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9년 03월 25일 17시 18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3월 25일 17시 18분 KST

20대는 어쩌다 ‘돈’ 앞에서 호구가 됐나

20대의 금융이해력 점수, 위험한 수준이다

Alicia Llop via Getty Images

<열두살에 부자가 된 키라>가 처음이자 마지막 재테크 책이었고, 어릴 적 문방구에서 산 용돈기입장이 마지막 가계부, ‘경제’는 고등학교 1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배운 게 전부였다. 나의 ‘금융맹’ 스펙은 역설적으로 <어피티> 창업의 계기가 됐다. 타깃 독자인 내 또래 사회초년생의 눈높이에서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전혀 지식이 없던 분야에서 창업을 하면서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 중요한 걸 어떻게 이렇게 모르고 있었지?’ 싶은 거다.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이라는 20대가 정작 돈에 대해선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회사에 취직하면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살아온 청년들은 막상 돈을 벌기 시작하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예외가 있다면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나,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돈을 굴리는’ 모습을 보고 자란 경우다. 이들은 ‘돈을 운용한다’는 개념에 대해 확실하게 이해하고, 스스로 재테크를 실천한다. 금수저들은 (금융에도 밝은) 금융수저까지 같이 물고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

평범하게 자란 사회초년생들에게는 ‘돈’과 관련된 모든 상황이 새롭게 시작된다. 문제는 이런 사회초년생들의 얇은 지갑을 노리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거다. “비상금을 모아야 한다”는 조언 한번 들은 적 없는 사회초년생에게 “비상시에는 1분이면 입금되는 비상금 대출”이 권해지고, “직장인 됐으면 신용카드 만들어야지” “이제 차도 하나 뽑아야지” “마이너스통장 뚫어야지” 등 금융회사들의 ‘뻔한’ 홍보 문구만 한 트럭이다. 은행원은 적금을 들러 온 청년들에게 “저금리 시대” 운운하며 펀드·보험을 끼워팔아 실적을 올리고, 인스타그램에 허세 넘치는 사진과 함께 #자산관리 또는 #재무설계 해시태그를 붙이는 ‘자칭’ 자산관리사들은 “노후설계” 운운하며 10년, 20년 만기 변액보험에 가입시키느라 혈안이 돼 있다.

2003년 신용카드 사태 이후 정부 주도의 금융교육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지난 1월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실시한 ‘2018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2.2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4.9점)보다 2.7점 낮았다. 젊은 세대의 금융이해력 문제는 더 심각하다. 20대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1.8점으로 50대(63.1점)보다도 낮다.

미국은 2000년대 이후 금융교육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했다. 대통령 직속 금융문맹퇴치위원회를 신설하고 중학교에 금융 교과목을 추가하는 등 경제교육을 의무화했고,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학생들이 배워야 할 9개 핵심과목의 하나로 경제학을 선정했다. 내용도 신용등급 올리는 방법, 은행계좌 활용하는 방법, 저축과 창업 등 실제 금융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주제로 구성돼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결과,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에 대해 이해하고 대출 상환 능력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금융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회로 나온 20대는 운전교육을 못 받고 고속도로에 나온 초보운전자와 비슷하다. 사고가 날 걸 뻔히 알고 있는데도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세상 제일 똑똑하고 멋진 세대인 우리가, 왜 돈 앞에서는 항상 을이 되고 호구가 되어야 하는 걸까. 청년들에게 정신 차리고 돈에 대해 현실감각을 가지라고 말하는 건 대안이 아니다. 욕심이지.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PRESENTED BY 호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