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영국 의원들이 총리에게서 '브렉시트 플랜 B' 주도권을 빼앗았다

이제 의원들은 다양한 브렉시트 옵션을 놓고 표결을 벌일 수 있게 됐다.

  • 허완
  • 입력 2019.03.26 12:32
ⓒReuters TV / Reuters

영국 의원들이 테레사 메이 총리로부터 브렉시트 절차에 대한 통제권을 극적으로 빼앗았다. 이제 의회는 메이 총리가 가져온 브렉시트 합의안과는 다른 대안들을 놓고 의견을 표명할 수 있게 됐다.

영국 하원은 25일 밤(현지시각) 보수당 중진 올리버 레트윈 의원과 노동당 힐러리 벤 의원이 제출한 수정안에 대한 표결을 벌여 찬성 329표 대 반대 302표로 통과시켰다. 여야 의원들이 손잡고 마련한 이 수정안은 의원들이 ‘소프트 브렉시트‘나 2차 국민투표 같은 다양한 해법들을 놓고 ‘의향(indicative) 투표’를 벌이도록 하는 내용이다.

‘의향투표‘는 공식 인준 효력이 있는 ‘승인투표(meaningful vote)’와는 달리 통과되더라도 법적 구속력은 없다. 다만 의회 차원의 여론을 공식 확인함으로써 정부를 압박하는 의미가 있다.

의원들이 브렉시트 절차를 주도하기로 함에 따라 메이 총리의 권한은 또 한 번 타격을 입게 됐다. 앞서 메이 총리는 향후 브렉시트의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의회에게 더 많은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는 각료들의 비공개 요청을 거부했다.

이날 표결에 앞서 외무부 중동담당 차관 알리스타 버트,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차관 리처드 해링턴, 보건사회부 차관은 정부의 입장과 반대되는 이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지기 위해 일제히 사퇴했다.  

이 수정안이 27표차로 다수를 확보함에 따라 소속당 의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메이 총리는 부담을 안게 됐다.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정부에 반기를 든 보수당 의원들은 모두 29명에 달했다. 

하원은 수요일(27일)부터 의회 차원에서 브렉시트 일정을 주도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각각의 브렉시트 ‘플랜 B’ 옵션에 대해 투표를 벌여 의원들의 지지 여부를 묻는 절차를 언제 시작할 지 결정하는 것이다.

의회가 어떤 옵션들을 놓고 투표를 벌일지에 대해 합의된 내용은 없다. 의원들 사이에서 거론되는 옵션들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어느 옵션도 확고한 과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EU 단일시장+관세동맹 잔류를 내용으로 하는 ‘노르웨이 플러스’식 모델을 지지하는 의원들, 2차 국민투표를 지지하는 의원들 등 각 진영은 저마다 자신들의 계획에 대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이날 메이 총리는 자신이 EU와 타결한 합의안에 대한 의회의 찬성표를 아직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사실상의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이나 보수당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여전히 설득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총리실은 메이 총리의 합의안을 세 번째로 의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다만 데이비드 리딩턴 국무조정실장 이번주 목요일까지는 기다릴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메이 총리는 의원들에게 정부는 레트윈 의원이 낸 수정안에 반대하겠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메이 총리는 이 수정안이 ”우리의 민주주의 기구들의 균형을 뒤집”게 되어 ”반갑지 않은 선례”를 남길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영국은 (브렉시트) 방정식의 절반일 뿐이며 (하원의) 투표는 EU와 협상이 불가능한 결과를 도출하게 될 수 있다.” 메이 총리의 말이다.

또 메이 총리는 의향 투표 결과에 ”백지수표”를 줄 수는 없으며 EU 관세동맹 잔류나 2차 국민투표는 2017년 총선에서 보수당의 공약에 없었다고 강조해 야당의 야유를 받았다.

노동당은 하원의 다수 지지가 확보된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따르겠다고 ”약속할 수 없다”는 메이 총리의 말을 비판했다. 

″총리는 자신의 합의안이 과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과반 지지가 확보되는 대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의 말이다. 

리딩턴 국무조정실장은 의원들을 달래고 나섰다. ”적어도 정부는 하원의 결정이나 투표를 무시할 뜻이 없다.

이제 메이 총리는 합의안 통과를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하원은 이미 두 번이나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1차 투표 때는 230표차, 2차 투표에서는 149표차였다.

 

* 허프포스트UK의 MPs Seize Control Of Brexit As Commons Wrests Power Away From Theresa Ma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영국 #브렉시트 #테레사 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