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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명의 남성에게 어떻게 '남자다움'을 거부하는지 물었다(화보)

남자도 페미니즘으로 얻을 게 많다

ⓒJESSICA AMITY

남성이 페미니즘으로 얻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성 역시 ‘진짜 남자’라는 고정관념에 저항해야만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다. 남성이 회사에서 거지 같은 하루를 보낸 다음 엉엉 울고 싶어도 참고 화를 쌓는다거나, 집안일과 육아를 하는 일에 대해 말하는 걸 꺼리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네팔 출신의 사진작가 제시카 아미티는 니콘 D850을 들고 카트만두를 돌며 만난 남성들에게 ‘남성성에 대한 해로운 고정관념‘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게 자기의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해 물었다. 이 인터뷰이들은 또 전통적으로 ‘남자답지 못한 것’들 중 자기가 하는 일들이 뭐가 있는지도 말했다.

다양한 남성들이 거대한 주제에서부터 매우 사소한 행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답변을 내놓았다. 아미티는 남성들이 이 주제에 대해 할 말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나는 이들이 한참 생각을 하고 나서야 답변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들은 이 문제에 대해 아주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아미티는 이 인터뷰 프로젝트가 가부장제가 남성들에게 굴레를 씌운다는 점을 널리 알릴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다.

“남성들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고, 여성들에게 남성들은 동맹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길 바란다. 해로운 모든 젠더 규범에 도전하려면 남성들을 여성과 함께 이 흐름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일부 답변은 가독성을 위해 편집되었습니다.

 

카스파르,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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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정한 기분이어도 괜찮다.

나는 남성으로서 자신감이 있고 지배적이어야 할 것 같다고 언제나 느껴왔다. 부끄러움이나 불안정은 결코 느껴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남자답다는 것’의 압력 때문에 내 불안정을 다루기가 정말 힘들었다. 내 약점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자 불안정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결국은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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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뒤에서 안아주는 쪽이 아니라 백허그로 품 안에 안기는 쪽이어도 괜찮다.

남성도 포옹받는 걸 좋아한다.

 

데놈, 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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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드러내고 울어도 괜찮다.

부드러운 면을 보여주는 것은 전혀 잘못이 아니다. 우린 모두 인간이고 이 감정들은 완벽하게 정상적이다. 남성이 우는 것은 전혀 잘못이 아니다! 남성이 울고, 감정을 분출하고, 타인들과 느낌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남성이 울지 못하게 하거나 약점을 숨겨야 하는 문화도 있다. 통제가 철저하고 감정적으로 둔하게 보이는 게 더 좋다고 여겨진다. 감정 통제를 못해서 우는 것이라 보고,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계집애처럼 굴지 마’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전세계 소년들이 계속 그런 말을 듣는다면,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겠는가? 누굴 우러러 보게 될 것이며, 소년에서 성인 남성으로 변하는 과정을 어떻게 거칠 것인가?

 

제이슨, 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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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의 차이를 비교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 모두는 인간이고, 중요한 것은 그것뿐이어야 한다.

 

야닉, 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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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 남편이어도 괜찮다.

가부장제에 깊이 물든 사회에서 자란 나는 일부러 그 반대로 살며 금기와 역설에 도전하고 싶다.

 

수쉬루트, 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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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장을 해도 괜찮다.

이성애자 남성으로서 나는 어디서나 편안할 수 있다는 특권을 누린다. 남성인 나는 세상에 대한 우열의 내러티브를 만드는 시스템 중심에 있다. 나의 자기 표현을 어떻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이성애자 남성이 아닌 사람들은 그런 사치를 누리지 못한다는 것도 안다. 그밖의 이들에게는 자기를 표현하는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편할 수 있다.

그래서 비교적 특권을 가진 내가 비전통적인 표현 방법도 정당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나로선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여성적이라 느껴지는 방식으로 나를 표현하는 것은 건강한 남성성은 개개인이 다양한 것 만큼 다양한 표현 방법을 허용한다는 걸 주장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샘, 호주/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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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남자가 되어도 괜찮다.

남성들은 여성을 남성만큼 가치있게 여기지 않는 방식으로 지금의 사회체계를 구축하고 갱신해왔다. 이런 현실을 바꾸는데 있어 남성이 져야 할 책임에 대해 말해도 괜찮다.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것은 남성이 휘두르는 폭력이라는 것을 인지해도 괜찮다. ‘남성’에 대한 기대를 바꾸기 위해 나처럼 한 발 나아가 남성의 목소리를 내도 괜찮다.

 

나리얀, 북아일랜드/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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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려도 괜찮다.

나는 우리 모두가 남성적 및 여성적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는다. 남성성은 스스로에게 감정을 허락하지 않을 때, 이해보다 공격적으로 피해를 주려 할 때 해로워진다. 상처가 깊을 때면 여린 면모를 보이게 되는데, 진짜 남자라면 여려도, 상처 받아도 괜찮다.

 

루크, 호주/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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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옳다고 생각할 때에도 다른 사람에게 승리를 주어도 괜찮다.

양보는 굴욕의 상징일 때도 있지만, 힘의 상징이기도 하다.

 

파비오,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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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인 면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남성이 되어도 괜찮다.

내 감정은 내 정체성의 일부다. 이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힘을 가진다는 것은 순수한 자유다.

 

피터,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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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단점까지 포함한 내 자신이 되어도 괜찮다.

남자다운 것에 대한 고정관념이 끼치는 해악은 남성들의 불안정함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어린 나에게 좋은 남성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충고해줄 수있다면, 핵심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남들의 생각에 신경을 덜 쓰고, 남들을 덜 재단하고, 더 많이 배워라. 일부러 헝클어뜨린 머리 모양을 유지하고, 최대한 많은 파티에 다니고, 여성들과 데이트하는 것에 대해, 혹은 데이트를 못 하는 것에 대해 전전긍긍하지 말라.

 

제프,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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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도 괜찮다.

나는 울보다. 오늘만 해도 파슈파티나트 사원에 갔다가 울어버렸다. 감정적이 되었기 때문인데, 그래도 괜찮다.

 

스티븐, 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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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정의하는 ‘진짜 남성’으로 살지 않아도 괜찮다.

‘진짜 남성’이 무엇인가에 대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남성의 행동과 자세, 걸음걸이, 심지어 춤추는 방식에 대해서도 통제하는 것이다. 나는 정말이지 그 ‘진짜 남성‘처럼 춤추고 싶지 않다. 앉았을 때 다리를 꼬는 방식, 여성과 만나는 법, 친구들과 노는 법까지 이 ‘남자다움’이란 당신 주위의 모든 것을 대하는 방식을 통제한다. 자아중심적으로 살라고 하며, 테스토스테론을 그 무엇보다 중시한다.

‘진짜 남성’에 대한 이런 생각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과 믿음을 통제한다. 안타깝게도 내 머릿 속에도 그런 구조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진짜 남성’이 무엇인지 누가 정한단 말인가? 우리는 ‘진짜 남성’이 무엇인지를 만들어냈지만 그게 내 모습이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이제 ”다 필요 없고, 내 모습을 살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을 바꾼 것이 내겐 큰 해방이었다. 나는 다시 숨을 쉬고 살 수 있게 됐다.

 

바룬, 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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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느껴도 괜찮다.

나는 두려움이 배움의 기회를 준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시대에도 자기가 무언가를 모른다는 사실을 들키는 게 두렵기 때문에 비이성적으로 반응하는 남성들이 있음을 나는 수없이 보았다.

 

닐스,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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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색 옷을 입어도 괜찮다.

특정 색상이 특정 젠더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따위 이유로 선택지를 한정해야 된다는 느낌을 받는 게 짜증난다.

 

막스, 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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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성적이어도 괜찮다.

내 손짓이나 제스츄어가 ‘여자같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몇 번은 신경이 쓰였지만, 곧 이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은 내 얼굴이 여자애 같이 생겼다, 여자애라고 해도 믿겠다는 말도 했다. 내가 내 외모를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러니 나는 ‘아름다운 얼굴’을 가져도 괜찮은 것 같다. 어쨌든, 내가 내 외모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라젠, 미국/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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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보다 사랑과 우정을 더 중요시해도 괜찮다.

내 세대에서는 캐주얼 섹스가 예전에 비해 덜 터부시되고 보다 잘 받아들여진다. 원나잇스탠드에 관심 없는 남성을 사회는 덜 ‘남성적’이라고 보는 것 같다. TV, 음악, 영화는 모두 연애보다 캐주얼 섹스를 더욱 미화하여, 젊은 남성들은 그것이 ‘진정한 남성’을 정의하는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캐주얼 섹스가 나쁠 것은 없지만, 감정적으로 끌리는 사람과만 육체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갖고 싶어하는 것 역시 나쁠 것은 없다.”

 

루카스,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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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심한 남성으로 분류되어도 괜찮다.

남성들은 섬세한 감정이 들 때면 아예 자기 자신을 감춰버리곤 한다. 마치 자존심의 문제 같다. 숨기지 않고 자기 모습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에서 오히려 자존심과 긍지를 느껴야 마땅하다.

 

소남, 티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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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적 사상과 편견에 기반한 것이라면, 내 문화적 전통 중 일부를 부정해도 괜찮다.

전통만 고집한다면 내 어머니, 자매들, 내가 갖게 될지도 모를 딸들이 살아야 할 세상에서 남성 쇼비니즘과 여성혐오가 계속 판을 치게 된다.

 

바스띠앙,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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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간 관계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거부해도 괜찮다.

남성과 여성은 동등하게 자신의 삶을 이끌 수 있다.

 

알베르토,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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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앞에서 내 약점을 드러내고, 내가 언제나 옳지는 않음을 받아들이고, 느낌과 감정을 드러내도 괜찮다.

나는 자기가 언제나 옳다고 믿고, 약점을 숨기고, 모든 걸 통제하는 척하는 류의 남성이 되고 싶지 않다. 내가 과거에 그랬을 때마다 인간 관계가 엉망이 되었고, 나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의 세계와 감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당시 나는 남성이라면 강하고 성공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류의 이미지를 투사하고 있었음을 이제 깨닫는다.

 

토마, 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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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소수자들에 대한 여러 종류의 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가지고 사회 정의를 향한 싸움의 동맹이 되어도 괜찮다.

백인 시스 게이 남성으로서, 나는 가질 자격이 없는 특권을 잔뜩 누리기 때문이다.

 

아르노, 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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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을 물어봐도 괜찮다.

남성들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하고, 길을 묻는 것은 일종의 약점이나 패배로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

 

라파엘, 독일/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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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을 포함해, 여성들을 위해 ‘작은 일들’을 해줘도 괜찮다.

한번은 친구 신발끈이 풀어져서 길에서 무릎을 꿇고 묶어준 적이 있다. 그녀는 놀랐고, 자기가 아는 남성들 중 공공 장소에서 그럴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다. 많은 남성들이 그런 행동은 ‘남자답지’ 못하다고 느끼며, 여성 친구들이나 ‘마초’ 남성들에게 조롱당할까 봐 걱정한다.

 

애덤,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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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움을 요청해도 괜찮다.

여성보다 남성의 자살률이 훨씬 높다는 연구가 있다. 성인 남성과 소년들은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하는 비율이 훨씬 낮기 때문이다. 도움 요청에 자격 따위는 필요없다. 젠더와 무관하게 누구나 도움을 구할 수 있다고 느껴야 한다. 이는 받아들여지고, 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져야 한다.

 

댄,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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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동적으로 행동해도 괜찮다.

나는 대립을 즐기지 않지만, 대립이 생기면 항상 터프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압박과 부추김을 받는다. 누가 내게 주먹을 날리거나 욕을 할 때 내가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맞서 싸우기를 기대받고 싶지 않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의 This Photographer Asked Men How They Reject Toxic Masculinity를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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