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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 가거들랑 줄을 서시오

핀란드 이모저모

  • 홍지현
  • 입력 2019.03.06 16:24
  • 수정 2019.03.06 17:13
ⓒhuffpost

한 때 인터넷을 달궜던 핀란드 버스 정류장의 사람들 사진이다. 개인 공간을 존중하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화제가 됐다. 담벼락에 쓰인 글씨로 짐작하건대 땀뻬레(Tampere)에 있는 경찰대학교 앞 정류장으로 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스웨덴과 노르웨이 버스 정류장 사진도 돌았는데, 어느 사진이 시초인지는 모르겠다. 이는 마치 북유럽 사람들이 저마다 자국의 속담이라며 ‘There’s No Bad Weather, Only Bad Clothes.’ (나쁜 날씨는 없고 옷을 잘못 입었을 뿐이다.)을 언급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서로 다르면서도, 많은 문화를 공유하는 나라이기에 발생하는 일이다.

 버스 정류장

핀란드 사람은 타인의 사생활과 개인적인 공간을 존중하고, 그 대가로 같은 것을 기대한다.

다른 자리가 있으면 핀란드 사람은 다른 사람 옆에 앉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핀과 얘기할 때 너무 가까이 서 있지 말라 - 핀이 천천히 뒤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어느 나라가 버스 정류장 사진의 원조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핀란드 외무부가 운영하는 this is Finland 웹사이트에 핀란드를 설명하는 하나의 이모지로 올라와있다. 위의 설명은 해당 페이지에서 퍼왔다.

유명한 핀란드의 정류장 모습을 마주하다.

핀란드에 10년을 넘게 살았지만,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한 핀란드의 정류장 모습을 직접 본 기억은 없다. 평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인구가 많지 않아 정류장에 사람들이 그 정도로 모이는 경우가 드물기도 하다. 정류장에 사람들이 몰리는 모습은 중앙역에서 주말에 자정을 넘어 출발하는 버스를 탈 때만 봤던 것 같다. 중앙역의 버스 정류장은 구조상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편안한 거리를 유지하기 어렵고, 주말 자정을 넘은 시간의 승객들은 술을 마셔서 평소와 다른 친근함을 장착하고 있어, 아무래도 개인 공간을 존중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트램 노선 6번과 8번의 종점인 아라비안란따다. 트램 종점이라 대체로 트램에 승차한 채로 출발을 기다리기 때문에, 유명한 핀란드의 정류장 사진처럼 사람들이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종점에서 1월 말 그 신기한 모습을 직접 보게 되었고, 그 대열에 잠깐 끼기도 했다. 헬싱키의 대중교통은 시간표대로 잘 운행되는 편이다.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 항상 대중교통이 시간 맞춰 운행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가끔 트램이 종점까지 운행하지 않을 때가 있다. 운행예정시간보다 너무 뒤처지게 되면 트램이 아라비아 지역으로 진입을 하지 않고, 그전에 방향을 틀어 운행한다. 아라비아 지역의 다섯 정류장을 건너뛰고 운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 오지 않는 트램을 기다리다 다음 트램을 타게 돼서 약속에 10분 정도 늦을 때가 있다.

그날도 트램이 제시간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이 많이 와서 트램 운행이 지연돼서 앞에서 트램을 돌렸구나 짐작하고, 답답한 마음을 달랠 겸 다음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버스가 빨리 오면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갈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웬걸 다음 정류장 건너편에 트램이 세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그 앞에는 몇 명이 승용차 주변의 눈을 치우고 있었다. 승용차가 주차를 하다가 눈에 빠져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면서 트램도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20분 넘게 트램이 안 왔다는 걸 알게 됐다. 승용차가 간신히 그 자리를 벗어나자, 줄 지어 서 있던 트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에 띄던 3대가 전부가 아니었다. 계속 줄이어 6대 정도가 들어온 것 같다. 

핀란드스러운 핀란드의 호밀빵 광고

버스 정류장의 개인 공간에 대한 PR이 핀란드 외무부가 운영하는 this is Finland 웹사이트의 이모지만으로는 부족했나 보다. 이번엔 호밀빵 광고의 소재로 버스 정류장이 등장했다. 이 광고가 인터넷 상에 널리 알려진 핀란드의 버스 정류장 사진보다 핀란드의 적은 인구 현실을 더 잘 반영한 것 같다. 버스 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세 명이면, 충분히 많은 사람이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다.

같은 광고 시리즈로 Man Hug가 나왔는데, 핀란드의 현실을 지나치게 과장한 감이 있지만, 친한 친구들과 인사로 안아줄 때 느껴지는 망설임을 아주 잘 표현했다. 광고를 볼 때마다 친구들의 순간적인 망설임이 떠올라 미소 짓게 된다.

* 북유럽연구소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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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버스정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