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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 개학 연기에 분노한 학부모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 박세회
  • 입력 2019.03.04 11:19
  • 수정 2019.03.04 11:24
ⓒ뉴스1

″개학일정 정상화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유치원과 신뢰 관계는 깨졌다. 학원복, 체육복, 가방 모두 가지고 환불 요청하러 갈 예정이다.”

6살 딸을 둔 서울 노원구에 사는 강현숙씨(36·여)는 격앙된 목소리로 4일 오후 유치원에 환불 요청하러 간다는 말을 먼저 건넸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유치원 오리엔테이션까지 무사히 진행됐고, 원장에게 아이를 잘 부탁드린다는 말까지 남긴 강씨의 입장에선 개학연기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옮길 유치원이 있냐’는 기자의 물음에 ”급한대로 친정 어머니의 손을 빌렸다”면서 ”아이를 봐 줄 기관을 옮긴다는 게 엄마에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미 믿음이 깨진 곳에 (아이를) 맡기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부분 유치원의 개학일인 이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3법’ 등 철회를 요구하며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서면서, 수도권 등 유치원 입학 연령대의 아이를 둔 학부모는 혼란에 휩싸였다.

ⓒ뉴스1

지난달 28일 한유총이 개학 연기를 선언하면서 3·1절 휴일부터 시작된 연휴 기간에 가족에게 아이를 맡기는 방법을 강구하거나, 긴급돌봄뿐 아니라 입학취소에 이은 환불요청, 소송까지 생각한 학부모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개원하지 않은 유치원 유아들을 위해 긴급돌봄체계를 가동했지만, 학부모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긴급돌봄 서비스는 지역별 공립 단설 유치원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특히 수요가 많은 곳은 초등학교 병설유치원·돌봄교실, 국공립어린이집도 동원한다. 정부는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 가정은 가정 방문 아이돌봄서비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정화연씨(38·여)는 ”그것(긴급돌봄)이라도 되면 다행이지만 다른 아이들은 개학해서 유치원에 가는 데 우리 아이만 어린이집 임시 보육이라뇨…”라며 말끝을 흐렸다.

5살 아들은 둔 이경진씨(34·여)는 ”(긴급돌봄 서비스는) 아이에게 낯선 환경이라 선뜻 신청 못하겠다”고 했고, 우정규씨(35·남)는 ”부모 입장에선 만4세도 안 된 아이를 낯선 환경 모르는 사람에게 맡길 수가 없다”고 했다.

개학 연기를 결정했지만 일부 유치원은 맞벌이 부부들이 대부분 선택하는 종일반만 운영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곳들마저도 수업은 하지 않고, 차량도 개학 때까지 지원하지 않겠다고 공지한 상황이다. 한여진씨(37·여)는 ”유치원에서는 이미 단합해서 결정된 사항이니 어쩔수 없다”며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말고 보내시면 (아이를) 데리고는 있어 드릴테니 보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종일반 운영이라도 반가운 학부모들이 있다. 아이를 맡길 방법이 없는 학부모들은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급하게 휴가를 내기도 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장환석씨(40·남)는 ”아내가 오전 반차를 썼고, 나는 오후 반차를 쓰기로 했다”며 ”이마저도 하루, 이틀이지 (개학 연기가) 조속히 해결이 안되면 진짜 아무런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은행에 다니는 최은선씨(34·여)는 ”아이를 데리고 출근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결근할 수도 없지 않느냐”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회사에서 ‘워킹맘’을 누가 채용하겠나”고 되물었다.

관악구에 사는 유모씨(34·여)는 ”택시가 파업하면 버스나 자가용을 타면 되고, 도서관 난방 파업하면 옷을 두껍게 입으면 되지만 유치원은 파업에 대해 전혀 대책이 없다”며 ”모든 동의를 구할 수 없더라도 미리 취지를 설명해야 하는데, 사실상 직전 통보였고 유치원 운영자들이 여태껏 아이들을 어떤 인식으로 대해왔는지 알게 되는 기회”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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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립유치원 #한유총 #개학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