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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이 하루 동안 여성들의 대중교통 요금을 21% 할인해주는 이유

남녀 임금격차 문제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 허완
  • 입력 2019.03.18 15:39
  • 수정 2019.03.18 15:45
ⓒJoerg Fockenberg / EyeEm via Getty Images

″독일의 젠더 임금격차는 21%로 이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 21%를 1년으로 따지면 대략 77일에 해당합니다. 남성이 365일 동안 받는 임금과 똑같은 임금을 받기 위해 여성은 442일을 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1월1일부터 계산해보면 77일째 되는 날이 바로 2019년 3월18일, 동일임금의 날입니다.” 

이것은 독일 베를린교통공사(BVG)가 3월18일 ‘동일임금의 날(Equal Pay Day)을 맞아 일반 요금보다 21% 할인된 ‘여성 전용 승차권(Frauenticket)’을 모든 여성들에게 제공하기로 한 이유다. 남녀 임금격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독일 베를린 시 정부가 지분 100%를 소유한 BVG는 베를린의 지하철과 버스, 트램을 운영하고 있다. BVG는 18일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여성들에 한해 이 특별한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여성들에게는 7유로짜리 1일권(A, B존)이 5.5유로에 판매된다. 여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젠더들도 똑같은 혜택을 적용 받는다. 남성이 이 티켓을 사용하다가 적발되면 무임승차로 간주된다고 BVG는 밝혔다.

ⓒal_la via Getty Images

 

BVG는 2017년 유럽연합(EU) 통계를 인용해 EU에서 독일 보다 남녀 임금격차가 심한 국가는 체코(21.1%)나 에스토니아(25.6%) 밖에 없다고 밝혔다. EU 평균(16%)과도 차이가 크다.  

BVG는 ”이 행사의 가장 큰 목적은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들이 매년 잃어버린 임금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건 작은 연대의 제스처입니다.” 

또 BVG는 회사 차원에서 남녀 임금격차 해소와 여성 고용·승진 확대 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2003년부터 추진해왔다고 소개했다. 2010년 취임한 CEO 지그리트 에벨린 니쿠타는 회사 창립(1928년) 이래 첫 여성 CEO이기도 하다.

우리의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 

● 모든 직종에서 남성과 여성에 동일임금 지급

● 기술직과 관리직에서 여성 승진

● 자격조건이 동등할 때 여성 우선

● 현재 20%에 못 미치는 여성 비율을 2022년까지 27%로 끌어올림

● 육아휴직 이후 기존에 있던 자리(풀타임)로 복귀할 수 있도록 보장

● 임신부 보호 확대와 유연근무 모델 

● 파트타임 트레이닝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일부 남성들은 소셜미디어에 BVG의 이번 캠페인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남성들에게 이 여성 전용 승차권을 구입할 것을 독려했다. 검표원에게 적발되더라도 (역)차별로 소송을 내면 간단히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BVG는 이같은 반발은 예상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 페트라 넬켄은 ”이에 대해 험담이 있을 것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연히 이 요금 차이는 불공정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그게 바로 포인트다. 우리는 단 하루 동안이라도 승차권이라는 형식을 통해 이 임금격차가 실재하는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느끼게 하고 싶었다. 이건 여성들이 매일 마주하고 있는 문제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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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독일 #베를린 #남녀 임금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