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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프라이버시 중심 소셜 네트워크'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 허완
  • 입력 2019.03.07 17:51
ⓒStratol via Getty Images

‘세계를 연결한다(connect the world)’ 

이것은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가 누누이 강조했던, 페이스북의 ‘미션’이었다. ”제가 페이스북을 만든 건 대학 친구들과 연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언젠가는 누군가가 전 세계를 연결할 것이라고 늘 생각했지만, 그게 우리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커버그가 2017년 6월에 쓴 글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의 말처럼 세계는 페이스북으로 연결됐다. 사람들은 사진을 올리고, 기사를 공유하고, 댓글을 달았다. 낯선 사람을 만나 친구가 되었고, 스포츠팀을 함께 응원했으며, 주말에 무엇을 먹었는지, 또 오늘 학교나 직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부지런히 기록해 공유했다. ‘좋아요’.  

저커버그는 이제 조금 다른 미래로 가겠다고 말한다. 널리 공개되는 포스트 대신 암호화된 일대일 메시지로, 불특정 다수와의 소통 대신 아는 사람들과의 소규모 사적인 대화로. 또 영원히 기록으로 남는 포스트 대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는 메시지로.

말하자면, ”마을 광장”들 대신 집의 ”거실” 같은 공간으로. 

ⓒChesnot via Getty Images

 

‘광장‘에서 ‘거실’로

저커버그가 7일(현지시각) 이같은 구상이 담긴 ‘프라이버시에 초점을 맞춘 소셜 네트워킹의 비전’을 발표했다. ”저는 사람들이 서로 나누는 대화가 안전하게 유지되고 메시지와 콘텐츠가 영원히 머물지 않는 그런 사적이고 암호화된 서비스로 커뮤니케이션의 미래가 점점 더 전환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커버그의 설명이다.

그의 설명을 조금 더 들어보자.

″많은 사람들은 일대일 또는 단 몇 명의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오는 친밀감을 선호합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공유한 것이 영구 기록으로 남는 것을 더 조심스러워 합니다. (...) 몇 년 내로, 저는 페이스북 네트워크에서 사람들의 주된 소통 수단이 메신저와 왓츠앱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구상은 이렇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메신저(Messenger), 인스타그램, 왓츠앱(WhatsApp)으로 구성된 ‘페이스북 네트워크’ 중 보다 사적인 플랫폼들을 긴밀히 연동(‘통합’은 아니다)하겠다고 밝혔다. 메신저, 인스타그램, 왓츠앱이다. 이제 ‘오픈 쉐어링’ 보다는 ‘프라이빗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현재 페이스북에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면 메신저를 써야하고, 인스타그램에서는 ‘디엠(Direct Message)’을 써야 하고, 왓츠앱에서는 왓츠앱을 써야 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앱으로 이 네트워크들에 걸쳐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고 싶습니다. (...) 여러분은 메신저에서 왓츠앱에 등록된 누군가의 전화번호로 암호화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될 것입니다.”

저커버그는 ”왓츠앱을 개발했던 방식대로” 이같은 구상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가장 기본적이고 사적인” 소통 수단인 메시지에 초점을 맞춘 다음, 그 바탕 위에서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더 다양한 방법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전화, 영상통화, 그룹, 스토리, 비즈니스, 결제, 쇼핑, 궁극적으로는 그밖의 개인적 서비스들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나아가겠다는 것. (‘만물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카카오톡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면에서 저커버그는 지금 메시지앱 위챗(WeChat)을 만드는 중국 기업 텐센트의 전략을 모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인들에게 위챗은 단순한 메신저앱이 아니다. 뉴스를 읽고, 물건을 팔거나 사고, 택시를 호출하고, 배달음식을 주문하고, 정부 민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대한 플랫폼이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안전하고 사적인...?

저커버그는 이 장문의 글에서 앞으로 회사의 기반을 ‘사적인 소통’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원칙들도 언급했다. 대화를 종단간(end-to-end) 암호화하고, 정보가 ”짧은 기간 동안”에만 남아있도록 하며, 각각의 플랫폼이 끊김없이 연동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독재국가 같은 곳에는 데이터를 보관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안전한(secure)‘과 ‘사적인(private)’이라는 표현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동안 벌어졌던 일들을 생각하면 놀랄 일은 아니다. 페이스북은 수천만명의 개인정보를 서드파티 업체과 부적절하게 공유했고, 이용자들의 동의 없이 기업들에게 유저 데이터 접근을 허락했으며, 환자 데이터를 비밀리에 수집·식별하려 했다.

숨 쉴 틈도 없이 논란이 이어졌다. 페이스북은 미국과 유럽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에 직면했다. 저커버그는 의회 청문회에 불려나갔다. 페이스북은 2018년에야 ‘개인정보 보호 바로가기‘를 도입했고, 이제서야 ‘기록 삭제(clear history)’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심지어 완전히 삭제되는 것도 아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프라이버시 중심 플랫폼을 페이스북이 만들수 있다거나 심지어는 그걸 원할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서비스를 만든다는 탄탄한 평판이 현재 우리에게는 없기 때문입니다.” 저커버그가 시인했다. 그러나 충분하지는 않았다.

와이어드는 저커버그가 장장 3000자에 걸쳐 적어내려간 페이스북의 새로운 ‘비전’에는 ”한 가지 눈에 띄게 누락된 게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프라이버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미래에서 데이터 공유와 타겟광고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데이터 수집에 대한 그동안의 느슨한 정책은 페이스북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광고 사업 중 하나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줬다. 페이스북이 수집하는 모든 데이터는 광고주들이 사람들을 나누고 타겟팅할 수 있도록 해줬다. 제조사나 소프트웨어 파트너사들과 부적절한 계약을 맺었다는 비판을 받게된 것도 바로 그 데이터 (수집)에 대한 집요한 추구 때문이었다. (와이어드 3월6일)

테크크런치는 ‘마크 저커버그가 프라이버시를 발견했다’는 조롱 섞인 제목으로 이 소식을 전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용자들에게 마음의 평안은 가져다주겠지만, 이는 페이스북의 비즈니스를 복잡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출의 98%를 광고에서 얻는 페이스북은 메시지 플랫폼(왓츠앱, 메신저)에서 의미있는 매출을 낼 방법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페이스북의 핵심 성장 전략은 더 많은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세계를 연결’한다는 이름으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더 많은 광고를 판매해 더 많은 수익을 내는 사업 모델이다. 이론적으로 프라이버시와 기존의 사업 모델은 양립하기 어렵다.

″이걸로 공개 플랫폼을 대체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계속에서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저커버그가 WSJ에 말했다. ”(그러나) 친밀하고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도 풍부한 플랫폼을 개발할 여지가 있습니다. 더 공개적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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