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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독일 기업 가문이 선조의 나치 협력 사실을 알게 된 후 128억 기부를 발표했다

라이만(Reimann) 가문이다.

  • 강병진
  • 입력 2019.03.25 14:08
  • 수정 2019.03.25 14:38
페터 하르프
페터 하르프 ⓒAssociated Press

라이만(Reimann) 가문은 독일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 중 하나다. 이 가문은 투자회사 JAB홀딩스를 통해 크리스피 크림 도넛과 파네라 브레드, 프레타망제 등 글로벌 식품기업에 지배적인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가문의 전체 자산은 약 330억 유로(42조 3,0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3월 25일, AP통신은 라이만 가문이 자선단체에 1,000만 유로(약 128억원)를 기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기부의 배경에는 이 가문의 선조들이 있다. 선조인 알베르트 라이만 Sr와 알베르트 라이만 Jr이 과거 러시아 시민들과 프랑스 포로들을 강제노동에 동원하며 나치에 협력했고, 이 사실을 알게된 라이만 가문은 사죄의 의미로 기부를 결정한 것이다.

가문의 대변인인 페터 하르프는 언론을 통해 가문 선조가 나치에 협력한 사실은 정확하다며 내부 조사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나치 협력자로 지목된 라이만 가문의 선조에 대해 ”그들은 유죄였다”며 ”감옥에 갔어야 했다”고 말했다.

라이만 가문이 최근에서야 선조들이 저지른 짓을 알게된 건 아니다. 각각 1954년과 1984년에 사망한 알베르트 라이만과 그의 아들은 가족들에게 나치에 협력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1978년에 나온 보고서를 통해서도 그들은 나치와 회사의 모든 관계가 밝혀졌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가문의 후손들은 가문이 보관한 보고서를 확인한 후,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라이만 가문은 지난 2014년, 뮌헨 대학의 역사 전문가에게 가문의 배경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했다.

그리고 이날 발표가 있기 몇 주전 역사가는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보고했다고 한다. 대변인 페터 하르프는 ”우리 모두 부끄러웠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며 ”이 범죄들은 정말 추악하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라이만 가문과 같은 사례가 그동안 독일에서는 많이 있었다고 전했다. 많은 독일 기업들이 과거 나치 시대에 강제 동원된 노동자를 사용했다는 걸 인정했고, 스스로 독립적인 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바이엘, 지멘스, 벤츠, 폭스바겐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었다. 그래서 지난 2000년 독일정부는 기업과 정부가 절반씩 돈을 내 100억 마르크(현재 기준으로 약 7조 8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강제 징용된 외국인들에게 보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기금을 집행하는 재단의 이름은 ‘기업, 책임, 그리고 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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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나치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