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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이 언급됐다

17세기 페레트 루벤스의 작품.

  • 강병진
  • 입력 2019.03.12 09:43
  • 수정 2019.03.12 10:51
ⓒ뉴스1

3월 1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등의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 출석하는 임종헌 전 차장의 품에는 여러 서류들이 있었다. 이날 재판부는 임 전 차장에게 검찰이 제기한 공소 사실을 인정하는지에 대해 발언할 기회를 주었다. 임 전 차장은 미리 준비한 A4용지를 들고 읽었다. 이때 17세기 플랑드르 화가 페테르 루벤스의 작품이 언급됐다.

‘뉴스1’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검찰이 공소장을 통해 그린 그림이 너무 자의적”이라며 ”임의로 그린 범죄의 경계선의 폭이 너무 좁고 엄격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문건에 대해 검찰은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권력남용’이라는 구조로 엮었다. 하지만 이는 사법부의 현안에 대해 당시 이슈가 된 내용을 정리하고 내부에 공유하면서 상존 가능한 여러 방안을 브레인스토밍하듯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다.” 그리고는 ”대한민국의 어느 조직이나 단체에서 능히 할 수 있는 내부검토다. 개인에 비유하자면 일기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임종헌 차장은 ”법원행정처 하는 일 중에는 해도 되고, 해선 안 되는 일의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일부는 사법행정권 행사의 정당한 범위고 일부는 강제·일탈·남용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게 형법상 직권남용으로 연결된다는 논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루벤스의 그림이 언급된 건 그 다음이었다. 임종헌 차장이 언급한 건, 시몬과 페로(로마인의 자비)란 작품이었다.

″(이 그림을) 처음 접한 사람은 포르노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실은 아버지에 대한 딸의 효성을 그린 성화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그게 틀린 건 아니다. 재판장께선 공소장에 켜켜이 쌓인, 검찰발 미세먼지에 의해 형성된 신기루 같은 형상에 매몰되지 말아달라.”

ⓒHeritage Images via Getty Images

‘시몬과 페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레이크스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는 작품이다. 노인 남성이 젊은 여성의 가슴에 입을 대고 있다. 언뜻 보면 외설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발레리우스 막시무스의 ‘기억할 만한 언행들’이란 책에 나온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그림 속의 노인은 역모죄로 감옥에 갇혀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벌을 받은 시몬이란 사람이다. 이때 그의 딸 페로가 아버지를 면회갈 때마다 젖을 먹여 아버지의 죽음을 막았고, 이 일이 알려져 왕이 시몬을 석방시켰다는 내용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임종헌 전 차장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은 ‘포르노’와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섞어 진술하면서 ‘여론재판은 끝났다, 이 재판은 여론재판의 항소심이 아니’라고 강조했다”며 ”이러한 표현이야말로 검찰 수사에 정치적 프레임을 씌워 자신에 유리한 판결 선고를 도모하려는 부적절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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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임종헌 #루벤스 #시몬과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