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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애플 쇼케이스 리뷰

새로운 서비스 쏟아낸 2019 애플, 단 하나의 문제가 있다

  • 김현성
  • 입력 2019.03.26 14:35
  • 수정 2019.03.26 17:07
ⓒBloomberg via Getty Images

우리 시각으로 어젯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에서 애플의 2019년 쇼케이스(키노트)가 열렸다. 여태까지 애플의 다른 키노트에서는 애플의 신규 하드웨어 제품 및 해당 제품에 적용된 소위 ‘혁신적 기능’이 주로 인구에 회자되곤 했다. 그러나 예고드렸듯이 올해 발표에서는 전혀 새로운 광경들이 목격되었다. 작년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아 왔던 애플의 스트리밍 서비스 및 뉴스 서비스의 개선과 구독 모델 런칭, 애플페이와 연계된 골드만삭스와의 신용카드 출시 등 핀테크 기능 확대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애플의 서비스업 진출은 기존에 애플이 이끌어 오던 하드웨어 비즈니스의 수익률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던 지난 2017년 이후부터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어제의 키노트를 해설한 주요 외신 및 국내 주요 IT 매체와 블로그를 교차검증해 보면, 애플의 2020년 이후 차세대 먹거리는 iTunes 및 Apple Music 등을 통해 쌓인 노하우를 활용한 영상 컨텐츠 스트리밍 사업 및 애플의 서비스 사업 중 아직 1% 미만의 미미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핀테크에 집중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애플 TV와 TV PLUS : R등급을 버리느냐 마느냐

현재 애플의 스트리밍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 오픈에 대한 NYT등의 사전 보도와는 다소 다르게, 애플은 기존 컨텐츠에 대한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인 애플 TV와 자체 컨텐츠 플랫폼인 애플 TV+ 를 별개의 중요성을 두고 발표했다. 물론 세간에 회자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키노트를 지켜 본 이들은 대개 애플 TV+ 를 이번 키노트의 핵심으로 판단하고 있다. 애플은 이외에도 잡지 및 뉴스 서브스크립션 모델의 개편 및 애플 아케이드를 통한 정액제 게임 플레잉 플랫폼을 소개했다.

한편 2019 키노트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자신의 컨텐츠 ‘어메이징 스토리’ 에 대해 발표하였으며, 시트콤 프렌즈 출연으로 일약 스타가 된 ‘아메리칸 스윗하트’ 제니퍼 애니스턴과 ‘금발이 너무해’ 의 리즈 위더스푼(이 두 배우는 함께 애플 TV+ 의 Morning Show 컨텐츠를 진행한다) 캡틴 마블의 브리 라슨 및 오프라 윈프리(심리와 정신 건강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무대에 올라 각자가 목표로 하는 컨텐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애플의 라인업은 분명 화려했다. 그러나 애플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넷플릭스나 훌루, 디즈니 등을 제치고 견고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는 다소 미지수이다. 이는 결국 컨텐츠 비즈니스가 영속적으로 안고 가는 불확실성 상 컨텐츠 종류의 다양화가 스트리밍 서비스의 승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발로한다. 애플은 이전부터 컨텐츠의 내용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반면 HBO 등 전통적인 케이블 사업자나 넷플릭스에서는 여전히 R등급(17세 미만 단독 시청 불가) 컨텐츠들이 넘실거리기 때문이다.

팀 쿡 체제하의 애플이 컨텐츠의 내용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증거로는 지난 2018년 9월 애플이 닥터 드레와 함께 제작하던 TV 시리즈인 ‘Vital Signs’ (1986년 CBS 채널에서 방영되었던 동명의 TV 영화와는 다르다) 프로젝트를 취소했던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당시 팀 쿡 애플 CEO는 닥터 드레의 자전적인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이 컨텐츠를 시청하던 중 “지나치게 폭력적이며, 약물 관련 내용이 너무 많다.” 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고 이로 인해 해당 프로젝트는 결국 취소되었다.

애플이 이렇게 컨텐츠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에 대해 WSJ 은 애플이 단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미국은 영상물 등급이 상당히 엄격한 편이고, 애플이 스트리밍하는 영상물에서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전문 기업은 가입자수 감소로 그 피해가 제한되겠으나 애플의 경우 아이폰이나 맥PC 등의 하드웨어 판매까지 그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애플의 보수적 태도를 모두 규정하긴 어려우나 사실 이례적인 보수성이기는 하다.

그러나 최초에 애플이 R등급 또는 그 경계선상에 있는 컨텐츠를 거부한다 할지라도 나중에는 결국 해당 컨텐츠들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대부분의 유료 컨텐츠 Subscriber 들은 아무래도 성인들일 것이며 이들의 취향에 맞는 컨텐츠를 외면했다가는 제아무리 애플이라도 참패를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디즈니, 훌루,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등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성공할 수도 있겠으나 2000년대 이후의 애플은 마켓메이킹을 했으면 했을지언정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을 쓰지 않는다.

핀테크 확장과 ‘애플 카드’ : 애플페이의 미래는?

애플과 골드만삭스의 합종연횡은 지지부진한 애플페이 실적에 대한 애플의 고민과 인터넷 소매금융 비즈니스를 육성하고픈 골드만삭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로 보인다. 애플은 올해 각종 서비스 부문의 매출이 400억 달러(한화 약 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지만 그 중 애플페이의 매출은 2억 달러에 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전체 서비스 매출의 0.5% 수준이며 영업이익 레벨을 비교하면 더욱 미미한 비중에 그치는 것이다. 애플페이가 출시된 지 벌써 만 5년이 지난 것을 생각해 보면 답답한 상황일 것이다.

애플페이의 실적이 답보 상태인 이유는 애플이 다수의 고객을 통해 확보한 하드웨어 플랫폼이 아주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유통 매장의 쇠퇴로 인해 다수의 유통 기업들이 자체 결제 시스템 구축을 서두른 까닭에 경쟁이 일찍부터 격화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 2014년 애플페이 출범 당시 500개 이상의 은행과 30개 이상의 대규모 사업장에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발표하였으나, 막상 월마트 등 대규모 유통업체들이 상당 기간 애플페이의 사용을 거부하였으며 유럽의 NFC 도입 지체도 한 몫 거들었던 것이다.

때문에 골드만삭스-마스터카드와 손을 잡고 도입된 ‘애플 카드’ 는 모든 결제 및 데이터 처리 과정이 오로지 아이폰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WSJ 보도에 따르면 애플 카드는 현찰 지불용이 아닌 100% 애플페이용으로만 사용되며, 카드의 기본 정보만을 CPU 내 보안 구역에 탑재한 채로 결제 시에는 일회용 카드 번호를 생성하게 된다. 즉 결제 시 필요한 모든 보안 정보를 OTP 화 함으로써 결제 보안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실물 신용카드도 출시될 예정이나, 여기에는 소유자의 성명만 적힌다. 캐시백 서비스는 매일 2% 이다.

또한 애플 카드의 다른 한 가지 특이점은 연회비 무료, 해외수수료 무료, 연체수수료 무료라는 것이다. 또한 골드만삭스나 마스터카드는 고객의 결제 데이터를 수신하지 않으며 또한 제3자에게 광고 목적으로 제공하지도 않는다. 무엇인가 할 때마다 개인정보를 여기저기 뿌리게끔 동의를 강제하는 (심지어 광고 목적의 제공도 은근슬쩍 동의하게 만드는) 우리나라 금융업계가 들으면 경천동지할 일이다. 물론 이는 애플의 큰 자산 중 하나인 애플스토어의 현금 예치량 등이 백업해 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애플의 이런 다양한 시도는 플랫폼 기업들의 AI 칩 자체 제작에서 드러나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경계의 붕괴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시이다. 넓은 서비스 범위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무기로 하드웨어 개발까지 나서는 아마존과 구글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IT 업계의 크로스오버는 이렇게 소프트웨어 기업이 반도체를 만들고, 하드웨어 기업이 TV 드라마와 리얼리티 쇼를 제작하여 배포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또한 이 와중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결제 절차들로 인해 핀테크는 훌륭한 양념이 되었다. 쿠퍼티노의 메세지가 중요한 이유다.

단 하나의 문제는, 어찌됐든 우리나라에서는 아무것도 서비스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뿐이다.

*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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