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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을 피해 뉴질랜드에 왔다가 테러에 희생된 부자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뉴질랜드 희생자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엄수된 장례식이었다.

  • 허완
  • 입력 2019.03.22 11:52

시리아 내전을 피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를 찾아 뉴질랜드로 왔다가 총기난사 테러에 희생된 아빠와 아들의 장례식이 20일에 치러졌다. 이번 사건의 희생자들 중 처음으로 엄수된 장례식이다.

지난 15일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스크 두 곳에서는 백인 우월주의자의 총격으로 50명이 사망했다. 범인은 이 학살 장면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했다. 사건 5일 후인 이날, 칼리드 무스타파(44)와 함자 무스타파(15)의 장례식이 거행됐다.

함자가 다니던 학교의 교장은 함자가 동정심이 많고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이었으며, 말을 아주 잘 탔고 수의사가 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팔과 다리를 다친 함자의 동생 자에드(13)도 장례식에 참석했다.

자에드는 장례식 중 서 있으려 해보았으나 휠체어에 앉아야 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우리는 자에드와 악수를 하거나 손과 발을 만지지 않으려 했지만 자에드가 거부했다. 자에드는 모든 사람과 악수하고 싶어했고, 모두에게 와줘서 고맙다는 뜻을 보여주길 원했다. 놀라웠다.”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자밀 엘-비자의 말이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뉴질랜드에 정착했다가 크라이스트처치 테러의 희생자가 된 칼리드 무스타파(44)와 그의 아들 함자 무스타파(14)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2019년 3월20일.
시리아 내전을 피해 뉴질랜드에 정착했다가 크라이스트처치 테러의 희생자가 된 칼리드 무스타파(44)와 그의 아들 함자 무스타파(14)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2019년 3월20일. ⓒMARTY MELVILLE via Getty Images

 

무스타파 가족은 요르단에서 6년 동안 난민으로 지내다 지난해에 뉴질랜드로 왔다.

칼리드 무스타파의 아내 살와는 누군가에게 뉴질랜드에 대해 묻자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고 당신들이 갈 수 있는 가장 멋진 나라다 … 그곳에서 정말 멋진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을 들었었다고 ‘라디오 뉴질랜드’에 밝혔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살와의 말이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언제쯤 시신을 매장할 수 있을지 답변을 애타게 기다려왔다.

뉴질랜드 경찰청장 마이크 부시는 경찰들이 피해자 시신 21구의 신원을 공식적으로 확인했으며 유가족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슬람 전통에 따르면 시신은 최대한 빨리 씻고 매장해야 한다.

뉴질랜드 총리는 범행을 저지른 오스트레일리아 남성이 아닌 피해자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말했고, 이번 매장은 그후 신속히 이루어졌다.

테러 당시 모스크에 있다가 부상을 입은 자에드 무스타파가 휠체어에 탄 채 아빠와 형의 장례식을 지켜보고 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2019년 3월20일.
테러 당시 모스크에 있다가 부상을 입은 자에드 무스타파가 휠체어에 탄 채 아빠와 형의 장례식을 지켜보고 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2019년 3월20일. ⓒANTHONY WALLACE via Getty Images

 

범인인 28세의 백인 우월주의자가 변호사 선임을 거부하고 스스로 변호하기로 하자 저신다 아던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범인에게 악명을 부여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범인이 변호사 선임을 거부함에 따라 그가 이 재판을 사용해 자신의 인종차별적 견해를 퍼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아던은 20일에 함자가 다니던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학생들에게 범인의 이름을 말하거나 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서로를 돌보되, 뉴질랜드가 인종차별에 대한 관용이 없는 곳이 되도록 해달라.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캐시미어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아던이 한 말이다.

캐시미어 고등학교의 사야드 밀네(14) 역시 이번 공격으로 숨졌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캐시미어 고등학교를 방문해 연설을 하고 있다. 이 학교를 다니던 함자 무스타파(14)와 사야드 밀네(14)가 이번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2019년 3월20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캐시미어 고등학교를 방문해 연설을 하고 있다. 이 학교를 다니던 함자 무스타파(14)와 사야드 밀네(14)가 이번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2019년 3월20일. ⓒ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테러 직전 아던의 사무실 등으로 보낸 ‘선언문’, 알 누르 모스크 공격 생중계 영상을 보면 범인이 관심을 무척 바랐다는 것은 명백하다.

테러범이 생중계한 영상에 대한 반발과 규탄이 크게 일었으며, 페이스북은 첫 24시간 동안 이 영상의 다양한 버전 150만 개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던은 나흘 뒤에도 이 영상이 아직 온라인에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우리는 페이스북과 접촉해 왔다. 삭제 노력에 대한 추가 소식을 받았지만, 우리는 이것이 배포되거나 이 영상이 보여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끔찍하다. 그들이 우리에게 확언하긴 했지만, 궁극적인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

브렌튼 해리슨 태런트가 16일에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했을 때 변호를 맡기로 했던 변호사 리처드 피터스는 태런트가 그 날 자신을 해임했다고 뉴질랜드 헤럴드에 밝혔다.

판사는 살인 한 건에 대해 4월5일에 법원에 다시 출석하라고 명령했으나, 추가 기소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태런트는 현재 크라이스트처치 교도소 독방에 감금되어 있다.

“아주 비이성적 행동으로 보이지만, 그는 의식이 또렷하고 명민해 보였다. 힘든 문제나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상당히 극단적 견해를 가졌을 뿐이었다.” 피터스의 말이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경찰 장관 스튜어트 내쉬가 기자회견에서 총기 규제 강화 방침을 공개하고 있다. 뉴질랜드, 웰링턴. 2019년 3월21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경찰 장관 스튜어트 내쉬가 기자회견에서 총기 규제 강화 방침을 공개하고 있다. 뉴질랜드, 웰링턴. 2019년 3월21일. ⓒYELIM LEE via Getty Images

 

아던은 뉴질랜드 총기법 규제를 밝혔으며 정보 및 안보 기관이 이런 공격을 감지하지 못한 것에 대한 수사도 할 것이라 말했다.

안보 위험 감지와 예방에 있어 정보 기관들이 무슬림 커뮤니티에만 집중했다는 우려가 일었다.

뉴질랜드의 국제 첩보 기관인 정부통신보안국(Government Communications Security Bureau)은 이 사건 이전에 관련 정보를 전혀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19일 저녁 기준으로 30명이 아직 입원 중이며 9명은 중태라고 의료진은 밝혔다.

 

* 허프포스트UK의 Funerals Held For Father And Son Who Fled Syria Only To Die In New Zealand Shooting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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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