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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사건을 계기로 '불법촬영물 소지죄' 신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직접 촬영하고 유포해도 처벌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뉴스1

성관계 영상을 불법으로 촬영하고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30)씨 사건을 계기로 남성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이뤄지는 불법촬영물 공유 문화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불법촬영물의 존재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것도 피해 여성에 대한 가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은 13일 성명을 내고 “정준영 사건이 크게 논란이 된 것은 그가 전에 없던 극악무도한 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 사회 곳곳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여성과의 성관계 경험을 과시하는 수많은 ‘정준영’들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한사성은 이어 “불법촬영물은 오랜 시간 남성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와 메신저 속에서 일종의 놀이 문화로 소비되어 왔다”며 “남성들은 직접 촬영과 유포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방관과 동조를 통해 기꺼이 공범자가 되어주었다”고 비판했다.

현행법상 불법촬영물을 보거나 다운로드를 받는 행위 자체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재유포하는 경우에만 정보통신망법 제44조에 따라 처벌받는다. 만약 불법촬영물을 보내달라고 부추겨서 실제로 영상을 받는 경우에는 방조범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처벌 규정과 관계없이 남성들 스스로 유포된 불법촬영물을 공유하거나 보는 것도 옳지 않다는 목소리를 먼저 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준영씨가 보낸 불법촬영물을 본 적이 있다고 시인하며 14일 그룹 하이라이트를 탈퇴한 가수 용준형(30)씨는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저의 행동으로 인해 다른 수많은 피해자들이 생길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에 대해 묵인한 방관자였다”고 했다.

나아가 불법촬영물 소지죄 신설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서승희 한사성 대표는 “(불법촬영물이 공유된) 단체 대화방에 있는 모든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만드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불법촬영임을 알고서도 소지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처벌 조항을 만든다면 유통·소비 총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에 불법촬영물 경찰 신고 기능을 넣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청원인은 청원글에서 “‘신고를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다’는 인식을 심는 일이 중요하다”며 “신고를 받으면 즉각 해당 파일은 공유나 다운로드가 불가능하도록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문제는 직접 성관계 장면을 불법으로 촬영하고 유포한 경우에도 처벌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기소율은 9년 새 절반가량으로 되레 떨어졌다.

법무부가 지난해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를 위반한 혐의로 접수된 사건은 2008년 514건에서 2017년 6632건으로 12배 늘었다. 하지만 기소율은 2008년 64.7%에서 2017년 34.9%로 되레 줄었다.

법원 양형기준도 불법촬영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매우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정책연구원이 펴낸 ‘온라인 성폭력 피해실태 및 피해자 보호방안’ 보고서를 보면, 2017년 서울 지역 5개 법원의 ‘카메라등이용촬영죄’ 1심 판결문 360건을 분석한 결과 징역형이 선고된 비율은 11%, 형량은 6개월~1년에 그쳤다. 절반가량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이 가운데 벌금 300만원 이하가 53.5%에 달했다. 불법촬영 뒤 유포까지 한 사례 34건 가운데 징역형은 9건에 불과했다.

서승희 대표는 “다른 성폭력 범죄보다 불법촬영 범죄 기소율이 너무 낮은 편”이라며 “검찰 내부에서 이에 대해 파악하고 개선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태섭 의원 역시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준다”며 “불법촬영을 하면 무겁게 처벌된다는 인식이 정착되도록 보다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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