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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취업자 급감의 원인, 경기·정책보다 ‘인구 영향’이 더 컸다

저출산 고령화 탓에 발생하는 취업자 감소분이 많다

ⓒ한겨레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에 힘입어 전체 취업자 수가 한해 전보다 26만명 늘어났지만 고용 시장의 중축인 30대와 40대 취업자는 각각 11만5천명, 12만8천명 줄었다. 2월 기준으로 30대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09년 이후, 40대는 199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취업자 수 감소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급속한 고령화로 연령대별 인구의 유·출입 격차가 커진 데 따른 ‘착시 효과’가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21일 <한겨레>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원자료를 분석해보니 30·40대 취업자 수는 2015년부터 동반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 감소폭은 해를 거듭하며 커지는 추세다. 지난 2월 30대의 취업자 수 감소는 임시직(-9만4천명)과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3만8천명)에서, 40대는 일용직(-3만8천명),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3만2천명)에서 주로 발생했다.

특히 인구 대비 취업자 수 비율인 고용률까지 각각 0.5%포인트, 0.2%포인트씩 낮아졌다. 2월 기준으로 30·40대 고용률이 동시에 감소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고용률이 낮아졌다는 것은 인구 감소로 인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규모(인구효과)보다 더 많이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30대 후반(35~39살)의 경우 취업자 수 감소(-5만명)가 인구 감소(-1만7천명)보다 가팔랐고 40대 후반(45~49살)도 인구 감소(-2만8천명)를 웃도는 고용 둔화(-4만명)가 발생했다. 게다가 실업률도 30·40대 각각 0.3%포인트, 0.2%포인트씩 올라갔다.

이처럼 30·40대 고용이 부진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 정도를 두고는 이견이 있다. 저출산·고령화 탓에 발생하는 취업자 감소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살)가 늘어나던 과거처럼 취업자 수 증가 규모로 고용 여건을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취업자 수 증가폭은 인구효과와 경기, 정책 상황 등 모든 요인이 섞여서 나타나기에 고용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인구 변화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효과란 전년도 고용률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인구 증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취업자 증가분을 뜻한다. 인구증감에 전년도 고용률을 곱하면 구할 수 있다. 예들 들면 이렇다. 지난 2월 30대 인구는 한해 전에 견줘 10만6천명 줄었다. 만약 전년도 고용률(75.4%)이 유지되었다고 가정하면 인구 감소로 줄어드는 취업자 수는 8만명(10만6천명×75.4%) 정도다. 인구효과가 실제 취업자 수 감소분(-11만5천명)의 70%를 차지하는 셈이다. 인구효과 외에 경기 상황이나 정책 등도 영향을 끼쳐 취업자 수 감소폭이 커졌지만, 인구 감소가 핵심 요인임은 틀림없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업 생산 부진과 경기 둔화와 더불어 인구 감소도 30·40대 취업자 수 감소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40대는 인구효과가 더욱 부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0대 인구는 14만명 줄어 전년도 고용률(78.5%)을 곱하면 인구효과는 -11만명(14만명×78.5%)에 이른다. 실제 취업자 수 감소폭(-12만8천명)을 약간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처음 감소세(-6만3천명)로 돌아선 생산가능인구가 올해는 24만3천명, 2025년에는 42만5천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인구효과로 인한 취업자 수 감소 현상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30·40대 취업자 수 감소는 연령대가 바뀐 인구 증감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주장도 나왔다. 송민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30·40대 인구 중 2년간 같은 연령대를 유지하는 공통 연령층(지난해 기준 30~38살과 40~48살)을 따로 분류해 취업자 증감을 분석했다. 그 결과 40대 공통 연령층의 취업자 수는 지난해 594만2천명에서 올해 597만9천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해가 바뀌면서 40대로 새로 편입된 취업자(지난해 39살)는 55만1천명인 반면 50대로 넘어간 취업자(지난해 49살)는 이보다 16만5천명 많은 71만6천명에 달했다. 송 연구위원은 이 규모 차이를 ‘연령 프레임 효과’라고 불렀다. 결국 공통 연령층(40~48살) 취업자 수는 증가(3만7천명)했지만 연령 프레임 효과(-16만5천명) 때문에 40대 취업자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30대 역시 공통 연령층(30~38살) 취업자는 올해 501만8천명, 지난해 501만5천명으로 비슷했지만 연령 프레임 효과로 11만8천명이 줄어 30대 전체 취업자가 감소하는 모양새가 됐다. 송 연구위원은 “연령 프레임 효과는 경제적 요인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적 요인을 주로 반영한다”며 “이에 따라 좌우되는 연령별 취업자 증감 지표는 고용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한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7월 통계청은 취업자 수보다는 고용률, 실업률 등 인구 변화가 함께 반영된 비율 지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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