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역사를 이렇게 요약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자동차가 발명된 이래로 수많은 엔지니어들은 이 두 가지 지상명령(至上命令)과 싸워왔다. 이것은 모두의 꿈이었다. 그 모든 자동차 기술의 진보와 혁신이 바로 그 꿈에서 나왔다. (여기에 ‘더 친환경적으로’가 추가된 건 훨씬 나중의 일이다.)
인간은 기술이 종종 물리학 법칙을 거스를 수 있다고 믿었다. 더 빠른 자동차를 향한 열망과 더 안전한 자동차에 대한 필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엔진의 폭발력을 키웠고, 바퀴의 운동을 제어했다.
특히 최신 자동차 안전기술의 성과는 눈부시다. 이제 자동차는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미리 알아서 사고를 예측해 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꺾어준다. 운전자의 주의가 산만해지면 경고음을 내고, 그래도 반응하지 않으면 직접 개입해 차량을 통제한다. ‘능동안전(Active Safety)’이다.
과거에는 달랐다. 모든 초점은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맞춰졌다. 충돌 직후의 충격에 대비해 차체를 최대한 단단하게 만들거나 충격 흡수를 위해 에어백을 곳곳에 집어넣는 식이다. (아, 물론 안전벨트도 빼놓으면 안 된다.) 이른바 ‘수동안전(Passive Safety)’이다.
자동차 안전기술의 역사를 말할 때 볼보를 빼놓을 수는 없다. 볼보는 오늘날의 3점식 안전벨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도, 단단한 차체를 강조하는 일련의 광고들로도 유명세를 탔다.
‘안전의 대명사‘로 널리 명성을 얻은 볼보에게는 훨씬 더 큰 꿈이 있었다. 2020년까지 볼보 차량 탑승자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고, 볼보는 야심차게 선언했다. 2008년에 발표된 ‘비전 2020’이다.
일찌감치 ‘수동안전’ 분야를 섭렵(?)한 이후, 볼보는 능동안전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사각지대를 감지해 경고를 보내고, 차량이 도로에서 이탈해 충돌하면 그 충격을 흡수하는 기술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 끝에, 볼보는 어쩌면 단순한 결론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안전을 위해 속도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4일(현지시각), 볼보는 내년부터 생산하는 모든 차량의 최고속도를 180km/h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자동차 산업 역사상 볼 수 없었던 극적인 선언이다.
″과속의 문제는, 특정 속도를 넘어서면 자동차 내부 안전 기술과 스마트 인프라스트럭처 설계로는 사고 발생시의 심각한 부상과 사망을 피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볼보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