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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의 테러 대응 리더십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아던 총리는 단호했고, 다정했다.

  • 허완
  • 입력 2019.03.19 20:20
  • 수정 2019.03.19 22:28
ⓒMark Tantrum via Getty Images

언젠가 ‘바람직한 테러 대응 리더십’이라는 주제의 수업이 만들어진다면, 아마도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38) 총리는 꼭 인용되어야 할 것이다.

뉴질랜드 역사상 보기 드문 참혹한 테러에 대응하는 아던 총리의 리더십에 전 세계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아던 총리는 테러범이 조장하려 했을 분열과 증오에는 단호하게 맞섰다. 반면 큰 충격과 공포를 느꼈을 무슬림 커뮤니티를 향해서는 위로와 격려는 물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허프포스트는 아던 총리가 보여준 리더십의 하이라이트를 모아봤다.

 

3월15일 (테러 당일) 오후

 

”뉴질랜드의 가치는 이번 공격으로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아던 총리는 사건 직후 신속하게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두가 충격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지도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던 총리의 메시지는 강력했다.

그는 ”테러”를 강하고 분명하게 규탄했을 뿐만 아니라, 뉴질랜드는 이같은 공격에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뉴질랜드의) 가치는 이번 공격으로 흔들리지도, 흔들릴 수도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200개의 인종과 160개의 언어를 가진 자랑스러운 국가입니다. 그와 같은 다양성 속에서 우리는 공통의 가치를 공유합니다. 

그 중에서도 지금, 오늘 밤 우리가 주안점을 두는 가치는 이 비극의 직접적 영향을 커뮤니티를 위한 우리의 연민과 지지입니다.

둘째, 이런 일을 저지른 사람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가능한 최대의 규탄입니다. 당신이 우리를 (공격 대상으로) 골랐을지는 몰라도 우리는 당신을 완전히 거부하고, 규탄합니다.”

 

 3월16일 오전 

 

″우리의 총기 법은 바뀔 것입니다”

다음날인 16일 오전, 아던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총기규제를 위한 작업에 곧바로 착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주범이 총 5개의 총기를 사용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반자동 무기 두 개와 두 개의 엽총도 있었습니다. 범인은 총기 허가를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2017년 11월에 취득된 것이라고 보고 받았습니다. 레버 액션 무기 하나도 발견됐습니다.

범인이 총기 허가를 소지하고 이런 무기들을 소지하게 된 과정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지만 이것 한 가지는 지금 바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우리의 총기 법은 바뀔 것입니다.”

  

″모든 무슬림들에게 지지와 사랑을 보내달라”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던 총리는 테러 이후 각국 지도자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물론 그 중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도 있었다.

아던 총리는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한 내용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는 자신의 애도가 뉴질랜드에 전해졌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모든 무슬림 커뮤니티를 위해 지지와 사랑을 보내 달라’고 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 기자로부터 ‘백인 국수주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별로 그렇지 않다. 나는 이것이 매우,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는 소규모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뉴질랜드에서 벌어진 일이 아마도 그런 사례일 것이다.” 트럼트 대통령이 답했다.

아던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말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대답은 짧고 단호했다.

”아니요.”

 

3월16일 오후 

 

”이건 뉴질랜드가 아닙니다.”

아던 총리는 수도 웰링턴을 떠나 테러가 발생한 크라이스트처치로 향했다. 검은색 ‘히잡’을 썼다. 부총리를 비롯한 내각 각료 뿐만 아니라 여야 지도자들도 동행했다.

뉴질랜드 국립난민협회 회장 아흐메드 타니가 아던 총리 일행을 맞이했다. 그는 난민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한 공로를 인정 받아 지난해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현지 언론 ‘스터프’에 따르면, 타니 회장은 희생자를 한 명씩 소개했다.

아던 총리는 ”뉴질랜드를 대표해 여러분 모두에게 사랑과 지지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건 뉴질랜드가 아닙니다. 지난 24~36시간 동안 우리가 본 사건과 행동들 중 뉴질랜드(답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여러분들이 지금 보고 있는 지지(의 메시지들)입니다.” 아던 총리의 말이다.

ⓒMARTY MELVILLE via Getty Images

 

이 자리에 있던 누군가 희생자 가족들을 방문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던 총리는 곧바로 일정을 변경해 곧바로 희생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해글리대학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아던 총리는 물, 꽃 같은 것들이 부족하다는 말을 경청했다. 생존자들은 끔찍했던 경험을 아던 총리에게 털어놨다. 

또 아던 총리는 ”(무슬림) 커뮤니티 내에 공포가 있다”는 말을 들었고, 모스크 주변에 대한 보안 조치를 강화해 줄 수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아던 총리는 경찰의 보호 조치가 강화될 것이라고 이들을 안심시켰고, 보상금과 장례비용을 비롯해 희생자와 부상자 가족들을 위한 추가 지원을 정부가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던 총리는 또 이슬람의 종교적 신념에 맞게 희생자들의 시신을 고국으로 옮기기 위한 세부 지원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아던 총리는 경찰 현장 병력과 응급대원들을 만났다. 특히 테러 용의자를 검거한 두 명의 경찰관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3월17일  

 

″우리의 총기 법은 바뀔 것입니다.”

웰링턴에 위치한 킬버니 모스크를 방문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추모객들과 슬픔을 나누고 있다. 2019년 3월17일.
웰링턴에 위치한 킬버니 모스크를 방문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추모객들과 슬픔을 나누고 있다. 2019년 3월17일. ⓒHagen Hopkins via Getty Images

 

웰링턴으로 돌아온 아던 총리는 킬버니 모스크를 방문해 헌화하고 추모객들과 함께 슬픔을 나눴다.

그리고는 무슬림 커뮤니티 지도자들을 만나 위로와 격려를 전했다. 

 

이후 아던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모스크 보안 강화 조치,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지원 방안의 내용과 추진 계획, 수사 진행 상황 및 용의자에 대해 새로 확인된 정보 등 업데이트 된 내용을 설명했다.

또 아던 총리는 다음날(18일) 각료회의에서 총기 법안 개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우리의 총기 법에 있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누구도) 제지할 수는 없습니다. 이 법은 바뀔 것입니다.” 

 

3월18일

 

″우리는 하나다. 그들은 우리다.”

월요일 오전, 아던 총리는 웰링턴 국립도서관에 마련된 공식 분향소를 방문했다. 추모 방명록에 아던 총리는 이렇게 적었다.

 

″뉴질랜드를 대표해, 우리는 함께 비통해한다. 우리는 하나다. 그들(희생자들)은 우리다.”

 

“10일 내에 총기 법 개정안을 발표할 것입니다”

이후 아던 총리는 각료 회의를 주재한 뒤 부총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논의된 내용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테러가 발생한 지 “10일 내로” 총기 법 개정안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아던 총리는 이번 테러를 막을 수는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오늘 내각은 우리의 총기 법 개혁에 대한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저는 다음주에 각료회의가 다시 열리기 전에 이 결정에 대한 추가적인 구체적 내용을 언론과 대중에 발표하려 합니다. 이는 우리가 끔찍한 테러 행위가 벌어진 지 10일 내에, 커뮤니티를 더 안전하게 해줄 것이라고 제가 믿는, (총기 법안) 개혁안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내각은 (총기 법 개정에 대해) 전적으로 또 분명하게 뜻을 같이하고 있으며, 금요일 크라이스트처치에서의 테러 공격은 우리 영토에서 벌어진 최악의 테러 행위일 뿐만 아니라 최근 전 세계에서 벌어진 최악의 테러이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뉴질랜드의 총기 법의 다양한 취약점들을 드러냈습니다.”

″또한 3월15일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들에 대한 테러 공격으로 이어지게 된 구체적 상황들을 들여다 볼 조사를 진행하는 내용도 합의됐습니다. 이 조사의 목적은 총기 입수 경위를 비롯해 개인(테러범)과 그의 행동에 대해 모든 관계 기관들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또는 알았어야 했는지, 이 공격을 예방할 수 없었는지 들여다 보려는 것입니다.”

 

3월19일

 

″나는 테러범의 이름을 부르지 않을 것이다.”

19일 의회 연설에 나선 아던 총리는 테러 용의자의 이름을 부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던 총리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테러 행위로 많은 것들을 얻으려 했고, 그 중 하나는 악명(notoriety)이었습니다. 그게 바로 여러분들이 제가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결코 보지 못할 이유입니다.

그는 테러리스트입니다. 그는 범죄자입니다. 그는 극단주의자입니다.

그러나 제가 (그에 대해) 말할 때, 그의 이름은 불려지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이들에게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그들의 목숨을 앗아간 남자의 이름 대신, 목숨을 잃은 이들의 이름을 불러주십시오.

그가 악명을 얻으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 뉴질랜드에서 우리는 그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을 것입니다. 이름조차도.”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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