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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메이 총리가 EU와 브렉시트 합의안을 도출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인준투표를 하루 앞두고 '최후의 협상'을 벌였다.

  • 허완
  • 입력 2019.03.12 11:30
ⓒBloomberg via Getty Images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1월에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됐던 기존 합의안을 일부 보완한 내용이다.

브렉시트의 운명을 좌우할 하원 승인투표를 하루 앞둔 11일, 메이 총리는 EU와의 최후 협상을 위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로 향했다. 최대 관건은 기존 합의안의 ‘아일랜드 백스톱’ 조항을 보완하는 것이었다. 

보수당 강경파와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은 백스톱 조항이 일단 한 번 적용되면 영국이 이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수 없다는 데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게 영국을 EU에 영원히 묶어두는 덫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일랜드 백스톱은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에 물리적 국경 시설(하드보더)이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브렉시트 이후 전환기간(2020년 12월)이 끝나기 전까지 영국과 EU가 무역 등에 관한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영국을 지금처럼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잔류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Vincent Kessler / Reuters

 

메이 총리는 이날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회담을 마치고 밤 늦게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그는 의회에서 부결됐던 브렉시트 합의안 원안이 ”충분히 강력하지 못해 이를 바로잡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변화가 필요했다”며 ”오늘 우리는 그것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우선 “EU가 백스톱을 무한정 적용하려는 의도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보장하는” 새로운 장치를 마련했다며 이는 ”법적 부담(구속력)과 비교할 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EU가 혹시라도 백스톱을 무한정 적용하려 한다면 영국은 중재를 요청할 수 있으며, EU가 약속을 위반했다고 판명되면 영국이 백스톱을 종료할 수 있게 된다는 게 메이 총리의 설명이다.

또 영국과 EU는 무역 등 양측의 미래관계 협상을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법적 약속을 확보했다고 메이 총리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전환기간이 종료되기 전까지 백스톱을 대체할 ”대안적 방식들”을 즉각 모색하기로 했다.

끝으로 메이 총리는 영국 정부가 별도의 단독 선언문을 브렉시트 합의안에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스탑이 적용되고 무역 등의 협상이 좌초돼 합의 가능성이 없어지면 ”영국이 궁극적으로 백스톱 적용을 해제할 조치에 착수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영국의 입장”이라는 내용이다.

ⓒFREDERICK FLORIN via Getty Images

 

메이 총리는 이같은 장치들이 의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기를 바라지만 전망은 엇갈린다.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 의원들의 모임인 ‘유럽연구그룹(ERG)’의 핵심인 스티브 베이커 의원은 정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에 매우 그럴듯한 광을 냈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RG를 이끌고 있는 제이콥 리스-모그 보수당 의원은 ”확정적으로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옳은 방향으로 가는 단계인 것은 분명하다”며 여지를 남겼다.

DUP의 원내대표 나이젤 도즈 의원은 ”매우 중요한” 세 번째 합의 내용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요청했다. DUP는 합의 내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예비내각 브렉시트 장관인 노동당 키어 스타이머 의원은 ”또 한 번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것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역시 ”오늘 저녁의 이 합의는 테레사 메이 총리가 의회에 약속했던 변화에 근접한 그 어떤 것도 담고 있지 않다”며 부결을 촉구했다.

ⓒThomas Niedermueller via Getty Images

 

하원은 메이 총리가 발표한 브렉시트 합의안 수정안을 놓고 12일 2차 승인투표를 진행한다. 제프리 콕스 법무장관은 아일랜드 백스톱에 대한 정부의 법적 검토 결과를 이날 의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만약 브렉시트 합의안이 또다시 부결되면 의원들은 그 다음날(13일) 노딜(no deal) 브렉시트에 대한 찬반 투표를 벌인다. 여기에서 ‘반대’가 우세할 경우, 의원들은 다음날 브렉시트 연기 여부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근소한 표차로 브렉시트 합의안 인준이 부결된다면 메이 총리가 이번주 중에 다시 한 번 승인투표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영국은 3월29일에 EU를 공식 탈퇴할 예정이다. 만약 그 때까지 합의안도 통과되지 않고 브렉시트 연기도 무산되면 영국은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게 된다. 모두가 ‘재앙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번이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킬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추가적인 해석의 해석이나 보장의 보장은 없을 것이다.” 융커의 말이다. ”이 합의안이 아니면 브렉시트는 아예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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