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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때문에 은행 잔고가 바닥나고 신용도도 추락했다

정신 질환을 가지고 살려면 충격적으로 돈이 많이 든다.

ⓒBet_Noire via Getty Images

3년 전에 나는 재정적으로 바닥을 쳤다.

월세를 낼 때가 돌아왔는데 이번에도 돈이 없었다. 신용카드 세 개는 한도까지 다 썼고, 은행 잔고는 마이너스였고, 몇 주 전 새벽 2시에 온라인 쇼핑으로 산 쓸모없는 물건들이 옷장에 가득했다.

금융에 관해 무지한 것도 아니었다. 싱글 맘이었던 어머니는 내게 재정적 자립성을 우선시하라고 가르쳤다. 금융 전문가이자 레즈비언 스타일 아이콘인 수지 오먼의 가르침을 자주 인용했다. 그래서 나는 신용도 하락과 이자가 쌓이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내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내가 돈이 별로 없다는 것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영화 ‘쇼퍼홀릭’처럼 재미삼아 변덕스러운 쇼핑을 할 정도의 돈을 벌지는 못했다. 돈은 없지만 멋지게 산다는 ‘섹스 앤 더 시티’ 같은 판타지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었다. 돈이 없는 게 귀여울 수 있는 20대의 시점도 한참 지난 뒤였다.

갚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온라인 쇼핑 빚을 쌓아갔고, 멈출 수가 없었다. 신용도는 추락했다. 잘 수 없었지만 잘 필요도 없었다. 밤새 컴퓨터 앞에 앉아 충동적으로 옷, 구두, 사기 같은 스킨케어 제품, 고급 에스프레소 머신 등을 사면 격한 기쁨이 드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뭘 사든 상관없었다. 이 물건이 내 기분을 좋게 해줄 것 같아서 갖고 싶었을 뿐이고, 그 돈은 어떻게든 마련될 듯했다.

흥분이 가라앉기 전까지는 아무도 나를 막거나 건드릴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내가 파버린 금전적 구멍의 깊이에 겁에 질려 5일 동안 침대에 파묻혀 있었다. 20대 초반에 시작된 피곤한 사이클이었고, 내가 재정 파탄을 맞기 전까지는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번 쯤에는 나는 점점 커지는 금전적 문제에 따른 끊임없는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세라피스트를 만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돈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고, 가끔 몇 번에 걸쳐 희열감이 찾아왔다가 결국 몇 주 동안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든 다음 이 사이클이 다시 시작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난 침대에서 빠져나오기도 힘들었다.

몇 번 만난 뒤 세라피스트는 내게 정신과 의사를 소개해 주었다. 나처럼 기분이 극단적이고 예측 불가능하게 바뀌는 경우는(높은 에너지와 과다활동, 현실감 상실에 이어 우울증이 뒤따르는 경우) 보통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라고 의사는 설명했다.

그뿐 아니라 이런 기간에 흔히 따르는 충동, 가만히 있지 못함, 망상 때문에 양극성 장애 환자 일부는 자해, 안전하지 못한 섹스, 때로는 쇼핑과 과소비를 하게 된다고 한다. 양극성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약물과 대화 세라피 등을 통해 증상을 관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운좋게도 나는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양극성 장애의 전형적 증상은 일부 사람들이 단순히 ‘높을 때’와 ‘낮을 때’로 설명하는 것과 대중 문화가 ‘다중인격’이라 부르는 것도 포함하지만,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고 이 증상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훨씬 더 복잡한 이야기다.

강박적 쇼핑은 보통 양극성 장애와 연관되어 의논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흔한 증상 중에 ‘재정 파탄’이 잘 포함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양극성 장애 환자에게 만성적 과소비는 제법 흔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이는 다른 행동 증상들과 마찬가지로 장기적 건강과 웰빙을 크게 해친다.

공식적으로 진단받기 전에는 나는 양극성 장애 증상을 겪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내가 돈 씀씀이가 나쁘고, 인간 관계에 서툴고, 일 솜씨가 형편없고,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때로는 몇 달씩 이어지기도 했는데도) 생리전 증후군(PMS)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왔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충동이 심한 것이 흔하고 치료가 가능한 정신 질환 증상이 아닌 내 성격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가끔은 양극성 장애와 무관하게 무모하고 충동적이며 돈에 있어 무책임한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치료를 받기 전에는 이런 충동들을 통제하기가 훨씬 더 힘들었다.

양극성 장애는 일과 인간관계를 포함한 일상의 여러 가지 요소를 다양한 방식으로 힘들게 만들지만, 경제적 문제가 가장 파괴적이고 오명을 쓰는 문제 중 하나다.

어떤 병이든, 정신 질환을 가지고 살려면 충격적으로 돈이 많이 든다. 치료비와 약값, 일을 쉬는 날들이 합쳐지면 큰 금액이 되어 우울과 불안정의 사이클을 부추긴다. 정신 질환과 경제적 불안정이라는 두 가지 오명을 겪노라면 부끄러움이나 수치를 느낄 수도 있다.

양극성 장애에도 많은 오명과 편견이 따르지만, 무책임한 경제적 결정들 때문에 상당히 큰, 오래 가는 영향이 남았다. 신용도를 다시 올리고 빚을 갚으려면 몇 년이 걸리기도 하고, 거기다 저축까지 하려면 정말 오래 걸린다.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몇 가지 약물 조합을 실험해 보고 나자 내 증상들은 전반적으로 통제가 가능해졌다. 증상에 대처하고 경제적 및 다른 면에서의 발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세라피스트는 지금도 정기적으로 만난다.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기분이 유달리 좋을 때는 지금도 돈을 쓰고 싶다는 충동이 들지만, 이제 그런 충동은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잡음 정도로 느껴진다. 폰에서 쇼핑 앱들을 지웠고, 정기적으로 들어가던 웹사이트들에서 신용카드 정보도 지웠다. 힘들 때 유혹을 덜 느끼기 위해서다.

신용도는 꾸준히 올라가고 있으며, 내야 할 돈은 제때 낸다. 지출 금액은 크게 줄었고 저축을 한다. 정신 질환이 내 재정건전성에 미친 영향은 앞으로 내가 돈에 관련된 결정을 할 때도 따라올 것이고 개인적 인간 관계에도 영향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정신 질환으로 고생했다, 양극성 장애를 앓아서 내 경제적 현재와 미래가 복잡해졌다는 걸 나는 수치심없이 인정할 수 있다.

돈 이야기는 부끄러울 수 있지만 ‘높을 때’와 ‘낮을 때’에 대한 표면적 이해를 넘어선 양극성 장애의 복잡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정신 질환과 재정 불안정에 대한 수치와 오명을 없애려면 철저한 투명함이 꼭 필요하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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