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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황보령은 뭘 하다가 이제야 다시 나타났을까?(인터뷰)

이 노래가 일종의 ‘선언’이라고 말한다

  • 박세회
  • 입력 2019.03.25 17:22
  • 수정 2019.03.25 18:51
ⓒ스맥소프트 제공

황보령은 2000년대 초반 홍대 신이 배출한 가장 주목받는 신인 중 하나였다. 1998년 ‘귀가 세 개 달린 곤양이‘, 2001년 ‘태양륜’을 발매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뉴욕의 프랫 아트 인스티튜트 출신의 화가라는 점도 주목을 끌었다. 음악인생 20년이 지났고 이미 6집을 낸 아티스트지만 뼛속까지 일종의 순수 주의가 살아있다. 그에게 음악은 철저한 자기 표현의 수단이다. 

그런 그가 3년 만에 싱글을 들고 돌아왔다. 3월 31일 발매를 앞두고 후반 작업 중인, 아직 제대로 믹싱(따로 녹음한 여러 악기의 소리를 조율해 두 개의 트랙에 담아내는 과정)도 하지 않은 음원을 들어보니 이번 싱글 ‘다른길-My Way’는 슈게이징의 큰 틀 안에 들어간다. 참고 참았던 드럼과 서서히 달궈진 일렉트릭 기타가 임계점에 다다라 폭발한다. 

눈에 띄는 건 가사다.  ”오늘을 살 거야. 살아있잖아”, ”하늘을 날잖아. 날고있잖아” 같은 가사들이 반복된다. 노래 앞에 8줄의 버스(verse) 말고는 이 후렴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줄 단서가 없다. 황보령을 만나 설명을 들었다. 그는 이 노래가 일종의 ‘선언’이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인디 신에서 안 보였다. 활동 기간 내내 그렇게 가끔 사라지는 이유가 있나?  

= 6집 ‘Urbane Sanity’를 낸 해(2016년)를 전후해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다. 2015년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팔이 부러졌다. 2016년에는 손가락이 부러졌고, 2017년에는 발가락이 부러졌다. 그 사이 멤버들의 가정에 고통이 있었고, 나 자신에게 동기 부여를 하지 못하는 상태로 시간이 지났다. 

밴드라는 게 그런 면이 있다. 

= 맞다. 세션이 아닌 멤버와 음악을 한다는 건 가족을 만드는 일이다. 같이 음악 하는 사람들의 가정에 생기는 모든 불행이 나의 불행이고, 고민도 같이 나눈다.

심란한데 아프기까지 하면 정말 서럽지 않나?

= 뼈가 또 부러지니까 주변에서 ‘삼재‘(사람에게 9년을 주기로 돌아온다는 3가지 재난)라는 말을 하더라. 삼재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그 얘기를 들으니까 위안이 되더라. ‘아 나 때문이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그동안 내게 있었던 모든 나쁜 일들이 이해되는 것 같기도 하고. 

쉬는 동안에는 미국에 가끔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에 가면 어디에 있나? 

= 애틀랜타에 엄마가 있다. 드라마 ‘애틀랜타’에 나오는 그 무서운 도시 지역은 아니고 외곽에 조용한 곳이다. 뉴욕, 시카고, 캘리포니아 등에 친구들이 있어서 한번 가면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잇 페인트 스튜디오에서 준비 중인 황보령 전시의 그림. Untitled, Multi-media work on paper, © 2017 Bo Whang
잇 페인트 스튜디오에서 준비 중인 황보령 전시의 그림. Untitled, Multi-media work on paper, © 2017 Bo Whang ⓒBo Whang

지난 12월부터 뭔가 원기를 찾은 듯이 활동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 12월에 3번의 공연을 했다. 방전된 상태에서 지난 8월에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앨범을 제작하기 위해 음악 하는 여자 친구들, 앨범 기획자들과 제주도에 모인 일이 있다. 지금까지 위안부 희생자들을 위한 앨범이 2장 나왔고, 세 번째 앨범을 내기 위한 기획이다. 거기서 친구들이랑 기타치고, 노래하면서 기운을 되찾았다. 나는 음악이 정말 즐겁구나, 이걸 해야겠구나, 하고 느꼈다. 

이번에 나온 싱글 노래의 가사는 어찌 들으면 너무 뻔한 얘기같이 들린다. 

= 그럴 수 있다. ‘하늘을 날잖아. 날고 있잖아‘라는 건 살아있다는 것 자체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게 뻔한 얘긴데, 극도의 우울증을 겪고 나니 뻔한 얘기가 아니다. 체험적으로 알게 된 진리는 얘기로 듣는 것과는 다르더라. 그렇게 만든 ‘난 살 거다’라는 일종의 선언 같은 노래다. 살아 있을 때 살아야 한다는 것.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좋지 않나? 나아진다는 게 뭐 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집 정리를 한다든지, 재떨이를 열심히 비운다든지 그런 작은 것들이다.

주변에 먼저 떠난 사람이 많은가?

= 그렇다.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있다. 1집에 있는 바람 부는 언덕도 그 얘기다. ”햇빛이 드는 창가에 앉아 얘기도 나누고 싶어 하지만 너는 떠나갔네 인사도 없이” 라는 가사가 떠난 친구에게 하는 얘기다. 

같은 주제로 시카고에서 전시도 한다고 들었다. 

= 그렇다. 전시의 주제도 ‘My Way’다. 시카고의 ‘EAT PAINT STUDIO’에서 4월 12일부터 한다. 1집 ‘귀가 세 개 달린 곤양이’의 테마가 이어진다. 

앞으로는 좀 바쁘게 살 생각인가? 

= 4월에 전시를 하고 5월에는 3곡짜리 미니앨범을 낼 것이다. 디지털로 발매하고 공연장에서는 자가 제작한 CD를 팔고 싶다. CD를 사시는 분들에게는 이메일 주소를 받아서 ‘MP3’를 쏴드릴 예정이다. 팬들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계속 바쁘게 살고 싶다. 

ⓒ스맥소프트 제공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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