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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3월 19일 10시 16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3월 19일 11시 42분 KST

김학의의 '무혐의 이유'는 생각보다 정교했다

이 사건은 '성접대' 사건이 아니라 '특수강간' 사건이다

‘김학의 성접대 사건’은 무엇인가?

사건의 진행 상황을 언급하기에 앞서 이 사건을 부르는 방식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 사건은 세간에 ‘김학의 성접대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성접대 사건이라 함은 뇌물로 여성의 성을 재화처럼 공여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사건을 ‘성접대‘로 명명하는 것은 이 사건에 대한 의미를 축소한다. ‘성접대라는 말이 여성을 재물로 취급한다‘는 원론적인 비판과 더불어 이 사건과 관련한 의혹 자체가 성폭력, 법률용어로 말하면 ‘특수강간‘의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래부터는 이 사건에 대해 ‘성접대‘라는 표현을 쓰는 대신 가급적 ‘성폭력’이라는 말로 대체한다.

사건이 드러난 것은 2013년 3월,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6년 전이다. 당시 언론은 ‘사회고위층 성접대 스캔들‘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아래는 3월 18일 한겨레 보도이며 ‘건설업자 ㅇ’씨는 윤중천씨다.

″건설업자 ㅇ씨는 2010년 초부터 주말이나 휴일에 유력 인사들과 골프를 친 뒤 강원도 원주에 있는 고급 별장에서 술자리를 열어 성접대를 했다고 한다. 성접대 대상에는 고위 공직자와 대학병원 원장, 금융계 관계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접대에는 유흥업소 종업원이 아닌 주부, 사업가, 예술가 등이 동원됐다고 한다. 경찰은 성접대에 동원된 일부 여성들의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ㅇ씨가 최근 분양사업에 실패해 자금난에 처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사회 고위층에게 두루 접근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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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천

 

사건이 공개된 뒤 ‘사회 고위층‘이 누구냐는 의문과 추정이 잇따랐다. 여러 인물이 거론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사건이 통칭하는 ‘사회 고위층’은 점점 한 인물로 좁혀졌다. 바로 그해 3월 15일, 법무부 차관에 취임한 김학의다.

3월 20일, 경찰청 특수과는 해당 사건의 증거 영상을 확보했다고 발표한다. 여기에 김학의 차관이 등장한다. 다음날인 21일, 김학의는 사표를 낸다. 혐의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그는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저의 이름과 관직이 불미스럽게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저에게 부과된 막중한 책임을 수행할 수 없음을 통감한다”면서도 ”더 이상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임한다”고 해명한다.

이제 이 사건이 왜 성접대가 아니라 성폭력 사건인지 설명할 차례다. 아래는 지난해 8월, 피해자측을 대변하고 있는 ‘한국 여성의 전화’가 검찰을 규탄하며 했던 기자회견의 내용이다.

″피해자는 1년 7개월간 협박, 폭행, 성폭력 등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피해자에게 감시와 위협, 구타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억압을 당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입었습니다. 가해자는 검사, 교수, 병원장, 호텔 사장, 기업 회장 등 소위 사회 각 층의 권력자들이었습니다”

 

‘성접대‘가 말 그대로의 성접대가 되려면 피해자에 대한 강압, 폭력 등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복수의 증언은 이 사건이 ‘성접대‘가 아니라 ‘성폭력’ 사건으로 조명되어야 함을 암시한다.

피해자들의 증언은 일정한 형태를 띄고 있었다. 종합하자면 이렇다. 건설업자 윤씨는 피해여성에게 접근한 뒤 약물을 이용해 강간한다. 법적으로는 준강간 혐의다. 그리고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협박한다. 이를 빌미로 여성들을 고위층 성접대에 동원한다. 

″윤중천에게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진도 찍히고. 걔(윤중천)는 수시로 잘 찍는다. (협박용 동영상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실제로) 우리 집(가족들)에게도 뿌렸다”

“드링크제 하나랑 마이신처럼 생긴 약을 피로회복제라고 줬는데 먹으니 나른해졌다. 그게 무슨 약인지는 모르겠다.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내가 윤중천과 성관계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촬영되고 있었다”

″신뢰할 만한 사람들이 참석한다길래 성접대가 벌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게 피해 여성들의 일관된 진술”

 

 

 

수사를 담당한 경찰의 말도 피해 여성들의 진술과 일치한다. 수사 담당 경찰관중 한 명은 MBC PD수첩에서 ”(윤중천이) 가족들한테까지 네가 이런 행동을 했던 것을 연락하고 (동영상을) 뿌리고 가만두지 않겠다. (범행) 패턴이 똑같다. 건설업자가 만나서 먼저 여성들 성폭행하고 그다음에는 접대로 계속 부르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2명 이상이 합동하여” 강간을 저지를 경우 이를 ‘특수 강간‘으로 규정 가중처벌한다. 이 사건의 구조를 다시 뜯어보자. 윤중천은 피해여성들을 동영상 등으로 협박했고 또 약물 등으로 저항을 무력화시켰다. 여기까지는 강간 내지는 준강간에 해당하는 범죄다. 만약 이런 정황을 김학의 등 ‘사회 고위층‘들이 알고 ‘성접대’를 받았다고 하면 이들은 윤씨와 함께 강간 범죄를 공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2인 이상 강간을 저지른, 특수강간죄가 된다.

하지만 김학의에게 죄를 물을 수 없었다. 검찰은 그를 ‘무혐의’로 풀어주었다.

 

그러나 김학의는 ‘무혐의’였다. 그것도 두 차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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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2013년 11월, 검찰은 김학의와 관련자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다. 세간에는 무혐의 처분을 두고 ‘별장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가 맞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를 부정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검찰이 내민 이유를 살펴보면 그 동영상에 김학의가 등장하는지 여부는 크게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검찰은 경찰의 송치이유인 ‘특수강간’의 혐의 일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무혐의 처분에 대해 “여성들의 진술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거나 앞뒤가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자 진술의 신빙성을 다각도로 확인했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고 전했다.

당시 검찰의 논리는 이렇게 재구성할 수 있다.

- 동영상 속 여성들이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이 없고 따라서 특수강간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 동영상에 등장하지 않은 두 여성이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들 중 한명은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한명은 조사 과정에서 주장을 번복했다.

- 성접대 사실(뇌물)이 인정된다 쳐도 민간인(병원원장, 금융계 관계자)에 대한 접대는 처벌 규정이 없고 김학의 등 공무원에 대한 접대는 공소시효(5년)가 지났다

첫번째 수사가 무혐의로 결론 나자 한 피해자가 직접 나섰다. 피해자가 필요하다는 검찰의 요청에 응한 셈이다. 그는 MBC와의 인터뷰 도중 이런 말을 남겼다.

″벌 받을 게 너무 많은 사람들이니까 동영상 속 여성이 나라고 말 안해도 벌 받을 줄 알았다”

피해자의 고소로 다시 이뤄진 수사의 과정은 어땠을까? 검찰은 동영상 속 여성이 피해를 주장한 고소인 이모씨와 같은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며 또다시 김학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다. 검찰은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했다며 그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1차 수사 때와 거의 같은 방식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왜 진술을 번복했는지’에 대해 해석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있다.

“그 사람들의 힘과 권력이 너무 무서워서 뉴스를 보고 너무 놀라서 굉장히 불안해 있는 상황에서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난 처음부터 이 조사를 안 하려고 했다”

- 2019년 3월 14일 KBS / 피해자의 발언

″(작년) 수사단계에서 (고소인이) 왜 동영상의 주인공이 나다, 라고 분명히 말을 못했는가 하면요. 잘 아시겠지만 수치심, 두려움, 앞으로 살아가는데 자신에게 멍에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거든요. 경찰에 나와서 조사를 받는데. 그 당시에는 무슨 변호사 조력을 받을 처지도 못 되고 혼자였거든요. 덩그러니 혼자요, 피해자가. 그러니까 상대는 검찰 간부도 있고 위세가 등등한 그런 가해자들이 협박하고.

사실대로 말하면 너는 얼굴에 상처도 내고 못살게 만들겠다”라든지, 그런 두려움 때문에 순간적으로 이게 나라고 했을 때 올 파장을 생각하니까, 자신이 수모를 겪고 부끄러움 받는 것은 둘째 문제이고 신체상의 위해 같은 것이 올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말했던 것입니다.

- 2014년 7월 10일 SBS / 담당 변호사의 발언

2013년 당시만 해도 지금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불법촬영물에 대한 피해를 온전히 피해자만 감당했으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나 비난이 지금과 같이 무겁지도 않았다. 피해자는 이 사건의 전면에 등장하기를 두려워했다. 하지만 이같은 두려움은 ‘진술 신빙성의 부정’으로 이어졌다.

 

검찰 수사,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증명에 중점

김학의 성폭력 피해자를 변호하고 있는 박찬종 변호사에 따르면 검찰이 특수강간을 인정하지 않은 구체적인 이유는 두 가지이다.

① 피해자가 오후 늦게 서울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원주별장을 따라나섰을 때부터 성관계를 가질 것을 예상하였다

② 처음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 피의자를 만났으므로 성관계를 예상했었으므로 강간이 성립하지 않는다

박 변호사는 이같은 사실을 알리며 ”피해자는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일관적인 진술을 하고 있음에도 정말 그 사실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처음 피의자 윤중천을 만났을 당시 경제적인 원조를 바랐는지에 관한 조사만을 진행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경찰의 조사 결과 피해자의 총 18건의 성폭력 피해 내역이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그중에서 8건에 대하여만 피해자의 진술신빙성을 탄핵하는 내용의 신문을 한 끝에 윤중천과 김학의의 특수강간 등 성폭력 사건은 입건조차 하지 않고 종결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를 대신해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여성의전화 최선혜 소장 역시 피해자들이 검사에게 피해 진술을 거짓으로 몰아가려는 질문을 계속 받았다고 답한다.

″피해자는 검찰 조사 당시의 경험을 아직도 고통스럽게 기억합니다. ‘왜 그렇게 했느냐?’, ‘왜 따라갔느냐?’, ‘네가 원했던 것이 아니냐?’, ‘왜 스스로 나오지 못했는가?’ 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심을 멈추지 않는 사회의 통념에 편승하며, 가해자의 논리와 다를 바 없이 피해자를 조사하였습니다”

한 피해자는 방송에 나와 검찰이 ‘왜 (증언을)번복했느냐’는 말만 하고 또 ”얼굴도 예쁜데 모두 용서하고 그냥 잊고 살아라”고 말했다고 직접 증언하기도 했다 . 또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동영상에 나와서 했던 행위를 가리키며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한 번 해보시라’고 시켰다”는 다소 충격적인 말을 꺼내기도 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경제적인 도움’ 또한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 MBC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당시 ‘사회 고위층 특수강간’ 의혹 사건에 함께 했다는 박화백이란 인물이 등장한다. 박씨는 피해자의 직장 근처로 찾아가 “OO양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 도움을 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에 연락했다”며 금품을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박씨는 이 제안이 김학의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경제적인 도움‘은 범행 사후에 가해자 측에서 지급하려 한 것이며 이를 토대로 볼때 김학의도 이 ‘특수강간’ 범행에 묵시적인 공모가 있었음을 추정해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검찰은 1차 수사 당시 김학의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및 출금금지 요청을 기각하는 등 수사의 의지를 의심할만한 행동을 자주 보였다.

 

결국 과거사위원회까지, 어쩌면 마지막 기회

법무부는 과거 검찰이 처리한 사건 중 의혹이 남는 사건을 재수사하기 위해 2017년 12월 ‘검찰 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를 설치했다. 그리고 과거사위 재수사 대상에 포함된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가 바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수상한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증거 누락 논란’이다. 대검 진상조사단은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자료 중 디지털 자료 3만여 건이 송치되지 않았다고 최근 밝혔다. 그런데 경찰은 필요한 증거는 모두 CD에 담아서 보냈고, 수사와 직접 관련 없는 증거는 폐기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즉 경찰은 자료를 보냈다고 주장하고 과거사위는 그 자료가 누락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료가 검찰에 송치됐으나 갑자기 사라진 것인지, 경찰이 자료를 검찰에 제대로 송치하지 않은 것인지, 경찰이 송치하지 않았다면 검찰은 왜 가만히 있었는지 논란이 되는 사안이다.

또 다른 정황은 수사 기간에 대한 것이다. 과거사위는 지난 12일 ”이미 세 차례 연장돼 온 과거사위원회와 조사단 활동을 추가 연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고 추가 활동기한의 연장 없이 현재 기한 내인 이달 31일 대상 사건에 대한 조사 및 심의결과 발표를 마무리하기로 했다”며 활동 기간 연장이 어려움을 말했다.

피해자 측은 이 결정에 대해 새로운 증거와 증언이 추가되는 와중에 과거사위가 서둘러 수사를 종료하려 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다행히 18일, 과거사위는 정례회의를 열고 조사기간을 2개월 더 연장 결정했다.

피해자들은 이번 과거사위의 재조사를 김학의 사건의 진상을 밝힐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최근 사법부는 ‘성폭력’이라는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정황증거가 충분하고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된 경우 유죄를 인정하고 있다. 이 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다수인 사건이다. 관련자가 많기 때문에 수사 의지만 있다면, 그리고 수사기관이 피해자를 보호할 의지만 있다면 사건의 진상을 충분히 밝힐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수사 의지를 갖기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수사기관이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치부가 어느정도인지도 아직 가늠이 되지 않는다. 19일 JTBC는 김학의를 재수사했던 사건 지휘라인중 한명인 윤갑근 전 대검 반부패부 부장이 김학의 사건에 연루되어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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