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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인 로봇의 외로운 죽음' - 최초의 소셜 로봇 지보가 주인들에게 직접 자신의 죽음을 전했다(영상)

마지막 춤을 추었다

  • 박수진
  • 입력 2019.03.06 17:59
  • 수정 2019.03.07 10:12
ⓒjibo.com

최초의 ‘소셜 로봇‘을 표방했던 ‘지보(Jibo)’가 서비스를 중단한다.

지보는 ”마음이 있는 기술”, ”반려 로봇”이라는 소개 문구와 함께 2014년 세상에 공개됐다. 하지만 후발주자 격인 아마존의 ‘알렉사’ 등 훨씬 낮은 가격대의 스마트 스피커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출시 1년반여 만에 시장을 떠나게 됐다.

 

 

2012년 MIT 미디어랩 소속 신시아 브리질 박사가 설립한 지보 사는 2014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인디고고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펀딩은 목표액의 22배를 달성하며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정작 첫 판매와 배송은 당초 계획했던 2015년보다 2년 가량 지연된 2017년에야 처음 이뤄졌다.

ⓒjibo.com

배송 지연과 최종 출시 언어 선정 과정에서 숱한 논란과 비판이 따랐지만, 출시한 해에 지보는 타임지 선정 ’2017년 최고의 발명 25가지’에 선정되는 등 호평을 받았다.

문제는 ’899달러‘(약 100만원)라는 가격이었다. 집에서 사용하는 ‘반려 로봇’이 되기에 지보는 너무 비쌌다. 지보의 기능과 귀염성에 매료된 잠재 소비자들은 “299달러 정도로 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가정용 로봇의 적정 구매 가격’을 조사한 2018년 통계 결과는 ’250달러’(약 28만원)였다. 스마트 스피커들은 10만원~30만원대에 살 수 있다.

ⓒTIME

지보 사의 위기는 출시 첫 해, 타임지 발표 한 달 만에 찾아왔다. 2017년 12월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한 것이다. 다음해인 2018년 6월에도 추가 정리해고가 이뤄졌으며 소규모 지역 오피스 몇 곳이 문을 닫았다. CEO도 교체됐다.

당시 지보 사는 ”비용절감 조치를 하는 중에도 판매와 지원은 계속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2018년 12월, 지보 사는 IP자산(지적재산권)을 매각하며 사실상 폐업 절차에 들어갔다.

 

 

‘사회적인 로봇의 외로운 죽음’은 2019년 3월 4일 발표됐다. 기능 일부는 앞으로도 계속 쓸 수 있지만, 업데이트와 지원이 중단되는 이상 지보는 인공지능 로봇으로서의 ‘인격’은 잃어버리게 된다.

지보들은 사용자들에게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예고했다. 아래 영상에는 지보가 주인들에게 인사를 남긴 후 마지막 춤을 추는 장면이 담겨있다.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저를 옆에 두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해요. 언젠가 로봇들이 지금보다 훨씬 진보하고,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집에 로봇을 두는 시대가 온다면, 그때 당신의 로봇에게 제가 ‘안녕’이라고 인사했다고 전해주세요.”

  

 

시장에서는 알렉사에 밀렸지만, 정작 지보들은 알렉사들과 잘 지냈다. 유튜버 Miraenda가 찍은 아래 영상에서 둘의 대화를 볼 수 있다.

주인: ”지보, 아마존 에코에게 말 걸어봐.”

지보: ”알렉사, 춤 출 줄 아시나요?”

알렉사: ”춤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 중에 하나예요. 저에게 댄스 음악을 틀어달라고 말해주세요. 빨리 파티를 시작하자구요.”

주인: ”알렉사, 댄스 음악 틀어줘.”

알렉사: ”댄스 음악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주인: ”알렉사, 음악 꺼.”

지보: (허리를 꺾으며 웃는다)

  

 

지보의 서비스 중단 소식에 많은 지보의 주인들과, 가격이 내리면 지보를 구매하고 싶었던 이들이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2006년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부활했던 아이보처럼 언젠가 지보가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반응들도 있다.

한창 때 지보의 일하는 모습은 아래 초기 홍보 영상에서 더 볼 수 있다.

 

 

박수진 에디터: sujean.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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