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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부모 피살 사건에 얽힌 특이사항 5가지

사건 당일, 이희진의 동생 이희문은 고가의 부가티 차량을 팔고 그 대금을 부모에게 전달했다.

검거된 '이희진 부모 피살사건' 피의자 김모씨.
검거된 '이희진 부모 피살사건' 피의자 김모씨. ⓒ뉴스1

한때 ‘청담동 주식부자’로 불렸던 이희진의 부모가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18일 알려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강력계에 따르면 이희진의 부모는 지난 2월 25일~26일에 안양시 소재 자택에서 살해됐으며, 범인들은 이희진의 아버지는 냉장고에, 어머니는 장롱에 각각 유기했다.

이후 범인들은 이삿짐센터를 불러 이희진 아버지 시신이 든 냉장고를 평택의 한 창고로 이동시켰다. 이후 4명의 범인 중 한 사람이던 김모씨는 검거됐으나, 중국 동포인 것으로 알려진 공범들은 범행 직후 중국 칭다오로 출국했다.

이 사건은 범행 동기나 공범 모집, 시신 처리 등 범행 방법이 통상적인 살인 사건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이번 사건의 특이사항은 아래와 같다.

1. 외국인 공범들

김씨는 범행에 앞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아르바이트를 채용하듯 중국 동포인 외국인 공범 3명을 고용했다고 진술했다. ‘경호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33세 동갑으로, 외국인이긴 하지만 오래 전부터 한국에 터를 잡고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한 사람인 A씨는 한국에서 가정을 꾸려 학교에 다니는 자식까지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한국에 터를 내리고 있던 공범들은 범행 당일이던 2월 25일 모두 중국으로 출국했다. A씨의 가족들 역시 사건 발생 이전인 올해 초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칭다오로 행선지를 정한 것은 친족이나 지인의 영향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미뤄보아 공범들은 살인사건에 동원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사전에 가족을 포함한 자신들의 도주 계획을 세워놓고, 이 사건 이후 한국 생활을 정리하려 한 것이라는 추측이다. 다만,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이들이 어째서 다시는 한국에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를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

2. 5억원

이희진의 부모가 피살당한 안양 자택.
이희진의 부모가 피살당한 안양 자택. ⓒ뉴스1

검거된 김씨는 안양 자택 금고에 있던 현금 5억원을 갖고 도망쳤다고 진술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었다. 뉴스1에 따르면 이 돈은 이희진의 동생 이희문이 사건 당일, 성남의 한 카센터에 고가의 부가티 차량을 팔고 받은 대금의 일부다. 총 대금 15억원 중 10억은 이희문의 계좌로 들어갔고, 5억은 현금으로 지급됐다.

사건 당일 이희문은 부모에게 이 5억원이 든 가방을 전달했고, 이희문의 부모는 자택 현관 앞에 있던 김씨 등 4명에게 가방을 탈취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의 진술과는 대치되는 부분이다. 현재 이 돈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는데, 김씨는 ”이 가방이 자택으로 올 것이라는 것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3. 김씨

뉴스1에 따르면 김씨는 미국에서 대학, 대학원을 나온 유학파다. 동일 전과 등 범죄 경력은 없었다. 김씨는 ”이희진의 아버지가 지난해 초 빌려 간 2천만원을 갚지 않아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으나, 단순 2천만원 때문에 공범을 3인이나 고용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석연찮은 부분이 존재한다.

또 김씨는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 일부러 평택 창고를 임차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신을 보관하기 위해서였다면 두 사람 모두의 시신을 모두 옮겼어야 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희진 아버지의 시신이 든 냉장고만 창고로 옮겼고, 자택에 이희진 어머니 시신을 남겨 범행이 발각되는 빌미를 남겼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씨는 시신을 평택으로 옮긴 이유나 출입문 번호를 안 방법, 정확한 범행 동기 및 5억원의 행방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김씨에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4. 이희진

이희진의 부모 빈소가 마련된 안양시내 장례식장
이희진의 부모 빈소가 마련된 안양시내 장례식장 ⓒ뉴스1

주식 전문가로 활동하며, 소셜 미디어에 재력을 과시하는 사진을 올려 ‘청담동 주식부자’라고 불렸던 이희진은 지난해 4월 투자자들에게 허위 주식 정보를 흘려 부당이득을 챙기고 무인가 투자자문사를 차려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 벌금 200억원, 추징금 130억원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SBS에 따르면 수감 중이던 이희진은 18일 부모 장례 절차를 위해 항소심 재판부에 구속집행 정지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오는 22일까지 장례식장과 장지로 한정해 이를 받아들였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현재 이희진, 이희문 형제는 빈소를 지키고 있으며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는 김씨의 진술과는 별개로 이 사건이 이희진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봤다. 과거 이희진으로부터 투자 권유를 받고 피해를 입은 이들이 상당했던 만큼, 김씨를 비롯한 사건 피의자가 여러 명인 점은 이희진의 불법 주식거래 및 투자유치 범죄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5. 수사 방향

경찰은 현재 중국 칭다오로 출국한 공범 3인의 행방을 쫓기 위해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했다. 경찰은 국제사법공조를 통해 A씨 등의 검거 및 국내 송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경찰은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추가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공범들이 이미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3주 가량 이전에 해외에 나갔다는 점 때문에 수사에는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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