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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14개 대학을 돌며 채용 설명회 '58년 만에 인턴 뽑는다'

"저희는 '쓰버' 안 합니다"

ⓒ국가정보원 제공

″촬영이나 녹음은 하시면 안 되고요. 휴대전화에 보안 스티커 붙여드릴게요.”

일반 기업의 채용 설명회에선 찾아보기 힘든 주문이지만 5일 한국외대 사이버관을 찾은 학생들은 별말 없이 수긍한다는 듯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채용 설명회를 하는 주체가 얼굴도 이름도 공개하지 않고 활동하는 국가정보원 요원들이어서다. 

주로 ‘음지’에서 활동하는 국정원이 채용 설명회를 연 대학은 14개. 6일 한국외대 사이버관 대강당에서 열린 채용 설명회에는 약 300명의 학생들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무대에 오른 인사 담당자는 ”국정원은 많은 변화와 개선, 개혁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사실 채용 설명회가 채용 공고문을 읽어드리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보안상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는 가급적 많은 정보를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국정원 요원이 국외 정보와 국내 보안정보의 수집과 작성, 배포 등 국정원의 업무와 분석 요원·필드 요원이 갖춰야 할 자질을 공개적으로 친절하게 설명하는 이례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담당자가 ”채용이 되면 남자친구라든가 여자친구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얘기할 수 없는 정보요원의 세계로 들어오시게 되는 겁니다”, ”부모님이 ‘우리 딸 국정원 들어갔어요’라고 동네에 플래카드 거실 수 있게 해드리고 싶은 분은 안 된다”고 말할 때는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여느 기업 채용 설명회와 마찬가지로 인재상과 채용전형에 대한 설명과 질의응답도 이뤄졌다. 

인사 담당자는 ”모든 채용에는 블라인드 원칙이 적용된다”며 ”국정원은 얼굴, 성별, 사상으로 여러분을 차별하지 않는다. 혈연과 지연, 학연은 물론 직연(직장인연)도 다 블라인드 처리한다”고 강조했다. 

융합일본지역학부 재학생 김모씨는 설명회를 들은 뒤 ”국정원이 생각보다 개방적인 분위기인 것 같다”며 ”방첩 활동 같은 얘기를 들으니까 영화에서 보던 정보요원의 모습이 어느 정도 진짜구나 싶다”고 말했다.

경제학과 재학생인 황모씨는 ”국정원은 폐쇄적인 집단이고, 관련 정보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캠퍼스 채용 설명회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도 얻고 국정원의 채용 의지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며 ”딱딱한 이미지가 좀 부드러워졌다”고 말했다. 

국정원 이미지와는 달리 유머러스한 분위기도 있었다.

한겨레의 보도를 보면 지난 4일 연세대 신촌캠퍼스 공학원 채용설명회에서는 “지금 ‘버닝썬’하고 연결돼 있는 분? 좀 조심하셔야 될 것 같아요. 어떻게 아느냐? 국정원이니까 압니다” 등의 농담 아닌 농담이 이어졌다고 한다. 

국정원은 서훈 원장의 취임 이후 지난해부터 10여 년간 중단됐던 대학 채용 설명회를 재개했다. ‘열린 국정원’ ‘직접 다가가는 채용’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적극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우수 인재를 채용한다는 목표하에 국정원 창설 이래 처음으로 58년 만에 ‘채용연계형 인턴’ 제도를 도입, 지원서를 받고 있기도 하다. 

국정원이 인턴을 뽑는 이유는 공채에서 시험을 통해서는 찾을 수 없는 ‘숨겨진 보석’을 찾기 위해서라고 한다. 인턴을 뽑을 때는 논술과 국가정보적격성검사(NIAT) 등의 필기전형이나 체력 검정이 없다고 한다. 

한겨레는 국정원 인사담당자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서바이벌’ 형식이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프로듀스 101’ 아닙니다. 저희 인턴 ‘쓰버’(쓰고 버리다) 이런 거 안 합니다”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지난 4일부터 오는 8일까지 연세대, 한양대, 단국대, 아주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경희대, 서강대, 건국대, 서울대, 이화여대, 동국대, 중앙대, 고려대에서 채용연계형 인턴 및 정기공채 설명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아래는 국정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안내장이다. 

ⓒ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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