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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원나잇스탠드를 했던 남성과 결혼했다

“나 이제 안 해.”

ⓒDAWN CLANCY

“나 이제 안 해.”

테런스가 트럭을 세울 때 이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나는 눈을 감고 그가 내 집 앞의 정지 표지에 차를 세우는 소리를 들었다.

오후 9시 직후에 집 앞에 서 있었다. 테런스가 자기 집에서 우리 둘을 위해 만든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어야 할 때였다. 우리의 첫 데이트였고, 맨해튼에서 7년 동안 남성들을 만나오면서 내게 요리를 해주겠다고 한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오럴 섹스를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성이 자기 집에서 쫓아낸 것도 처음이었다. 테렌스는 “당신은 이제 고등학생이 아니다. 30대 여성이라면 오럴 섹스를 기꺼이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테런스는 내가 처음 만난 개새끼는 아니었다. 그를 만나기 전에 내가 끌렸던 남성들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감정적으로 통하지 않았고, 약물과 알코올에 빠져 있었다.

MTV 드라마 ‘저지 쇼어’에서 튀어나온 것 같이 생겼던 앤서니는 몇 달 동안 나를 괴롭혔다.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난 뒤, 왜 그가 주말 한밤중에만 문자를 보내는지, 우리가 만날 때면 그가 대부분의 시간을 화장실에서 보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알고 보니 앤서니는 원나잇스탠드를 즐기는 코캐인 중독자였다. 맨해튼의 모든 바를 드나든 사람이었다. 결국 나는 그에게 내 번호를 지우라고 요구했다. 그가 지우지 않자 나는 내 번호를 바꾸었다.

나는 25살 때 케빈이라는 40세 바텐더를 만났다. 그는 내 집까지 차를 몰고 온 다음 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자기 차에서 정신을 잃은 일이 몇 번 있었다. 어느 날 밤에는 술냄새를 풍기며 내 집까지 올라왔다. 나는 그가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부드럽게 말했다. 케빈은 마구 화를 냈고, 경찰에 신고하는 척해서 겨우 그를 내 집에서 나가게 할 수 있었다. 나는 다음 날 그와 헤어졌다. 케빈은 전날 밤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다.

여러 해 동안, 내가 자꾸 잘 안 풀리는 연애를 선택하는 이유를 살필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오럴 섹스 사건 이후에야 깨달았다. 그 날 밤 나는 내 아파트 계단 아래에 서서 “나 이제 안 해.”라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그 순간 나는 이런 남성들 주위에 내가 만들어 세운 희망에 가득한 판타지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왔다. 내가 당연히 자기 애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더 이상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남성에게 내가 시간을 쏟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려고 애쓰는 대신, 그가 내 시간을 쏟을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결정하기로 했다.

내가 남성에게서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가차없이 솔직하게 되었다. 또한 남성의 말보다는 반응을 더 중요시하게 되었다. 핑계와 거짓말에 능한 사람이 등장하면 나는 믿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으며 존중할 수 있는 말만 이해한다고 대놓고 말했다. 이런 말이 잘 전달되지 않으면 나는 떠났다. 나는 혹시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고 기다릴 생각이 없어졌다.

그래서 내 자존감은 커졌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 자신을 존중하고 내게 필요한 것, 내가 원하고 욕구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때 라이언을 만났다.

우리는 토요일 밤에 미드타운의 바에서 만났다. 땀 흘리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친구가 바에서 자리를 잡는 동안 나는 두 팔을 들고 어깨를 흔들며 댄스 플로어에 들어갔다. 낡은 녹색 야구 모자를 쓴 키 큰 남성이 내 옆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나는 메츠 투수예요!” 그가 내 귀에 소리쳤다.

그는 춤 솜씨가 형편없었을 뿐더러 거짓말도 정말 못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내가 외쳤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술 한 잔 사도 될까요?”

술 몇 잔에 이어 샷도 함께 마셨다. 바에서 어색하게 스킨쉽을 했고, 그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그로 인해 정말이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게 된 사건들이 이어졌다. 그는 “우리 집에 같이 갈래?”라고 물었다.

어렸을 때 내 계모는 헤프면 안 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 손으로 사정하게 해주거나, 첫 데이트에서 키스를 하거나, 최악의 죄인 원나잇 스탠드를 하면 내가 ‘쉽다’,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는 메시지가 된다는 것이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나는 그 가르침을 따라 원나잇스탠드라는 외설스러운 관계는 갖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헤픈’ 여성이 되지 말라는데 집중하다보니 나의 계모는 감정적으로 통하지 않는 남성을 피하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 날 밤 바에서 나는 모든 규칙을 다 버리고 나만의 연애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라이언은 매력적이었고 키스를 잘 했다. 당시 나는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었다.

친구에게 말하고, 라이언과 나는 퀸스 아스토리아에 있는 그의 집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어둠 속에 누워서 우리는 이어폰을 나누어 끼고 핑크 플로이드의 ‘Meddle’ 앨범을 들었다. 목이 마르다고 하자 라이언은 냉장고에서 피클 쥬스를 꺼내 한 모금 마시고 내게 건넸다. 내가 동물을 좋아한다고 말하자 자신이 좋아하던 알비노 고릴라 스노우플레이크가 최근에 죽었다며 슬퍼했다.

고막을 두드려 대던 시끄러운 바에서 벗어나 보니 라이언과 내가 똑같이 어처구니 없는 유머 감각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의 존재감, 그가 나를 대하는 방식이 내 과거와 내가 만났던 얼간이들이 묘하게도 사소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한때 나를 괴롭혔던 고통스러운 경험들이 갑자기 내가 차분하게 지켜보았던 B급 영화의 장면들처럼 느껴졌다.

낯선 사람의 침대의 구겨진 시트에서 속옷을 끄집어 내는 게 이토록 확신을 주는 경험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DAWN CLANCY

 

다음 날 아침 내 숨결은 뜨겁게 느껴졌다. 입에서 지독한 피클 냄새가 났다. 몸을 돌려 라이언을 보았다. 해가 뜨고 나니 라이언이 미소를 지을 때 왼쪽 뺨에 작은 보조개가 생기는 게 보였다.

어떻게 할까 생각해 보았다. 굴욕을 감수하고 라이언의 전화 번호를 물어볼까. 내 전화번호를 물어볼 때까지 기다릴까. 내 첫 원나잇스탠드는 그냥 원나잇스탠드로 끝나게 두고, 번호 교환없이 그냥 경험담만 남길까. 거절 당할 상상을 하니 두려워서 이 사람이 좋다는 몇 시간 전의 깨달음을 버리게 되었다. 결국 나는 라이언에게 가야 한다고 거짓말했다. 라이언은 이유를 묻지도, 전화번호나 성을 물어보지도 않고 그는 심드렁하게 “OK.”라고 말하고 작별 키스를 했다.

월요일에는 나는 ‘Meddle’ 앨범을 다운로드 받아서 들으며 가게에서 피클을 사고 있었다. 구글에서 알비노 고릴라 스노우플레이크를 검색해 보았고, 메츠 경기 일정도 찾아 보았다. 라이언 생각을 떨칠 수 없었지만 절박함에서 나온 느낌은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남성과 연결되었다는 깨달음이 찾아오자 라이언 집의 화장실에서 나와서 도망가게 만들었던 의혹은 옅어졌다. 테런스 같은 바보들을 더 만나는 미래 대신 라이언에게 기대를 걸어보고 싶었다. 이 남성은 위험 부담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을 좀 해 본 다음, 나는 유일한 방법은 그의 아파트로 돌아가서 내 전화번호를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요일 오후, 라이언이 일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나는 브루클린에서 퀸스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가방에는 새 스카치 테이프와 크림색 봉투에 넣은 쪽지를 넣고 갔다. 쪽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라이언,

 

토요일 밤에 만났던 돈이에요. 당신이 관심이 있다면, 당신과 다시 피클 쥬스를 마시고 싶어요. 이게 내 전화번호예요.

 

며칠 전 그의 집에서 나왔을 때는 숙취가 있었지만, 전철역에서 라이언의 아파트까지 10분 동안 걸어가는 길은 기억이 났다. 도착해 보니 이상하게도 건물 정문이 환히 열려 있었다. 라이언의 집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관리인이 더러운 걸레로 닦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미소를 지어보였고, 그는 짜증스럽다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정문 앞 둥근 거울에 내 쪽지를 테이프로 붙였다. 할 일을 마친 나는 얼른 전철역으로 돌아갔다.

사흘 동안 라이언에게서 연락이 없어서 나는 두 가지 결론 사이에서 헤맸다. 관리인이 거울에서 내 쪽지를 뜯어내서 버렸거나, 라이언이 발견한 다음 경찰에 신고하고 내 몽타주 작성을 의뢰했으리라는 것이었다. 나흘째 되는 날에 라이언이 문자를 보내 안도했다. 우리의 모험이 시작되었던 바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라이언과는 극적이고 할리우드 영화같은 ‘이 사람이 내 사람이다’하는 깨달음의 순간은 없었다. 우리 관계의 기반을 닦은 수천 번의 사려깊은 행동이 모여서 이루어졌다. 내가 자기 집에서 자고 갈 날이면 그는 냉장고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 티를 잔뜩 넣어두었다. 내가 뉴올리언스를 사랑하게 되자, 그는 내 집에 걸어놓으라고 액자에 든 뉴올리언스 문장을 사주었다. 라이언과 있을 때면 신뢰하고 믿을 수 있어달라, 나를 존중해 달라고 말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늘 사귀었던 얼간이들과는 달리, 그는 그렇게 타고난 사람이었다.

 

ⓒDAWN CLANCY

 

만난지 3년 뒤, 라이언과 나는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마주서서 결혼 서약을 했다. 브루클린의 아파트 계단 앞에 서서 “나 이제 안 해.”라고 내뱉었던 것이 그렇게 오래 전이 아니라는 게 떠올랐다. 지금 나는 라이언의 손을 잡고 결혼식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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