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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항공 302편 추락 : '보잉 737 맥스' 기체 결함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알 수 없지만...

  • 허완
  • 입력 2019.03.11 18:39
  • 수정 2019.03.11 18:46
ⓒStephen Brashear via Getty Images

10일(현지시각) 발생한 에티오피아항공 302편 추락사고로 사고 기종인 보잉 737 맥스8 결함 의혹이 커지고 있다. 운항을 개시한지 얼마 되지 않은 최신형 비행기가 불과 반년 사이에, 매우 비슷한 궤적을 그리면서 두 대나 추락한 보기 드문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중국 항공당국은 11일 자국 항공사들에게 해당 기종의 운항을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10월29일 발생한 라이온에어(Lion Air) 610편 추락사고와 이번 사건에 ”유사점들”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다. 중국에서는 13개 항공사가 96대의 보잉 737 맥스8을 운용중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각각 5대와 2대의 보잉 737 맥스8을 운용중인 에티오피아항공, 케이맨항공도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당분간 해당 기종의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물론 탑승객 157명 전원이 숨진 이번 추락사고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탑승객 189명 전원이 사망한 라이온에어 사고 원인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는 8월에야 나올 예정이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대다수의 항공사들은 현재로서 해당 기종의 운항을 전면 중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VCG via Getty Images

 

그러나 두 추락사고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뉴욕타임스(NYT)는 ”똑같은 기종의 비행기 두 대가 이처럼 짧은 기간 내에 추락한 일이 드물다는 점은 조종사들, 승객들, 엔지니어들, 업계 전문가들의 다급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사고 기종인 보잉 737 맥스8은 2017년 상업운항을 개시한 최신 모델이다. 보잉의 중단거리 여객기 베스트셀러인 737시리즈의 최신형(4세대)이다. 라이온에어 사고기는 항공사에 인수된 지 2개월 만에, 에티오피아항공 사고기는 4개월 만에 각각 사고를 당했다. 

에티오피아항공의 사고기 기장은 8000시간이 넘는 비행 경력을 보유한 베테랑 조종사였다. 라이온에어 기장 역시 6000시간 이상의 비행 경력을 보유한 베테랑이었다. 조종미숙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두 사건 모두 사고 당시 기상 상황은 좋았다.

ⓒMatt McKnight / Reuters

 

두 사고기 모두 이륙 직후 급상승과 급하강을 반복한 끝에 추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종사들은 이륙 직후 ‘기술적 문제’를 겪은 뒤 관제탑에 회항을 요청해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라이온에어 사고기는 이륙 13분 만에, 에티오피아항공 사고기는 이륙 8분 만에 교신이 끊어졌다.   

보잉 737 맥스 시리즈(항속거리와 좌석수에 따라 7, 8, 9, 10의 세부 기종으로 나뉜다)는 연료 효율을 높이고 항속거리를 늘려 인기가 높다. 벌써 350대가 전 세계 항공사들에 인도됐고(1월말 기준), 5000여대가 주문됐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이 해당 기종을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보잉 737 맥스의 첫 번째 사고로 기록된 라이온에어 610편 추락사고는 기체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센서 오작동과 비행 통제장치 소프트웨어 작동 오류로 인한 추락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Xinhua News Agency via Getty Images

 

지난해 말 NYT는 인도네시아 항공당국이 공개한 블랙박스 기록, 항공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의 비행 고도 기록을 토대로 당시 사고를 재구성한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사고기 바깥쪽에 부착된 받음각(angle of attack) 센서는 기체 기수가 너무 높아 실속(stall ; 양력을 잃고 추락하는 것) 위험이 있다는 잘못된 경보를 발신했다.

이에 따라 보잉 737 맥스에 새로 도입된 조정특성상향시스템(Maneuvering Characteristics Augmentation System)은 꼬리날개의 스태빌라이저를 자동으로 작동시켜 기수를 아래로 향하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문제는, 조종사들이 보잉 737 맥스의 이 새로운 기능을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사고기의 기장과 부기장은 스태빌라이저를 반대방향으로 작동해 기수를 다시 끌어올리려 시도했다. 이에 따라 기체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게 된다. 라이온에어 610편은 20여차례 넘게 오르락 내리락 하며 불안정한 고도를 나타낸 것으로 기록된다.

조종사들은 스태빌라이저를 작동시키는 자동 시스템을 억제해 기수를 끌어올리려 거듭 시도했으나 자동 시스템은 10여초 만에 다시 가동되는 일이 반복됐다. 조종사들은 끝내 ‘자동 시스템과의 싸움’에서 패배했고, 기체는 5000피트에서 시속 700km 넘는 속도로 급하강, 바다로 추락했다.

ⓒASSOCIATED PRESS

 

NYT는 만약 조종사들이 자동 시스템을 끄고 수동으로 전환했다면 비행기를 제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당시 조종사들은 비행기의 새로운 시스템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애초 보잉은 항공사들에 구형 737 모델 조종 자격을 가지고 있는 조종사들이 컴퓨터를 통해 16시간의 추가 교육만 받으면 737 맥스를 조종할 수 있다고 공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NYT는 지난해 10월 추락사고 이후 ”조종사들은 보잉 및 규제당국 기관들에게 보잉 737 맥스의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전달 받았고, 항공사들은 이에 대한 트레이닝을 제공해왔다”며 ”라이온항공과는 다르게 안전성에 관한 높은 평판을 유지해온 에티오피아항공이 이와 같은 트레이닝을 실시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프린스턴대 교수이자 항공기 운항 시스템 전문가인 로버트 스텐걸은 더 많은 정보가 밝혀지기 전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을 결론 내릴 수는 없다고 NYT에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두 사고의 유사성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들이 대중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황 증거만 들여다보면, 멈칫 하게 된다. 그렇지 않나?” 스텐걸 교수가 말했다. ”그건 깊이있는 기술적 분석이 아니라 그저 (자연스러운) 인간 본성이다.” (뉴욕타임스 3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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