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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원이 '노딜 브렉시트 반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D-15 : 브렉시트 대혼돈이 계속되고 있다.

  • 허완
  • 입력 2019.03.14 12:29
  • 수정 2019.03.14 13:24
ⓒHouse of Commons - PA Images via Getty Images

영국 하원이 유럽연합(EU)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를 거부하는 결의안을 13일(현지시각) 통과시켰다. 이로써 3월29일로 예정되어 있는 브렉시트가 연기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전날 실시된 2차 승인투표(meaningful vote)에서 다시 한 번 테레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큰 표차(찬성 242표 대 반대 391표)로 부결시켰던 하원은 이날 노딜 브렉시트 관련 두 건의 결의안을 놓고 투표를 벌였다. 

하나는 보수당 캐롤라인 스펠맨 의원과 노동당 잭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노딜 브렉시트를 배제한다는 내용이다. 이 결의안은 찬성 312표 대 반대 308표로 가결됐다.

메이 총리는 이와는 별도로 ‘노딜 브렉시트 배제’ 정부 결의안을 상정했다. 이는 브렉시트 합의안과 노딜 브렉시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며 의원들을 압박했던 자신의 오랜 전략을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

이 결의안에는 ”하원과 EU가 합의안을 비준하지 않는 한 합의안 없이 (EU)를 탈퇴하는 것이 영국과 EU의 법적 기본값”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의원들은 애매모호한 이 문구를 삭제한 뒤 표결에 부쳤다. 결과는 찬성 321표 대 반대 278표였다. 사실상 같은 내용을 두고 두번째로 실시한 표결에서 표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특히 보수당 소속 의원들 중 장관 네 명을 비롯해 17명이 찬성에 표를 던졌다. 내부 반란표다.

 

물론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이같은 표결 만으로 노딜 브렉시트가 자동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해서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거나 브렉시트를 연기 또는 취소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브렉시트 연기를 추진할 것인지 여부는 14일 진행될 표결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하원은 보수당 내 브렉시트 찬반 의원들의 지지를 받은 이른바 ‘몰트하우스 절충안’을 놓고도 표결을 벌였다. 노딜 브렉시트를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브렉시트 날짜를 3월29일에서 5월22일로 연기하는 내용이다. 이 결의안은 찬성 164표, 반대 374표로 부결됐다.

노딜 브렉시트 거부 결의안이 통과되자 메이 총리는 약속대로 다음날(14일) 브렉시트 연기 여부를 묻는 결의안을 하원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의원들이 브렉시트 연기에 찬성하면 정부는 ”짧은” 기간 동안 리스본조약 50조를 연장(브렉시트 연기)하는 방안을 EU에 요청할 것이라고 메이 총리는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가 상당 기간 미뤄지거나 아예 브렉시트가 취소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합의안 부결에 가담한 브렉시트 찬성파 의원들을 향한 압박이다. 메이 총리가 다음주 중에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3차 승인투표를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House of Commons - PA Images via Getty Images

 

그러나 이런 영국의 상황을 지켜보는 EU는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브렉시트를 왜 연기해야 하는지, 또 얼만큼 뒤로 미뤄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합의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EU 측 브렉시트 협상 대표 미셸 바르니에는 EU가 왜 브렉시트 연기를 수용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EU 회원국의 만장일치된 동의가 필요하다.

″왜 우리가 이 대화를 연장해야 하나?” 바르니에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브렉시트 논의는 마무리됐다. 합의안이 나왔다. 여기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사빈 웨이안드 EU 브렉시트 협상 부대표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사석에서 한 발언을 소개하며 영국 의원들이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표결을 벌이는 것은 ”타이타닉이 빙산더러 비키라고 투표하는 것과 같다”는 말에 자신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TOLGA AKMEN via Getty Images

 

EU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브렉시트 연기에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도무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영국 의회의 상황을 볼 때 똑같은 일이 반복될 거라면 브렉시트 연기를 수용할 명분이 없다는 것.

메이 총리가 언급한 ‘짧은’ 연기로 지금의 교착상태가 해소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EU는 영국 하원이 두 차례나 압도적으로 부결시킨 브렉시트 합의안 말고 ‘더 이상은 해줄 게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영국 측의 중대 조치가 없는 한 EU가 브렉시트 쉽사리 연기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기총선이나 2차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5월23일부터 유럽의회 선거가 시작된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영국 정당들은 선거를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다. 3월29일에 영국이 EU를 탈퇴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브렉시트가 연기된다면 영국의 EU 회원국 자격도 유지되며, 따라서 EU 법률에 따라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EU를 탈퇴하기로 한 마당에 EU에서 영국을 대표할 의원들을 뽑아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5월24일을 브렉시트 연기 시한으로 못박은 바 있다. 다만 새로 선출될 유럽의회의원들의 새 임기가 시작되는 6월말까지로 브렉시트 연기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느 쪽이든,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것조차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독일 베르텔스만재단의 유럽 선임고문 요아킴 프리츠-파나메는 EU가 유연성을 발휘할 의지는 있지만 영국의 상황에 진절머리를 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그는 ”(EU의) 대다수는 지난 2년 동안 영국 의회에서 목격해 온 그 모든 기이한 쇼에 진절머리가 났다”고 말했다. ”‘의회(민주주의)의 어머니’는 어디로 갔나? 파벌싸움과 개인적 이해관계들만 있을 뿐이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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