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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결렬' 소식에…개성공단기업 "참담하다" 초상집

공단 재가동을 기대했다

″너무 참담합니다. 3년의 꿈이 무너졌습니다”

 

28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공동합의문 서명식을 불과 1시간 앞두고 돌연 결렬되자 심각한 표정으로 중계 상황을 지켜보던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 입에서 깊은 한숨이 탄식처럼 터져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남이 시작된 이후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이 잇달아 들려오자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끝내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다시 ‘희망 고문’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8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돌연 결렬되자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 굳은 얼굴로 뉴스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28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돌연 결렬되자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 굳은 얼굴로 뉴스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입주기업, 한데 모여 ”이번엔 다르다” 희망감 부풀었는데….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은 27~28일 이틀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위치한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모여 북미정상회담 중계 상황을 지켜봤다.

지난 27일 두 정상의 회담에서 “1차 회담보다 더 큰 진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이 나온 데 이어 이튿날(28일) 오전 열린 단독회담에서도 ”오늘도 역시 훌륭하고 최종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비대위의 기대감은 한껏 고조됐다.

게다가 청와대까지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휴지기에 있었던 남북대화가 다시 본격화될 것”이라고 운을 띄우면서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동분서주해 온 입주기업인들의 기대는 최고조에 달했다.

28일 오후 2시30분쯤 비대위 사무실에 만난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이종덕 영이너폼 대표이사는 ”악몽을 꾼 지 3년이 넘어 이제는 꿈을 꿀 힘조차 없었다”며 ”그런 가운데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낙관적으로 전개돼 희망감에 부풀었다”고 밝게 웃었다.

특히 이 대표는 ”우리 기업인들은 (개성공단 재개가)정말 절실하다”고 강조하면서 ”확대 정상회담에서 언뜻 보인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표정이 밝아 보여 마음이 놓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비대위 상무도 ”지난 1차 북미정상회담이 ‘총론‘의 성격이었다면, 이번 2차 정상회담은 실무적인 이행사항을 구체적으로 합의하는 성격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설령 북미공동합의문에 명시적으로 ‘개성공단 재개’가 담기지 않더라도, 1차 정상회담보다 더 긍정적인 결실을 맺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비대위원장도 ”오는 3월4일 비대위를 소집한 후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현재까지 정상회담에서 보인 징후로 볼 때 상당히 낙관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라고 희망을 감추지 않았다.

 

 

정상회담 무산에 ‘초상집’ 된 비대위…”참담한 심정”

하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희망‘은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무참히 깨졌다. 화기애애하게 돌아가던 정상회담이 한순간에 ‘결렬’ 되면서다.

이날 오후 확대회담을 이어가던 두 정상이 예정된 업무오찬과 공동서명식을 취소하고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이어 단독 기자회견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회담이 결렬됐다”는 말이 나오자 이를 지켜보던 입주기업인들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뉴스를 바라보던 한 기업인은 끝내 ”아이고야”하고 탄식을 뱉었다. 다른 기업인은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서 “3년간의 꿈이 무너진 느낌”이라며 망연자실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팔짱을 낀 채 말없이 상황을 주시하던 신 위원장도 끝내 눈물을 보였다. 신 위원장은 ”참으로 안타까운 시간”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신 위원장은 ”이것도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겠다”며 ”분명한 점은 이것이 끝이 아니고, 우리는 반드시 개성공단에 갈 것”이라고 말한 뒤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렸다.

비대위가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북미정상회담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언다. 하지만 일부 입주기업도 ”아직 낙담은 이르다”며 감정을 다잡았다.

개성공단 입주 1호 기업 신원은 첫술에 배부르지 못한 결과더라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신원은 ‘통일냄비’를 만든 리빙아트가 철수한 후 개성공단 입주 1호 타이틀을 넘겨받았다.

신원 관계자는 ”비록 합의문에 이르진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다양한 논의를 했을 것”이라며 ”시간이 모두 해결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대한 이른 시점에 남북경협이 재개되길 기대하며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유통사로는 유일하게 개성공단에서 편의점 CU 매장을 운영해온 BGF리테일도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복합적인 대외 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고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대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개성공장 점검 위한 방북 승인을 촉구하고 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대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개성공장 점검 위한 방북 승인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16년 2월10일 폐쇄된 개성공단은 지난10일 기점으로 폐쇄 ‘3년’을 맞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총 7차례에 걸쳐 방북 신청을 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는 모두 불허(3회)했고 문재인 정부는 유보(4회)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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