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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의 인기 폭발 "지금 입덕해도 늦지 않습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가 감동을 부른다

ⓒ한겨레

“휘익!” “팡!” “와아!”

지난 2월23일 오후 4시 인천 계양구 인천계양체육관. 도드람 2018~2019 브이(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가 열린 날이었다. 2800개 관중석뿐만 아니라 계단까지 관중이 들어찼다. 홈팀인 1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원정팀인 4위 지에스(GS)칼텍스 서울킥스(Kixx)의 격돌. 정규 시즌 막바지, 코트 안팎의 열기는 한여름의 그것보다 뜨겁다.

프로 야구에 ‘가을 야구’가 있다면, 프로 배구에는 ‘봄 배구’가 있다. 시즌 최종 우승팀을 가리기 위한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일컫는다. 6개 여자배구팀 가운데 단 3팀만 올라간다. 상위권 싸움은 시즌 후반기까지 이어졌다. 치열한 경쟁은 여자배구가 인기몰이하는 데 완벽한 도화선이 됐다.

도화선은 여자배구 시즌 막바지까지 타들어 가다, 드디어 폭발했다. 매진 기록이 이어졌고, 중계 시청률도 솟았다. 4일 한국배구연맹 자료를 보면, 2018~2019 브이리그 여자부 5라운드 평균 관중 수는 2702명으로 지난해 같은 라운드 평균 관중 수(1699명)보다 59%나 증가했다.

시청률도 케이블티브이(TV) ‘대박’ 시청률의 기준으로 삼는 1%를 넘겼다. 5라운드 평균 시청률이 정규 여자부 경기 최초로 1.02%를 기록했다. 여자배구 인기를 반영해 경기 운영 방침까지 변경한 덕이다. 브이-리그는 올해 처음으로 평일 여자부 경기 시작 시각을 오후 4시에서 저녁 7시로 옮겼다. 주말만 배구장을 찾던 이들에게 즐거운 소식이었다.

ⓒ한겨레

여자배구의 폭발적인 인기는 우연이 아닌, 다양한 요소의 화학 작용이 일어난 결과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구의 황제 김연경 선수의 등장, 이어지는 신진 스타 선수들의 탄생은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요소다.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선수가 여럿이다. 배구 팬은 연령도 불문이다. 23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만난 김태연(11) 어린이는 “제일 힘든 수비를 하는 흥국생명 김해란 선수의 팬이다. 직접 와서 경기를 보니까 선수들의 조그만 동작도 다 보이고, 한 경기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한겨레

한순간도 눈을 떼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로운 여자배구 경기 내용은 배구 덕후들을 끌어모은다.

여배 덕후(여자배구 마니아)를 자처하는 석아무개(29)씨는 “배구에는 랠리(네트를 사이에 두고 양편의 타구가 이어지는 일)가 있는데, 여자배구는 이 부분이 제일 재미있다.

상대가 아무리 세게 때려도 계속 공을 주워 올려서 다시 공격한다”고 설명했다. 미디어 등을 통해 일반적으로 굳어진 여성상이 아닌 ‘강한 여성’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여자배구의 매력은 아기자기한 플레이에 있다’는 세간의 평가를 반박하는 팬들도 많다.

강송희(23)씨는 “미디어에 노출된 여성 대부분은 수동적이고, 예뻐야 하는 존재다. 그런데 지난 리우올림픽 때 여자배구 경기를 보고 승리욕을 불태우는 세계가 남성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며 입덕(어떤 분야의 마니아가 됨)의 계기를 밝혔다.

이번 배구 시즌은 3월에 막을 내린다. 그러나 여자배구 축제는 이어진다. 8월17일부터 25일까지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 아시아대륙예선전 출전권이 걸린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가 열린다. 가장 반가운 건 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이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이다. 봄 배구 너머 여름 배구가 기다리고 있다. 여자배구 입덕,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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