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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허프 기획 IV] 20대와 40대의 경제관 차이 조사

내집 마련, 20대도 40대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

  • 백승호
  • 입력 2019.03.15 10:21
  • 수정 2019.03.15 11:05

세대 간 갈등은 해묵은 주제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식이 변화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요즘의 세대 간 갈등은 그 폭이 조금 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변화가 이전보다 빨라졌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20대에게 ‘세월호 사건’이 주는 의미나 40대에게 ‘IMF 외환위기’가 주는 의미가 다른 것처럼요.

 

지금 40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80년대의 대한민국은 엄청난 성장 가도를 달리던 시기였습니다. 풍요 속 유년기를 보낸 이들이 막상 사회에 진출할 때쯤 IMF 외환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취업에 실패한 이들도 상당수였고 제때 사회에 진입하지 못해 사회와 격리된 이들도 존재했습니다. 겨우겨우 자리를 잡아갈 무렵인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습니다. 두 번의 경제위기 직격탄을 그대로 맞은 셈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스스로를 ‘버림받은 세대, ‘낀 세대’라 부르기도 합니다.

 

 

지금의 20대는 어떨까요? 어린 시절부터 인터넷과 함께 자랐으며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의 관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전 세대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아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죠. 그러나 유례 없는 실업난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취업을 하더라도 저임금의 계약직인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사회에 진출하자마자 이런 구조적 문제를 느낀 20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집단보다 자기 자신의 행복을 강하게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대와 40대는 각각 ‘막 사회에 진입한 세대’와 ‘기성세대로서 사회의 중추 역할을 하는 세대’입니다. 사회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인식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또 각 세대가 겪은 사회문화적 차이도 양 세대 간의 ‘차이’를 만듭니다.

 

허프포스트코리아는 이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모바일 리서치 기업 오픈서베이를 통해 정말 20대는 보수화되었는지, 20대의 소비패턴은 40대보다 즉흥적인지, 통일과 북한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정말 20대는 40대에 비해 ‘일’과 ‘회사’에 덜 매달리는지, 20대와 40대의 연애와 결혼은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해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2019 허프 기획] 20대와 40대의 가치관 차이 조사는 3월 12일부터 15일까지 매일 한 편씩 연재됩니다

 

 

A(26세)씨는 600만원의 카드 빚을 내고 유럽 여행을 떠났다

B(24세)씨는 12개월 할부로 명품 가방을 샀다

C(28세)는 결혼을 포기하고 외제차를 구매했다

“제가 하고 싶은 거 포기하면서까지 돈을 모으는 건 행복하지 않습니다”

 

앞선 내용은 20대의 소비와 관련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사 패턴이다. 보통은 먼저 특정 소비사례를 설명한다. 대부분 주위에서 찾아보기는 힘든 유형의 ‘과소비’ 사례이다. 그러면서 이들이 ‘미래에 대해 희망을 찾지 못하거나 현재의 행복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이들을 과소비로 이끈다’는 분석으로 끝을 맺는다.

그런데 이런 류의 기사는 대부분 몇 가지 사례에 집중한다. 이 사례가 얼마나 보편적인지에 대한 분석은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이런 사례들이 ‘과대 대표’된 것인지 아니면 ‘일반적인 문화’로 자리잡았는지 구분하긴 힘들다.

 

ⓒAlexander Spatari via Getty Images

 

소비에 더 적극적인 것은 오히려 40대

허프포스트가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앞선 기사들의 설명과 다른 결론이 도출된다. ‘꼭 사고 싶은 고가의 물건(자동차, 가전, 옷 등)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대해 신용카드나 대출을 이용해 구매한다는 응답은 20대가 24%였던 반면 40대는 38.8%였다. 반대로 ‘구매할 수 있는 돈을 모을 때까지 기다린다’거나 ‘포기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20대가 76%, 40대가 61.2%였다. 20대보다는 40대가 ‘고가 물건 소비’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20대에 소득이 없는 대학생이 많아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닐까? 직장인만을 대상으로 한정했을 때 20대의 27.9%가 신용카드나 대출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20대 전체 응답과 비교해서는 소폭 높긴 했지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40대 직장인은 37.6%가 신용카드나 대출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마찬가지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단위: (%) / 단수 응답
단위: (%) / 단수 응답 ⓒ꼭 사고 싶은 고가의 물건(자동차, 가전, 옷 등)이 있지만 여윳돈은 없는 경우에 아래 보기 중 주로 어떤 행동을 하시나요?

 

이런 경향은 ‘신용대출 이용 목적’에도 드러났다. 어떤 경우 신용대출을 이용했거나 이용할 계획(주택마련 상황 제외)이냐는 물음에 20대의 50.4%는 어떠한 경우에도 신용대출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34%는 생활비 등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이용한다고 답했다. 여행이나 물건 구입 등 목돈이 들어가는 소비생활을 위해 대출을 사용하겠다는 응답은 16.8%였다.

40대는 사뭇 달랐다. 어떠한 경우에도 신용대출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2.8%로 20대보다 낮았으며 반대로 생활비 등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52.4%로 20대보다 높았다. 소비생활에 이용한다는 의견은 16%로 20대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직장인으로 한정했을 경우도 신용대출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20대에서 52.1%였던 반면 40대는 36.4%였다. 목돈이 들어가는 소비생활의 경우 20대 직장인은 14.3%, 40대 직장인은 16.8%가 대출을 이용했거나 이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내집 마련, 20대도 40대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집 마련에 대한 의견은 어떻게 차이가 날까? 요새 20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내집’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일까? 결론적으로는 20대와 40대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자기 소유의 집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20대의 48.8%가 40대의 54.8%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 ‘있으면 좋지만 필수는 아니다’라는 답변에는 20대가 46.4%, 40대가 40.4%로 나왔다. 두 답을 합하면 내집 마련 필요성에 공감한 숫자는 20대와 40대 모두 95.2%로 동일했다.

 

단위: (%) / 단수 응답
단위: (%) / 단수 응답 ⓒ자기 소유의 집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저축에 대해서도 오히려 20대가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소 생활비를 제외하곤 모두 저축한다’는 답변은 20대가 12.4%로 40대(7.6%)보다 높았다. ‘적정선의 생활비를 제외하고 모두 저축한다’는 의견은 20대가 53.2%, 40대가 55.6%로 비슷했다. 특별한 저축 목표가 없다는 의견은 40대가 28.4%로 20대(25.2%)보다 높았다.

 

증세와 복지 확대, 40대가 더 긍정적인 이유

증세에 대한 의견은 20대가 더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다. 세금을 줄이면 복지혜택도 줄어들고 증세를 하면 복지혜택도 늘어난다는 전제하에 ‘국가가 세금을 어느정도 거둬야 하냐’고 물었더니 20대의 30.8%는 감세의견을, 51.6%는 현행 유지를, 17.6%는 증세를 답했다. 40대는 26.4%가 감세 의견을 43.2%가 현행 유지를 30.4%가 증세 의견을 보였다. 40대는 감세보다 증세가 더 우세했다.

 

단위: (%) / 단수 응답
단위: (%) / 단수 응답 ⓒ국가가 세금을 어느정도 거둬야 한다고 보시나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한윤형 정치평론가는 “현재의 40대는 주로 70년대생 90년대 학번으로 젊은 시절에 IMF를 겪은 세대”라며 “경제적 위기로 생계와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을 받았던 경험 때문에 이 세대에서는 사회경제적 분배정책에 대한 지지가 일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한평론가는 이어 “20대는 다르게 봐야 할 문제”라며 “이를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보수적’으로 해석할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대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지지가 높았던 것을 언급하며 “사회생활에 대한 경험은 적은 상태에서, 본인들의 알바비 인상, 혹은 사회경제적 분배정책에 대한 지지는 표하는 반면 세금으로 인한 혜택을 별로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증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경향이 높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부와 가난에 대한 기준은 거의 비슷해

부와 가난에 대한 기준은 어떻게 차이날까? 여기에 대해 20대와 40대의 대답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40대가 약간 더 높은 기준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나이와 소득수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소생활비 기준’에 대해서는 100만원 이하 구간과 100~200만원 구간에는 20대가 200~300만원 구간과 300~400만원 구간에선 40대가 더 높았다. 반대로 ‘부자의 기준’에 대해서는 1억 이상과 5억 이상, 그리고 10억 이상을 20대가 더 많이 꼽았지만 40대는 무려 44.4%가 50억 이상을 부자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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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 / 단수 응답 ⓒ. 한국에서 한 사람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최소 생활비를 어느 정도라고 보시나요?
단위: (%) / 단수 응답
단위: (%) / 단수 응답 ⓒ어느 정도의 자산이 있는 사람을 부자라고 생각하시나요?

 

 은퇴시점까지 얼마만큼의 재산을 모을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20대와 40대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양 세대 모두 1억 미만에서 10억 구간까지 고루 포진됐으며 10억 이상 구간을 대답한 사람은 소수였다.

 

 

*이번 조사는 허프포스트가 모바일 리서치 기업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지난 2월 22일 실시됐다. 표본수는 500명, 응답수는 500명이다. 표본오차는 ±4.38% (95% 신뢰수준)이며, 응답대상은 전국 20대 직장인 남·녀 250명, 40대 직장인 남·녀 250명 총 500명이다. 전체 결과는 여기를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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