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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3월 06일 11시 44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3월 06일 11시 44분 KST

미세먼지 감옥에 갇힌 한반도, 대기정체의 정체는?

바람과 비가 사라진다.

그린피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날 서울
huffpost
날이 따뜻해질 때면 숨 쉴 걱정이 커진 우리. 기후변화로 도시를 환기하던 바람이, 먼지를 씻기던 비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언젠가부터 뉴스 미세먼지 예보에 등장하는 단골 멘트가 있습니다. ″대기정체로 국내 생성 미세먼지가 축적되고 국외 유입이 더해져 대부분 지역에서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들어보신 것 같다고요? 그렇다면 이와 반대로 모처럼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에 등장하는 멘트도 익숙하리라 생각합니다. ″대기 확산이 원활하여 대체로 ‘보통’ 수준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기의 정체, 그리고 확산. 대체 이게 무엇이길래 미세먼지와 함께 언급되는 것일까요?

대기정체 정체는?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기후는 점점 예측할 수 없는 형태의 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체감 온도 50도를 넘는 폭염, 체감 온도 영하 50도에 육박하는 한파, 극심한 가뭄, 홍수, 태풍까지. 여기에 더해 빈번해지고 있는 또 하나의 증상이 바로 ‘대기정체(air stagnation)’ 현상입니다.

바람은 기온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공기의 흐름입니다. 기압과 기온 차이가 클수록 바람도 세집니다. 대기정체는 지구온난화로 고위도 지방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고위도와 저위도 지방 간 온도 차가 줄어들어 발생합니다. 중위도 지방의 바람이 약화하고 대기 안정도가 증가한 결과이죠. 도대체 이게 다 무슨 말이냐고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석유와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은 북극 표면에 있는 얼음을 녹이고 있습니다. 하얀 얼음은 햇빛을 반사하는 반면, 어두운 바닷물은 햇빛을 흡수합니다. 북극 표면에 있는 얼음이 줄면, 햇빛이 반사되지 않고 바닷물에 흡수돼 기온이 상승하고, 뜨거워진 바다에 의해 얼음이 또다시 줄어들어 기온은 더욱 상승합니다. 이런 악순환이 북극 기온이 오르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북극 기온이 오르는 것이 북극곰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NASA Earth Observatory/Joshua Stevens
1880년에서 2018년 까지 5개 기관에서 측정한 지구 기온 상승의 경향

바람과 비가 사라진다

위도는 지구상에서 적도를 기준으로 북쪽 또는 남쪽으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나타내는 위치입니다. 위도가 중요한 이유는 위도에 따라 날씨와 식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적도가 가장 따뜻하고 적도에서 멀어질수록 추워지는 경향을 띱니다. 지구가 신비로운 것은, 따뜻한 적도와 차가운 극지방의 열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해류와 대기를 순환시키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중요한 역할을 바람과 비가 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지방 온도가 올라가면서 적도와의 온도 차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기를 순환시키던 바람과 비의 역할이 점점 약화하여, 대기가 더 순환되지 않고 한 자리에 오래 머무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치 창문 없는 방처럼요.

환기되지 않는 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만 쉬었는데도 답답해지는 느낌 받아보신 적 있나요? 대기정체 현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기가 정체되면 발전소, 차량, 공장 등 다양한 대기오염 배출원에서 같은 양의 미세먼지를 뿜어내도, 그 오염 물질이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적은 양이라도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린피스
대기정체 인포그래픽

미세먼지, 이게 뭔지

미세먼지는 공장 굴뚝 등에서 고체 상태의 미세먼지로 나오는 경우와 가스 상태로 나온 물질이 공기 중 다른 물질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발생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특히 석탄, 그리고 차량 배기가스는 고체 상태의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의 가스 형태의 물질을 내뿜어 햇빛, 수증기, 오존, 암모니아 등과 결합하는 화학반응을 통해 2차 초미세먼지를 생성한다는 점에서 더욱더 해롭습니다.

수도권만 하더라도 대기 중 2차 초미세먼지가 전체 초미세먼지 발생량의 약 2/3를 차지할 만큼 매우 심각합니다. 문제는 화석연료를 태우면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대기정체의 원인인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도 함께 배출한다는 것입니다. 인간 활동으로 생성되는 온실가스 배출의 90% 이상이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배출됩니다. 결국 우리가 미세먼지 때문에 괴로운 날이 증가하는 것이 온실가스가 증가하는 추세와 밀접하게 연관 있다는 것이죠.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인자는 복합적입니다. 하지만 대기오염의 배출원은 분명합니다. 인간 활동입니다. 특히 자동차 매연과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날림 먼지, 공장 내 분말 형태의 원자재, 부자재 취급 공정에서 나오는 가루 성분, 소각장 연기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렇게 발생한 대기오염은 기상 요건에 따라 주변국에도 영향을 줍니다. 서풍이 불 때마다 몽골, 중국 등 해외에서 날아온 먼지바람에 우리나라가 몸살을 앓는 것처럼요.

지금까지 수많은 미세먼지의 국내외 기여도 분석이 발표됐습니다. 환경부(국외 기여율 57~38%)가, NASA( 국내 52%, 국외 48%)가, 국내 연구진의 최신 연구(국내 70% 이상, 국외 27%)가 미세먼지의 국내외 기여도를 다르게 발표할 때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누구에게 무엇을 촉구해야 하는지,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혼란스러웠습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어느 계절에, 얼마 동안 연구했는지에 따라 매일 같이 다른 기상 패턴으로 조금씩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국내 대기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역사적으로도 그랬습니다. 황사의 기록을 삼국사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죠. 황사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국과 한국 정부 간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중국 정부는 오염물질 배출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우리나라 정부와 협력해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대기오염의 원인과 심화 요인이 무엇인지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선 대기오염 배출원을 줄이고, 대기오염을 심화하는 온실가스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어느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온실가스 감축이 곧 대기오염 저감!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세계 공장 역할을 해 온 중국의 모든 산업 시설을 닫게 하거나 한반도의 위치를 바꿀 수 없다면 말이죠.

분명한 것은 대기오염은 꼼수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찾고자 하는 근본적인 해결책. 그것은 대기오염 배출원을 줄이면서, 지구온난화를 발생시키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매연과 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것이 가장 빠르고 현실 가능한 방법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푸른 하늘을 찾기 위해선 지금 우리가 처한 극심한 대기오염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 있는 선택이 필요합니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와 결별하고, 숨 쉴 걱정에서 벗어날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 서명으로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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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인성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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