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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내가 찾아줄게!' 주머니쥐가 DMZ 지뢰 200만개 제거할 수 있을까?

효율이 사람보다 20배 이상 높다

화약 냄새를 맡도록 훈련받은 아프리카산 주머니쥐가 매설 지뢰를 찾고 있다. 
화약 냄새를 맡도록 훈련받은 아프리카산 주머니쥐가 매설 지뢰를 찾고 있다.  ⓒ아포포 제공

국내에 200만개가 넘게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뢰를 쥐를 이용해 제거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민간 연구단체인 아포포(APOPO)는 20일 “아프리카산 주머니쥐를 훈련해서 매설 지뢰 탐지작업에 투입하면, 효율은 사람보다 20배 이상 높으면서 비용은 현재의 20% 이하로 낮출 수 있다. 국내에 묻힌 모든 지뢰를 제거하는 데 사람이 금속탐지기를 이용할 때는 200년 이상 걸리지만, 주머니쥐를 투입하면 15년 안에 끝낼 수 있다”며 정부와 지방정부에 도입을 제안했다.

아프리카산 주머니쥐는 먹이를 땅속에 파묻어뒀다가 나중에 냄새를 맡아 먹이를 다시 찾아내는 습성을 갖고 있다. 아포포는 이 점을 활용해 주머니쥐에게 땅속에 묻힌 지뢰의 냄새를 맡아 찾아내도록 훈련시킨 뒤 지뢰 탐지에 투입하고 있다.

훈련받은 주머니쥐는 화약 냄새를 맡으면,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찍찍” 소리를 내며 사람을 기다린다. 주머니쥐는 다 자라도 몸무게가 1.5㎏을 넘지 않기 때문에 지뢰를 밟아도 안전하다. 아프리카산 주머니쥐는 평균 수명이 8년인데,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훈련소에서 9개월가량 훈련을 받은 뒤 현장에 투입돼, 5~6년 활동하다가 은퇴한다.

현재 모잠비크, 탄자니아, 캄보디아, 앙골라, 짐바브웨, 콜롬비아,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9개국이 주머니쥐를 이용해 지뢰를 제거하고 있다. 이 방법으로 모잠비크는 2100만㎡에서 20만개, 캄보디아는 1500만㎡에서 4만5000개의 지뢰를 제거했다.

화약 냄새를 맡도록 훈련받은 아프리카산 주머니쥐가 매설 지뢰를 찾고 있다. 
화약 냄새를 맡도록 훈련받은 아프리카산 주머니쥐가 매설 지뢰를 찾고 있다.  ⓒ아포포 제공

아직 국내에선 주머니쥐를 활용한 지뢰 제거의 경험이 없다. 다만, 옛 미군기지 주변 매설 지뢰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경남 양산시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양산시 관계자는 “여러 차례 국방부에 천성산의 지뢰를 완전히 제거해달라고 요청했다. 아포포가 주머니쥐를 이용한 지뢰 제거를 제안해와 국방부와 협의하라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아포포는 강원도 철원군 ‘궁예 도읍지’ 일대의 매설 지뢰 제거에 주머니쥐를 시험적으로 투입할 것을 제안한 상태다. 이 일대는 비무장지대인데다가 유적지라서 중장비를 투입하기 곤란하고, 토양에 철 성분이 많아 금속탐지기로 지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아포포는 주머니쥐 10마리를 우선 들여와 시험 작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아포포의 제안을 받은 바는 없다”며 “해당 부대에서 제안받으면 합참에 보고하고 국방부와 협의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지뢰 제거는 군만이 할 수 있어, 민간 기술이 적용되려면 관련 법을 포함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엔 6·25전쟁과 남북 분단 때문에 비무장지대에 200만개, 후방 60여곳에 1만개가량의 지뢰가 묻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세월이 흐르면서 비나 홍수로 인해 원래 위치에서 벗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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