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총정리]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연기'를 통과시켰다. 남은 절차는 이렇다.

브렉시트 D-14. 영국 의원들이 브렉시트 연기에 뜻을 모았다.

  • 허완
  • 입력 2019.03.15 11:48
ⓒKriangkrai Thitimakorn via Getty Images

영국 하원이 3월29일로 예정되어있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일정을 연기하는 방안에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졌다. 브렉시트가 최소 3개월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슨 투표가 있었던 건가?

영국 하원은 14일(현지시각) 정부가 상정한 리스본조약 50조 연장 안건을 표결에 부쳐 찬성 413표, 반대 202표로 통과시켰다. 영국은 2017년 3월29일 회원국의 EU 탈퇴 절차를 규정한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했으며, 이 규정에 따라 꼭 2년이 되는 2019년 3월29일에 EU를 탈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계속된 영국과 EU의 탈퇴 조건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다. 겨우 합의안(Withdrawal Agreement)이 마련됐지만 영국 하원은 지난 1월과 지난 화요일(12일) 이를 압도적 표차로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이대로라면 영국은 아무런 합의 없이(no deal) EU를 떠나게 된다. 많은 이들이 ‘재앙’을 예고하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날 하원 의원들이 브렉시트 연기에 뜻을 모은 만큼 메이 총리는 EU에 정식으로 리스본조약 50조 연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탈퇴 일정 연기를 위해서는 EU 지도자들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이날 하원에 상정된 2차 국민투표(찬 85 반 334), 노동당의 브렉시트 계획(찬 302 반 318) 등의 나머지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매우 이례적이지만 메이 정부에서는 이례적이라고 할 수 없는 일도 벌어졌다. 내각 각료 네 명이 정부의 이 안건에 대놓고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특히 스티브 바클레이 브렉시트부 장관은 안건을 발의한 정부를 대표해 제안 설명을 하며 ”국익을 위해 하원이 행동할 때”라며 찬성을 촉구하고는 정작 자신은 반대표를 던졌다. ”재무장관이 자신의 예산안에 반대표를 던진 꼴이다.” 노동당 예비내각 브렉시트부 장관 키어 스타이머의 말이다. 

 

ⓒRichard Baker via Getty Images

 

브렉시트는 연기되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Its’ Brexit!)

몇몇 브렉시트 찬성파 영국 의원들이 ‘연기 요청을 받아주지 말라’며 EU에 로비를 하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이 들리고는 있지만, EU 정상들이 영국의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영국을 노딜 브렉시트의 낭떠러지로 밀었다는 일말의 정치적 부담이라도 피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EU는 그동안 ‘브렉시트를 연기하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EU는 극도로 분열되어 있는 영국 의회 상황을 볼 때 몇 개월 연기해봐야 합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본다. (EU는 ‘재협상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더 해줄 건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 측에서 교착상태를 해소할 만한 중대한 조치(조기총선? 메이 총리 사임? 2차 국민투표?)를 제시해야 연기에 동의해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이날 영국 하원 투표 직후 이렇게 말했다. ”테레사 메이가 연장을 요청해오면 우리의 응답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무엇을 위해서? 언제까지?”

 

ⓒASSOCIATED PRESS

 

연기된다면, 얼만큼?

EU가 브렉시트 연기에 동의해준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일정을 얼만큼 뒤로 미뤄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것.

우선 이날 통과된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 연기 계획안에 따르면,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우선 다음주 중에 실시될 3차(!) 승인투표(meaningful vote)에서 마침내 브렉시트 합의안이 통과되면, 영국 정부는 6월30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이는 합의안 통과 이후 브렉시트를 이행하기 위한 관련 법안들을 처리할 물리적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다. ”짧고 제한적인, 기술적 연장”이다. EU도 무난히 연기에 동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마나 가장 덜 혼란스러운 시나리오다.

3차 승인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또다시 거부되면? 이럴 경우 문제가 약간 복잡해진다.

합의안이 부결되면 EU 탈퇴 일정은 훨씬 더 늦어질 것이라는 게 영국 정부의 설명이다. 6월30일은 고사하고 2020년 말까지도 브렉시트가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렇게 되면 5월23일부터 시작되는 유럽의회 선거에 영국도 참여해야 한다. 공식 탈퇴 전까지는 회원국 자격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날 하원 토론 도중 데이비드 리딩턴 국무조정실장은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다양한 브렉시트 옵션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묻는 표결(indicative votes)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다수 의견을 모아보려는 목적을 띤 투표다.

이 때 EU 관세동맹·단일시장 잔류, 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 브렉시트 취소 등 모든 대안들이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어느 쪽으로든 다수 합의가 마련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BEN STANSALL via Getty Images

 

메이 총리가 기사회생할 수도 있다던데?

메이 총리는 ‘벼랑끝 전술’을 쓰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시간을 최대한 끌어서 의원들의 공포를 조장해 합의안에 찬성할 수밖에 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큰 공포를 느끼고 있을 그룹은 브렉시트 강경파 의원들이다. 보수당 내 강경파, 보수당 정부의 연정 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이다. 

이들은 합의안을 또다시 부결시키면 브렉시트가 오랫동안 연기되거나, ‘소프트 브렉시트(EU 관세동맹·단일시장 잔류)’로 정리되거나, 아예 브렉시트가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들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도날드 투스크 EU상임의장도 이날 영국 하원 표결에 앞서 우회적인 압박으로 보이는 트윗을 올렸다. 그는 EU 회원국들이 ”장기 연장”도 검토해야 한다고 적었다. ”영국이 브렉시트 전략을 다시 생각하고 이를 둘러싼 합의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하면”. 

보수당 브렉시트 강경파 의원들의 모임인 유럽연구그룹(ERG)은 14일 대책 회의를 열어 전략을 논의했으며, 일부 의원들은 입장을 바꿔 합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알린 포스터 DUP 대표는 ”합의 없이 탈퇴하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며 정부와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입장을 번복해 합의안을 지지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메이 총리가 3차 시도 끝에 합의안을 통과시킨다면 일단 큰 혼란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지난 화요일 반대표를 던졌던 DUP 의원 10명과 보수당 강경파 75명이 모두 돌아설 경우 합의안은 찬성 327표 대 반대 306표로 통과될 수 있다. 다만 이것도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영국 #브렉시트 #유럽연합 #테레사 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