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법원에 출두했다.
1980년 ‘5월 광주’ 학살의 책임자인 전두환씨가 5·18 이후 39년만에 ‘광주법정’에 서는 것이다. 12·12 군사반란과 5·18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등 5·18 관련 피의자로 법정에 서는 것은 23년 만이다.
전씨는 이날 낮 12시34분쯤 광주시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에 도착했다. 애초 출석 시간보다 2시간 빠른 시각이다.
경호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검정색 에쿠스 승용차에서 내린 전씨는 검정색 바탕에 흰색 줄무늬 양복을 입고 노랑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전씨는 취재진과 5월 관련단체 등을 의식한 듯 허리를 곧추 세우며 시종일관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법정동에 도착한 전씨는 취재진들이 ‘5·18에 대해 사죄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거 왜 이래”라며 재판장으로 곧장 향했다.
사실상 첫 공판기일인 점과 5월 관련단체의 집회 등을 의식해 5·18과 관련해선 아예 언급을 피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32분쯤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승용차를 타고 광주로 출발했다.
한편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전씨는 지난해 8월 한 차례 재판에 나오지 않았고 9월엔 광주 대신 서울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신청했다가 기각됐다. 이후 지난달 7일 열린 재판에는 독감을 이유로 불참했다가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