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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있는 여성이 이혼을 결심할 때

정말 오랫동안 나는 뭔가가 바뀌어야 한다고 느꼈다.

ⓒd3sign via Getty Images

이불로 목 둘레를 감싸며 침대 속으로 파고들자 온몸이 녹는 게 느껴진다. 일하고, 운동하고, 아이들을 데려와 저녁을 먹이고 목욕을 시키고 책을 읽어주고 나자 나는 완전히 지쳤다. 광속으로 지나간 오늘 하루 중에 심호흡을 한 건 지금이 처음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만족스럽다. 나는 몸을 쭉 펴고 공간을 차지한다. 나는 혼자 침대에 눕는 게 아무렇지도 않다. 사실은 이게 더 좋다.

별거한지 1년이다. 힘든 점들도 있었지만 혼자 자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결혼 후 나는 언제나 더 많은 공간을 원했다. 내가 결혼 생활을 그만두기로 한 이유 중 하나였다. 오랫동안 내게 그럴 힘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지금 4세, 9세인 아이들에게 너무 큰 충격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금전적으로 내가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친구들이 부부 세라피스트들의 전화번호를 주었다. 우리는 그중 셋을 만나보았다.

그래도 정말 오랫동안 나는 뭔가가 바뀌어야 한다고 느꼈다.

처음엔 달라져야 하는 것이 내 안의 무언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건강에 집중했다. 잘 먹고 운동도 했다. 음주를 줄였다. 요가 자격증을 땄고 수면 문제를 모든 각도에서 공략했다. 내가 꿈꿔왔던 직업인 프리랜스 작가로 일하고 있었고, 한 아이는 학교에, 한 아이는 파트타임 육아시설에 맡기니 마침내 일에 몰두할 시간이 생겼다. 인생의 영역들 대부분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었는데도 행복하지가 않았다. 기운이 빠지는 듯했고, 짜증이 났고 우울증 직전 같았다. 가끔은 “아이를 둘 둔 결혼 생활이란 원래 이런 건가 봐. 다들 이런 기분인가 봐.”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내 삶을 냉철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내 불만의 주원인은 내 결혼 생활에 대한 불만이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잘못된 것에 깊이 파고들자, 나는 남편에게 말할 때 더 이상 할 말을 참지 않게 되었다. 귀가가 늦는다거나, 전화기에 정신이 팔려 있다거나 하는 모든 일을 두고 비난을 퍼부었다. 믿고 의지할 수가 없다고 늘 따졌다. 나는 분노를 표면에 드러냈고, 내게 필요한 것에 대한 내 감정을 숨기지 않자 우리는 똑같은 싸움을 계속 반복했다.

하지만 사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선 내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않았고 남편이 무엇을 하든 앞으로도 절대 행복해지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진실을 가족은 커녕 내 자신에게 인정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오직 자신의 편안함을 위해 가족을 반토막 내는 사람이 내가 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나를 붙잡아둘 수 없는 사람과 결혼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고 결론 내린다면 나는 몇 달, 몇 년 동안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이었다. 나는 불행한 어머니였지만, 두 부모 가정을 둔 아이들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내 아이들은 두 집 사이를 오가거나 명절을 쪼갤 필요가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심해진 부부 싸움 때문에 남편과 나는 괴로웠지만, 각자의 길을 간다는 건 불가능으로 느껴졌다.

마침내 나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남편이 일주일짜리 출장을 다녀온 직후에 일어났다. 출장 기간 중, 나는 남편이 없는 동안에는 내내 분노를 느끼지는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잠도 더 잘 잤다. 더 이상 내 정신건강을 희생할 수는 없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대화를 혼자서 몇 번이나 연습한 뒤, 몇 달 후에 나는 남편에게 결혼 생활을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천천히, 고통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아이들에게 말하는 것이 가슴 아팠다. 딸은 자기 방으로 달려가 흐느꼈다. 베개 밑에 머리를 묻고 흐느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이것저것을 물었다. 아이의 가장 큰 걱정은 우리 둘 다 재혼할지, 우리를 새로운 사람과 공유해야 할지 였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최대한 수월하게 해주려 애썼다. 6개월 동안 아파트를 빌려서 교대로 왔다갔다 했다. 아파트 임대 기간이 끝나자 남편은 우리 집에서 나가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새 집으로 옮겼다. 나는 변화를 맞을 자세가 되어있었고, 준비하는데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인지 아이들도 그런 것 같았다. 새 방을 장식할 때는 심지어 신난 것 같기도 했다. 몇 달이 지나는 동안 아이들은 생활에 바뀐 것에 대해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내 상상을 뛰어넘는 정도의 회복력이었다. 그렇지만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용감해져야만 했다.

이게 최선이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난 지금도 ‘만약’을 생각한다. 만약 내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것이었다면? 만약 우리가 잘 되게 할 수 있었더라면? 만약 내 행복이 내가 남편과 두 아이에게 주었던 감정적 부담에 비해 더 작았다면?

조용한 밤이면 잠에 빠져들기 전에 익숙한 느낌이 든다. 스스로 거리를 두려고 노력해야 했던 느낌이다. 이 순간에는 그게 안 된다. 나는 외롭지도, 일상의 일들을 처리하는 게 힘들지도 않다. 결혼 중일 때보다 내 삶에 더 압도당한 것도 아니다. 어떤 스트레스들은 심지어 줄어들었다. 하지만 죄책감은 지금도 나를 괴롭힌다. 내가 내 가족을 찢어놓았음을 생각한다. 자기 집에 혼자 있는 남편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그는 괜찮으려나.

싱글 맘들은 대부분 데이트할 시간이 없다, 시간을 낸다 해도 현대의 데이트란 엉망진창이다라며 불평한다. 외롭다거나 너무나 많은 짐을 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경제적 부담, 감당할 수 있는 탁아, 장 봐오라고 전화할 사람이 없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모든 것은 싱글 육아의 현실이고, 힘들다. 내게도 힘들다. 하지만 이제까지 내가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은 결혼 생활에서 떠난 사람, 포기한 사람, 끝을 선언한 사람, 떠날 준비가 되었음을 깨달았던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었다.

장기적으로는 이게 우리 모두를 위해 더 좋은 일이라고 믿지만, 뭔가 다른 것이 필요해 가족을 깬 것이 나라는 사실에 마음이 안 좋아지는 일이 한 번도 없는 날은 흔치 않다. 입을 다물고 그 당시의 삶에 만족하는 방법을 찾았더라면 다른 누구도 괴로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남편은 지난 한 해 동안 마주했던 모든 어려움들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두 집을 오가지 않았을 것이다.

내 결혼의 끝이 내 선택이었음은 너무나 무거운 짐으로 느껴지고, 이걸 내려놓는 방법을 나는 영영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죄책감은 내가 의도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게 만든다. 잘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죄책감의 끈이 나를 끌어당긴다. 기쁨을 찾기가 힘들어진다. 내가 행복해질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진실을 찾으려면 언제나 더욱 더 깊이 파고 들어가야 한다. 그런다 해도 진실은 정말 잘 보이지 않는다.

나는 누구에게나 더 온화하게 대하고, 더 많이 용서할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나를 찾아와 결혼 생활이 오래 전부터 불행했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지만 실행에 옮길 힘이 나지 않는다면, 나는 그녀에게 벗어나라, 다른 모든 사람들의 행복이 중요한 만큼 당신의 행복도 중요하다라고 말할 것이다. 파트너를 위해서, 심지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결혼을 유지하라고는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이 아주 불행하다면 온가족이 괴로워진다. 다 알고 있지만, 스스로에게 이 사실을 일깨우기란 말만큼 쉽지가 않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뜰 때까지 죄책감에 휩싸여 있지는 않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내 감정이 좋든 나쁘든 그냥 느낀 다음 보내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공간을 만들게 될 것이다. 애초에  내 인생을 새로운 방향으로 돌린 이유부터가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행복하고 만족하는 아이들을 끌어안는다. 커피를 만든다. 점심 도시락을 싸고 아이들을 내보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숍에 가면 새로운 느낌이 떠오른다. 내 삶을 바꾸겠다는 의식, 힘, 헌신이 있었다는데 안도한다. 쉽지는 않았지만 옳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죄책감이 끝나지 않았다는 건 안다. 죄책감이 다시 부글부글 피어오를 것이고, 나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하듯 내 자신에게 조리있게 말해줘야 할 것이다. 스스로에게 연민을 주어야 할 것이다.

내 가족의 형태를 바꿨다는데 대해 언제나 죄책감을 느끼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 덕분에 내가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이 되었고, 그 결과 더 나은 엄마가 되었다는 것도 안다. 죄책감이 들 때마다 내가 돌아오는 지점이다. 내가 새로운 삶에 더 단단히 발을 디딜수록, 자신감 역시 더 많이 찾아올 것이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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