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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신자들의 '반지 키스'를 냉정하게 뿌리치는 모습 (영상)

가톨릭 보수와 진보의 '문화 전쟁'으로 번졌다.

  • 허완
  • 입력 2019.03.27 10:40

교황의 손에 입을 맞출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25일(현지시각) 가톨릭 성지 로레토(Loreto)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줄지어 선 신자들이 자신의 오른손 반지에 입을 맞추려 할 때마다 손을 뒤로 뺐다.

이 모습이 담긴 영상은 인터넷에 퍼졌고, 교황의 키스 거부는 곧바로 보수와 진보 간의 ‘가톨릭 문화 전쟁’으로 번졌다.

교황을 자주 비판하는 보수 가톨릭 웹사이트 ‘LifeSiteNews’는 교황이 착용하는 반지(‘어부의 반지’)의 오랜 역사와 그 중요성을 다룬 관련 기사 제목에서 이 일이 ”충격적”이라고 했다. 

가톨릭 전통주의자들이 자주 찾는 웹사이트 ‘Rorate Caeli’는 트윗에 이렇게 적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그리스도의 대리자(Vicar of Christ)가 되고 싶지 않으시다면 이곳에서 떠나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을 지지하는 교황 전기작가 아우스텐 이베레이그는 트위터로 반박했다. ”교황님은 신자들이 자신을 신성한 유물로 대하는 대신, 자신과 교제하도록 했을 뿐이다. 그는 그리스도의 대리자이지 로마제국 황제가 아니다.”

 

″이제 주교의 반지에 키스를 하는 일도 전부 사라질 때가 됐다. 이건 전통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 터무니 없는 일이다. 이건 군주제에서 따온 것이다. 주교들을 둘러싼 겉치레 중 상당수도 폐지되어야 한다.” 예수회 신부 러셀 폴릿은 트윗에 이렇게 적었다.

 

몇몇 바티칸 연구자들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보수주의자들의 영웅 전임 베네딕토 교황이나 그 전임자였던 요한 바오로 2세조차 신자들이 자신의 손에 입을 맞추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편의성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길게 늘어선 신자들의 입맞춤에는 그랬다는 것.

한 트위터 이용자는 50여명이 단체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방문했을 때 무릎을 꿇거나 교황의 손에 키스를 하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26일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길게 늘어선 신자들의 반지 키스를 왜 그토록 완강하게 거부했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교황과 가까운 한 측근은 익명을 전제로 이렇게 말했다. ”(신자들의 입맞춤을) 좋아하실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간단한 얘기다.” 그는 이번 일에 대한 반응이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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