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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시즌6에는 거대한 구멍이 하나 있다

산사와 램지의 마지막 순간.

  • 강병진
  • 입력 2019.03.18 15:50
  • 수정 2019.03.18 15:52
ⓒHelen Sloan/courtesy of HBO

‘왕좌의 게임’ 시즌 6의 9화 ‘Battle of the Bastards’는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에피소드 중 하나였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존 스노우(키트 해링턴)가 이끄는 군대가 훨씬 더 강력한 램지 볼튼(이완 리언)의 군대와 맞서는 시리즈 최대급의 스펙터클이 등장했다. 끔찍한 장면들이 연달아 등장한다. 존은 램지가 던진 미끼를 물고 전장으로 뛰어들고, 말이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릭콘(아트 파킨슨)은 지그재그로 뛰지를 못한다.

러시 아워의 붐비는 지하철 같은 장면조차 등장한다.

 

막판에 베일의 기사들이 간달프 같이 등장해 도움을 주고, 스타크 세력이 승리를 거둔다. 존은 램지를 두들겨 패고, 산사(소피 터너)는 볼튼을 자신의 개들에게 잡아먹히게 한다.

끔찍하다. 강렬하다. 완벽하다. 하지만 플롯상의 실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산사와 램지의 마지막 순간을 보자.

 

램지의 개들이 다가오자, 그는 자신의 개들은 “결코 나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에미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다음 대화가 이어진다.

 

산사: 당신은 7일 동안 개들에게 먹이를 안 줬어. 당신이 직접 한 말이야.

개 우리가 다 열렸다. 비쩍 마른 개 9마리가 낮은 자세로 싱긋 웃으며 입을 핥고 코를 킁킁거린다.

램지: 쟤들은 충직한 짐승들이야.

산사: 그랬지. 지금은 굶주렸어.

 
 

램지는 물론 산산조각이 난다. 굶주린 개들을 들먹이며 위협했던 램지를 바로 그 방식으로 끝장낸 산사는 만족감에 미소를 지으며 걸어나온다.

하지만 이 장면을 여러 번 보다 보니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산사는 램지가 개들을 굶겼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개들이 굶주렸다는 산사의 대사는 램지에게 있어 치명적 순간이었다. 램지는 그때서야 자기가 끝장났다는 걸 진정 이해했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를 여러 번 다시 보면, 램지가 자신의 개들이 굶주렸다고 으스댔을 때 산사는 옆에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산사와 존이 램지를 만나는 전투 전날로 돌아가 보자.

 

존은 램지에게 1 대 1 대결로 승부를 가리자고 말한다. 존 스노우가 할 법한 제안이다. 램지는 거부하는데, 이 역시 램지다운 반응이었다. 램지는 릭콘을 잡아두고 있다고 비웃으며, 증거로 릭콘의 이리인 섀기독의 머리를 보여준다.

산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볼튼 경, 당신은 내일 죽을 것이다. 잠이나 잘 자라.”

대본에 따르면 산사는 곧 자리를 뜬다.

 

그녀는 몸을 돌려 말을 몰고 떠나간다.

램지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산사는 아래 영상처럼 자리를 떴다.

 

 

그제서야 램지는 자신의 개들이 굶주렸다는 말을 한다.

 

램지: 당신 여동생은 좋은 여성이야. 내 침대에 다시 들어올 날이 기다려지는군.

램지는 모여서 자신을 바라보는 남성들 쪽을 본다.

램지: 그리고 당신들은 모두 미남들이야. 내 개들은 당신들을 꼭 만나고 싶어해. 일주일 동안 굶겼지.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야! 어디부터 먹을지 궁금하군. 당신들의 눈? 불알? 곧 알게 되겠지.

 

산사는 램지가 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자리를 떴다.

그러니 산사가 굶주린 개 이야기를 들은 것은 드라마에 나오지 않았다. 일부 시청자들이 2016년에 레딧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설명이었다. 그러나 그건 좀 있을 법하지 않은 시나리오다.

존이 캠프에 돌아가서 산사에게 “램지가 자기 개들한테 우릴 먹이겠대! 일주일 동안 먹이를 안 줬대!”라고 말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전쟁 전날 밤에 하기엔 비생산적인 대화다.

다른 가능성: 존이 램지가 개 우리에서 죽도록 했거나 산사에게 죽일 방법을 알려주었을 수 있다. 램지가 잔뜩 맞고 스타크가 윈터펠을 수복했을 때 산사는 존에게 “그는 어디 있지?”라고 묻는다.

하지만 대본에 따르면 그 이론도 틀린 걸까?

존은 램지를 죽어라 패다가, 산사가 처치하고 싶어하는 걸 깨닫고 멈춘다.

 

산사, 리틀핑거, 다보스는 부서진 문을 지나 도착한다. 존은 말발굽 소리를 듣고 그들을 돌아본다.

그 순간 존은 다보스나 리틀핑거에는 관심이 없다. 산사만 바라본다.

산사는 존을 보고, 이어 램지를 본다.

존은 그때 자신이 램지를 죽여서는 안된다는 걸 깨닫는다.

 

산사가 해야 한다. 존이 램지를 때리는 것을 멈추고 둘이서 얼른 의논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는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산사만의 순간이었다.

램지가 했던 말을 산사가 그대로 들려주었으니, 드라마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누군가가 산사에게 전해줬음이 분명하다. 섀도우 베이비니 부활이니, 사실 이보다 더 황당한 일들도 많이 벌어지는 드라마이긴 하다.

그러나 ‘왕좌의 게임’은 예전에도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다. 존 스노우의 발리리아 검이 휘청거리는 듯했던 적도 있었고, 일부 캐릭터의 이름이 틀린 적도, 목걸이를 걸어야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멜리산드레(캐리스 반 후튼)가 시즌4 중 목걸이를 벗었는데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적도 있었다.

플롯에 오점이 있다고 해서 이 에피소드가 멋지지 않은 건 아니지만, ‘왕좌의 게임’이 끝나가는 지금은 모든 의문을 다 고려해 보기 적합한 시기다.

그리고 굶주린 개들은 언제나 정말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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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왕좌의 게임 #H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