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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를 맞아 목재건축이 다시 뜨고 있다지구온난화를 맞아 목조건축이 다시 뜨고 있다

목조 100m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 곽노필
  • 입력 2019.03.23 17:42
  • 수정 2019.03.23 17:55

지구 온난화가 목재를 다시 부른다
 

19세기 후반 이후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크게 높인 일등공신은 철근과 콘크리트였다. 잘 타지 않고 하중에 견디는 힘이 큰 철근 콘크리트 덕분에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쑥쑥 높아져 현재 지상 1km에 근접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는 높이가 828m에 이른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사상 최초로 1km가 넘는 높이 1007m의 제다타워가 2020년대 초반 완공을 목표로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철근과 콘크리트 제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대량 배출되는 것이 문제되면서 목조 건물이 요즘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목재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이 있는데다, 생산 공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될 일도 그다지 없기 때문이다. 목재 기술 발달로 철근 이상으로 단단하고 불에 잘 타지 않는 목재를 제조할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하중지지 구조물에 목재를 쓰는 목조빌딩은 건축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고 85%까지 줄여줄 수 있다고 한다. 더욱이 나무는 재료 자체가 자연 친화적인데다 흡음력과 탄성이 있어 소음을 줄여주고, 지진에도 강해 인구가 밀집된 도시의 건물에 적합한 특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

 

 

시공 2년만인 올 3월에 완공된 높이 85m의 세계 최고층 목조건물. <a href='http://www.hani.co.kr/arti/science/future/886992.html?_fr=mt0#csidxe32a36137790b66814bcd3ad6d2e215'></div></a>
시공 2년만인 올 3월에 완공된 높이 85m의 세계 최고층 목조건물.  ⓒ모엘벤 그룹

 

이에 따라 목조빌딩의 스카이라인도 쑥쑥 높아져 목조 100m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는 지난 14일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북동쪽에 있는 작은 도시 부루문달(Brumunddal)의 한 호숫가에 들어선 목조건물 미에스토르네(Mjøstårnet)를 새로운 세계 최고층 목조빌딩으로 인증했다. 120년 역사의 노르웨이 건축그룹 모엘벤(MOELVEN)이 지은 이 건물은 아파트와 호텔, 음식점, 사무실, 수영장 등을 구성된 다용도 복합건물로 지상 18층에 높이는 85.4m다. 이전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기숙사 건물(53m)보다 무려 30여미터나 더 높이 솟아 있다. 모엘벤은 ”이 건물은 폭이 16m로 작은 건물이어서 85미터가 한계였지만, 건물 바닥 폭이 더 넓으면 높이 100미터는 물론 150미터까지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건물의 주된 자재는 일반 목재를 겹겹이 쌓아 강도를 높인 집성목과 집성교차목(CLT=Cross Laminated timber)이다. 집성교차목은 나뭇결을 서로 직각으로 교차(cross)시켜 쌓은 합판을 말한다. 1990년대 유럽에서 개발된 이 직교적층 방식은 나무의 단점인 휨과 뒤틀림이 없고 강도는 훨씬 높다. 모엘벤은 건물 상층부 7개층은 목재 대신 콘크리트 슬라브를 사용했다. 건물 흔들림으로 거주자들이 느낄 수 있는 멀미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목재보다 무거운 콘크리트를 쓰면 건물이 바람에 흔들리는 속도가 줄어들면서 거주자들이 느끼는 메스꺼움 같은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초고층도시건축학회는 주기둥과 수평 보 등 구조물의 핵심 골격을 목재로 쓰면 나머지 부분은 다른 자재를 쓰더라도 목조빌딩으로 인정한다.

 

ⓒ공사 관계자가 까마득한 높이의 목조건물을 올려다보고 있다.

 

 

동계올림픽 경기장 목재천장의 충격

목조빌딩이 친환경을 내세우지만 거기에도 물론 약점은 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를 베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 업체는 건축에 쓰는 나무의 2배를 조림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이 건물은 애초 높이 81미터로 지어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건설 과정에서, 이왕 높이 짓기로 한 마당에 가능한 한 최대 높이까지 올리기로 하고 그 방법을 찾아 4.4m를 더 올렸다. 비결은 건물 꼭대기 목조 빔의 각진 부분을 둥그렇게 마감처리해 건물이 받는 바람의 힘을 줄인 것이었다. 시공 2년만에 완공된 이 건물은 지난해 뉴욕 디자인 어워드에서 금상을 받았다.

 

 

 많은 새로운 기록과 성과들이 그렇듯, 이 세계 최고층 목조빌딩이 탄생하게 된 데는 한 건축학도의 오랜 꿈이 있었다. 발단은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이었다. 당시 대학원생이던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 루네 아브라함센(Rune Abrahamsen, 47)은 그해 2월20일 노르웨이의 스피드 스케이팅 스타 요한 올라브 코스(Johan Olav Koss)의 결승 경기를 보러 스타디움을 찾았다가 천장을 뒤덮은 바이킹 스타일의 거대한 목조 빔에 전율을 느꼈다. 그 순간이 거대한 목조구조물 개발에 도전하기로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다음해 석사학위 논문의 주제를 건축자재로서의 목재 연구로 정했다. 당시 대학원생 25명 중에서 목재를 논문 주제로 삼은 사람은 그를 포함해 2명뿐이었다.

 

건물 꼭대기 목조 빔의 가장자리를 둥글게 마감처리해 4미터를 더 높였다.
건물 꼭대기 목조 빔의 가장자리를 둥글게 마감처리해 4미터를 더 높였다.

 

2020년 목표 150미터 풍력발전타워 도전

그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목재 구조물의 매력은 노르웨이에 많은 자연 자원이라는 점, 아름다우면서도 가벼운 전통 건축 재료라는 점 등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재생 가능하고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친환경 특성이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며 ”기후변화협약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물을 짓는 일에 큰 기여를 했다”고 말한다.

모엘벤 그룹은 현재 스웨덴 정부의 지원 아래 집성목을 자재로 한 150미터 높이의 풍력발전 타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는 시제품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글은 한겨레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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