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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학생들이 '후마니타스 장례식'을 연 이유

"후마니타스의 자부심이 사라졌다"

ⓒ한겨레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인문학 교과목인 ‘우리가 사는 세계’와 ‘시민교육’을 통폐합하는 내용 등을 담은 교육과정 개편안을 이달부터 시행 중인 가운데, 경희대 재학생들이 “이번 개편으로 후마니타스의 인간다움은 죽었다”고 주장하며 ‘후마니타스 장례식’을 열었다.

편집자주 : ‘후마니타스’는 인간성, 인간본성, 인류애, 소양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는 2019년 1학기부터 인문학 과목의 간판격인 ‘우리가 사는 세계’와 ‘시민교육’을 ‘세계와 시민’ 강의로 통폐합하고 다른 교양 강의 일부도 온·오프라인 통합 강의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교과 개편안을 시행 중이다.

이로 인해 개편 소식이 알려진 지난 1월께부터 일부 학생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후마구조대’와 같은 모임을 조직하고 ‘우리가 사는 세계’ 교수진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학내 반발이 인 바 있다. (▶관련 기사 :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강의 구조조정…‘인문학 실험’ 좌초하나)

20일 정오께 후마구조대와 경희대 재학생 등 20여명은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후마니타스 장례식을 열고 “학교가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인문학 정신과 인간다움은 이제 경희대에서 사라지고 없다”며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개편을 강행한 학교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경희대 서울캠퍼스 정문에서 모여 ‘삼가 고학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든 채 노천극장, 본관 등을 행진했고, 행진 뒤에는 학교 건물 앞에 국화꽃을 쌓아두고 묵념했다.

이날 모인 학생들은 “학교는 경희대의 핵심 인문학 교과인 ‘우리가 사는 세계’를 없애는 중이고 그 과정 또한 비민주적으로 이뤄졌다”며 후마니타스칼리지와 학교 본부 쪽을 비판했다.

경희대 재학생 이수현(20)씨는 이날 장례식 추도사에서 “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는 대학의 사기업화와 인문학의 위기라는 시류를 거슬러 대학다운 대학의 기치 아래 (인문학 교육의) 명맥을 유지해왔다”며 “학생들의 자부심이던 그런 후마니타스는 2019년 사라져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후마에게서 배울 인간다움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언을 한 백하연(21)씨는 “경희대의 역작이던 후마니타스칼리지는 파괴돼 이젠 학교를 홍보하는 하나의 상표로만 남았다. 일부 교·강사들과 학생들이 졸속 개편에 반대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강의 개설을 빌미로 한 탄압과 협박이었다. 학교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돌려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후마니타스칼리지 강의를 축소하고 통폐합하는 흐름이 강의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냈다. 경희대 재학생 ㄱ씨는 “우리가 사는 세계와 시민교육이 통폐합돼 절반가량 수업이 줄고 있고 다른 교양 과목도 점점 온라인 강의로 전환되고 있다”며 “교수님과 소통하고 질 좋은 수업을 들으려고 대학에 온 것인데 학생들은 이제 점점 더 어려운 수강신청을 하고 ‘인강’(인터넷 강의)를 들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최재식(23) 정의당 경희대 학생위원회 위원장도 “과목이 통폐합되는 것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학생의 문제”라며 “(교과목 개편이 이뤄지면) 수업의 질이 낮아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학생들이 학교에 다닐 이유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교강사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경희대 교수 ㄴ씨는 이와 관련해 “교수사회도, 중핵교과 교수들도 (후마니타스) 학장을 문책하지 않고 문책하려 들지도 않으며 학생들만 나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며 “이런 공동체에 속해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치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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