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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률 저조한 ‘정용진표 호텔’ 레스케이프는 ‘비싼 맛집’?

호텔 자체는 식당의 유명세와 극적으로 갈린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해 야심 차게 내놓은 독자 브랜드 호텔 레스케이프가 레스토랑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세계 유명 레스토랑과 손잡고 인지도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객실 점유율은 바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성장동력으로 호텔사업을 점찍은 정 부회장이 ‘반전성과’를 낼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회현동에 문을 연 레스케이프는 호텔 자체보다 레스토랑과 바가 주목받는다. 이들 업소와 협업한 곳이 모두 세계적으로 유명해서다. 중식당 ‘팔레드 신’은 홍콩 ‘모트 32’과 협업했고, 바 ‘마크 다모르’는 유명 바텐더의 칵테일을 선보였다. 호텔 꼭대기 층(26층)에 있는 식당 ‘라망 시크레’는 미국 뉴욕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더 모던’의 레시피를 공유 받는다. 오는 22~23일에는 더 모던의 아브람 비셀 총괄 셰프 등 5명이 직접 저녁 식사를 제공할 예정이다.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연휴·연말 예약은 한 달 반 전에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식당”이라고 말했다.

호텔 자체는 식당의 유명세와 극적으로 갈린다. ‘최고급 부티크 호텔’을 표방했지만 인기가 별로 없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 평가다. 지난해 여름 성수기에도 객실 점유율은 30%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은 당시 객실 점유율이 70%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호텔의 콘셉트와 숙박료가 걸림돌로 꼽힌다. ‘중세 유럽풍’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고 204개 객실 중 80여개가 스위트룸인 만큼 평균 숙박료가 비싸다. ‘남대문 시장 옆’이란 위치도 젊은 고객을 유인하기에 부적절했다는 말도 나온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레스케이프 레스토랑은 다른 고급 호텔보다 트렌디하고 가격도 낮은데 그에 비해 숙박료는 높은 편”이라며 “남대문 시장 인근 유동인구는 상대적으로 중장년층이 많은 편이라 젊은층을 겨냥한 부티크 호텔 자리로는 부적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레스케이프 부진 등으로 이마트는 지난해 4분기 호텔 부문에서 적자 76억원을 기록했다.

레스케이프도 저조한 객실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책들을 내놓고 있다. 주로 레스토랑과 연계하는 전략이다. 객실 1박과 저녁식사 2인으로 구성된 ‘테이스트 오브 레스케이프’ 패키지 상품을 올해 말까지 선보이는 식이다. 지난해 말에는 호텔 경력 없이 레스케이프 총지배인에 선임돼 화제를 모았던 김범수 신세계조선호텔 상무를 식음기획 담당으로 보직 변경하고, 웨스틴조선호텔 출신 전문경영인을 총지배인으로 발령내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레스케이프의 부진한 실적을 딛고 건설 중인 새 호텔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지도 관심사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해 “향후 5년간 5개 이상의 호텔을 선보일 계획”을 발표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레스케이프의 실적은 저조하지만 한국 호텔업계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며 “새로 지을 호텔도 레스케이프처럼 독자적인 컨셉으로 갈지, 흥행 부진 탓에 다른 전략을 취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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