호나 저소득·중산층 보험 가입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 빈곤층을 위한 확대 메디케이드(빈곤층에 대해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의료비 전액을 지원하는 제도)는 모두 사라지게 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건강보험을 잃게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건강보험법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온갖 조항들이 있다.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로 지급되는 병원비에서부터 음식점 메뉴판에 칼로리 수치를 표기하도록 하는 것까지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주간 정책 오찬을 위해 의회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2019년 3월26일.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주간 정책 오찬을 위해 의회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2019년 3월26일. ⓒSAUL LOEB via Getty Images

 

미시간대 법학 교수이자 건강보험법 전문가인 니콜라스 베이글리는 트럼프 정부의 움직임에 신속하게 반응하며 ‘The Incidental Economist’에 이렇게 적었다. “ACA 전체를 파괴해도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사정없이 파괴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은 제 정신이 아니다.” 그는 ”이 법은 건강보험 시스템이라는 수도관의 일부분”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기존 질병이 있는 환자들에 대한 보호”가 자신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선언한 게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다. 그는 2016년 대선 때부터 같은 약속을 반복해왔다. 그러면서도 이건 그가 반복적으로 깨버린 약속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2017년 내내 오바마케어로 알려진 ACA를 폐지할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열중했다. 그와 같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트럼프 정부는 규제 권한을 활용해 이 법을 약화시키는 쪽에 집중했다.

그리고는 2018년 여름이 되자 트럼프 정부는 ACA를 겨냥한 소송을 지원하기로 결정하기에 이른다. 이건 매우 이례적인 움직임이었다. 설령 대통령이 반대하는 법안이라 하더라도 행정부가 법정에서 연방법을 변호하는 게 전통이기 때문이다.

명확하게 하자면, 이 소송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텍사스의 연방지법에서 오마마케어 위헌 판결이 나왔지만, 현재 이 소송은 제5항소법원에 계류되어 있다. 만약 항소심에서도 판결이 유지되더라도 소송은 연방대법원으로까지 이어질 게 거의 분명하다. 대법원은 2010년에 제정된 이 건강보험법에 대한 두 건의 주요 소송을 돌려세운 바 있다. 해당 소송들은 지금 진행중인 소송보다 더 치열했다는 시각이 많다.

‘텍사스 대 아자르(Texas v Azar)‘로 알려진 이번 소송은 20개주를 대표하는 공화당 주지사와 주 법무장관들에 의해 제기됐다. (‘아자르’는 트럼프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 알렉스 아자르를 가리킨다.)

트럼프 정부 법무부가 '오바마케어 전면 폐지' 지지 의견을 항소법원에 낸 다음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 캘리포니아)은 기자회견을 열어 건강보험 법안을 발표했다. 기존 질병이 있는 가입자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내용이다. 미국, 워싱턴DC. 2019년 3월26일.
트럼프 정부 법무부가 '오바마케어 전면 폐지' 지지 의견을 항소법원에 낸 다음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 캘리포니아)은 기자회견을 열어 건강보험 법안을 발표했다. 기존 질병이 있는 가입자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내용이다. 미국, 워싱턴DC. 2019년 3월26일. ⓒTasos Katopodis via Getty Images

 

이들은 2017년 통과된 공화당 세제개편 법안에서 보험 미가입자에 대한 벌금 조항을 폐지함으로써 의회는 이 법안의 헌법적 토대를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ACA를 처음 만들 때 의회는 각 조항들이 맞물려 작동하도록 했기 때문에, 또한 법원은 의회의 뜻을 반드시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법률 전체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여야를 떠나 법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회가 한 때 보험 미가입자에 대한 벌금 조항을 법의 핵심적 부분으로 여겼을지는 모르지만, 2017년에는 생각을 바꾼 게 분명하며 이는 어디까지나 의회의 권한일 뿐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송이 텍사스 연방지법에 처음 제기됐을 당시 다섯명의 법학자들은 공식 의견서에 이렇게 적었다. ”의회는 2017년 입법을 통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밝혔었다. 의회는 건강보험 개혁을 계속 유지하면서도 (의무가입 위반) 벌금 조항을 폐기했다.” 이 법학자들 중 두 명은 ACA를 상대로 제기된 과거 소송에서도 변론을 이끌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ACA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를 비판하고 일부는 조롱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승소 가능성이 낮아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5 항소법원은 공화당이 지명한 보수 성향 판사들로 채워져 있다. 또한 현재로서 이 소송이 손 쓸 수 없는 상황으로 끝날 위협을 묵살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해 6월 법무부가 법정에서 연방법을 변호하지 않겠다는 이례적 결정을 내린 게 그토록 큰 혼란을 초래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Mike Blake / Reuters

 

그러나 그 때만 하더라도 법무부는 ACA의 딱 한 부분만 무효화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원고 측과 다른 입장을 취했었다. 민간 보험사 및 유병 가입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만 없애달라고 한 것이다. 건강보험 미가입자에 대한 벌금 조항은 그와 같은 규제들이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지금까지, 정부의 법리적 입장은 ACA의 나머지 부분은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25일, 법무부는 항소법원에 낸 의견서에서 정부는 1심 법원의 판단에 동의한다며 이제 원고 측과 전적으로 입장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즉, 트럼프 정부는 오바마케어 전체 법률이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는 얘기다.

25일 저녁 애비 글럭 예일대 법학 교수는 법무부의 의견서 제출에 대해 허프포스트에 ”이건 완전 폭탄선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건강보험 개혁의 일부 조항을 폐지한다는 입장에서 이제는 ACA 전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확대 메디케이드와 다른 모든 것들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사람들에게 급격한 결과를 초래할 완전한 입장 변화다.”

  

* 허프포스트US의 Now Trump Wants Judges To Throw Out The Entire Affordable Care Ac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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