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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집권당 3선 의원이 말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필요한 이유

기민련 3선 중진 파트리크 젠스부르크 인터뷰

“거대 양당 시스템이 온전히 담아내기엔 시민들 요구가 너무 다양합니다.”

 

소수정당이나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이 아니다. 독일의 중도보수 성향 집권 여당인 기독교민주연합(CDU)의 3선 중진인 파트리크 젠스부르크(48) 의원의 말이다. 그는 2009년부터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호흐자우얼란트 지역구에서 연방하원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현재 연방하원 선거규칙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젠스부르크 의원은 “단순 다수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는 영국과 미국에선 거대 양당 외에 다른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들의 목소리는 미미하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자유민주당, 좌파당, 녹색당 등의 목소리가 의회에 반영된다”고 강조했다.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정당들에 유리한 제도다. 거대정당 소속 의원으로서 제도의 불리함을 느끼지 않는지 물었다. 젠스부르크 의원은 단호했다. 연동형 비례제는 “인물투표와 정당투표, 거대 양당과 소수정당들이 균형을 이루고 민의의 대리자인 의회에 고른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어 단순 다수대표제에 견줘 좋은 제도”라는 것이다. 그는 “이 제도가 60여년 동안 흔들림 없이 이어져오면서 정치적 안정성도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제의 ‘공정성’도 강조했다. 영국처럼 지역구 선거만 하면 기민련이 의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할 수 있고 정권을 잡기도 쉬워지겠지만, 그렇게 되면 선거는 매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르는 ‘승자독식’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젠스부르크 의원은 다만 정당득표율 5%를 넘지 못하면 의석을 배분하지 않는 ‘5% 봉쇄룰’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는 “독일에는 동물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겠다는 정당이 있다. 하지만 정당득표율이 5%를 넘지 못해 의회에 들어오지 못한다. 5% 봉쇄룰은 독일 정치가 산으로 가지 않고 안정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했다.

독일의 모든 정당이 처음부터 이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호했던 것은 아니다. 젠스부르크 의원이 소속된 기민련은 1948년 선거제도 도입을 논의할 때, 안정적 다수파를 배출할 수 있는 영국식 단순 다수대표제를 옹호했다. 이런 주장은 1950~60년대까지도 그치지 않았다. 단순 다수대표제야말로 주류 보수정당인 기민련에 유리한 선거제도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젠스부르크 의원은 “선거제도를 단순 다수대표제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있었던 게 사실이고,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기민련은 지역구 선거의 비중을 높이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고, 소수정당들은 비례대표를 확대하자는 주장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발생하는 초과의석의 문제점은 그도 인정했다. 실제 2017년 총선에서는 100석이 넘는 초과의석이 나오자 정치권 일각에선 현재 299석인 지역구를 더 축소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왔다. 하지만 젠스부르크 의원은 지역구 의석수를 더 축소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현행보다 지역구를 더 줄이면 인물투표에서 유리한 정당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 합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299명인 지역구 의원에 견줘 비례대표 의원이 410명이나 되는 것은 문제다.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동형 비례제의 원칙까지 흔들어선 안 되지만 조정 수준의 개혁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극우 성향의 포퓰리즘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5% 봉쇄룰’을 뚫고 2017년 총선에서 원내 제3당으로 발돋움한 것과 관련해선 일부 선거제도 전문가들의 견해와 달리 “연동형 비례제 탓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기성 정당들이 유권자들을 설득시키지 못하니 기존 정당 시스템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이 신생정당에 표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익 포퓰리즘 정당의 약진에는 기존의 우파 집권정당인 기민련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이탈한 지지층을 복원하기 위해 그들을 만족시킬 대안과 메시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베를린/글·사진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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