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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은 탑승 2분 전에 제지됐다

김학의 ‘긴급 출국금지’ 전말

ⓒJTBC

“비행기 탑승 2분 전에야 겨우 막았다고 한다.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밤 11시20분께 인지하고, 출국 5분 전에야 법무부에 긴급 출국금지 조치 요청서를 서면 발송해 2분 전에 공항 쪽에 (출국금지 지시가) 전달됐다. 만약에 출국하게 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모두 옷을 벗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 시도와 이를 좌절시킨 과정을 두고 한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평했다. 김 전 차관이 입건 등 공식 수사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국을 시도하면서 허를 찔릴 뻔한 상황을 겨우 막았다는 것이다. 22일 밤 <한겨레> 단독 보도로 알려진 김 전 차관 ‘긴급 출국금지’ 과정의 전말을 짚어봤다.

 

비행기 탑승 게이트에서 출국 막아 


김 전 차관이 인천국제공항 발권 카운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2일 밤 10시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은 10시25분께 23일 0시20분에 출발하는 타이 방콕행 타이에어아시아엑스 703편 티켓을 구입했다. 김 전 차관은 이어 출국 심사대를 거쳐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탑승 게이트에 도착할 때까지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 출국금지 대상이 아닌 만큼 일반 출국자처럼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공항 안을 활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탑승자 명단에서 김 전 차관 이름을 확인한 출입국당국은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 소식을 법무부에 보고했다. 김 전 차관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진상조사단)에도 이 사실이 통보됐다.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는 김 전 차관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보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진상조사단 의견을 접수한 법무부는 곧바로 이를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내려보냈고, 김 전 차관의 비행기 탑승을 막을 수 있었다.

금요일 공식 업무시간이 지난 뒤인 밤 시간에 인천국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법무부→대검 진상조사단→법무부→공항을 거치며 정보 전달과 의사결정이 숨 가쁘게 이뤄졌고, 불과 몇분 차이로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는 무산됐다. 22일 자정께 탑승 게이트 앞에서 출국이 좌절된 김 전 차관은 별다른 항의나 저항 없이 발길을 되돌렸다고 한다.

출국이 저지된 김 전 차관은 공항에서 좀 더 머무르다가 23일 새벽 공항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티비시>(JTBC) 등은 23일 김 전 차관으로 보이는 남성이 선글라스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가족으로 보이는 다른 남성과 함께 공항을 빠져나가는 장면을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김 전 차관과 비슷한 외모로 보이는 남성이 흰 마스크를 쓰고 앞장서 가며 길을 냈고, 김 전 차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이 남성 뒤에서 호위를 받으며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목도리를 한 채 따라 걸었다. 이 남성 옆으로는 경호원으로 보이는 남성 두명도 함께 있었다. 언론 보도로 얼굴이 널리 알려진 만큼, 혹시 있을지 모를 신변 문제를 의식해 경호원까지 대동하고 나타났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피의자 신분 아닌데 ‘긴급 출국금지’ 가능?

출입국관리법은 수사기관이 ‘범죄 피의자로서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긴급한 필요가 있는 때’에는 출입국관리공무원에게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아직 범죄 피의자 신분이 아닌데다 강제조사권이 없는 진상조사단이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할 법적 권한이 있는지에 논란의 여지도 있다. 한 검사는 “검사들 사이에서도 ‘정부 부처에 파견 나가 있는(수사권이나 수사지휘권이 없는) 검사들도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느냐?’ ‘민간인과의 공동기구인 진상조사단에서 출국금지에 관여할 수 있느냐?’ 등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대검 쪽은 “진상조사단 검사들은 서울동부지검 소속 검사로 겸직 발령돼 있어, 서울동부지검 검사 자격으로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피의자’는 형사입건된 피의자뿐 아니라 내사사건의 ‘피의자’도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조치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 허 찌르려다 제 발등 찍었나 

‘한밤의 소동’을 둘러싼 가장 큰 의혹은 김 전 차관이 왜 갑작스럽게 출국을 시도했느냐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25일 정례회의에서 김 전 차관을 우선 수사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과 연결해 보는 시각이 많다. 사회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사건 당사자로서 심리적인 압박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일단 피하고 보려 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예매도 하지 않고 심야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직접 새벽 비행기표를 사려고 한 것도 이런 의심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김 전 차관 쪽은 편도가 아닌 왕복표를 샀으며 도피 의도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앞서 김 전 차관 부인은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어 “<한국방송>에 나온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 인터뷰는 사실이 아니다.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출국 의도와 무관하게, 출국 시도 자체가 김 전 차관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법무부 및 검찰 고위직 출신으로 수사와 출국금지 규정을 잘 아는 그가 법률의 빈틈을 노리다가 오히려 허를 찔린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수사를 앞두고 도주를 시도했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은데다, 수사 과정에서도 이런 전력은 영장 청구나 발부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서울 강남구의 자기 집이 아닌 강원도의 한 사찰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차관의 행방은 다시 묘연한 상태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출국금지만 된 상황이고 수사기관에 입건된 피의자는 아니기 때문에 소재지를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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