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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당 코빈이 (마침내) 브렉시트 2차 국민투표 지지 입장을 밝혔다

2차 투표가 성사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중대한 변화다.

  • 허완
  • 입력 2019.02.26 15:59
유럽연합 회의론자(Eurosceptics)로 분류되는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그동안 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 실시 요구를 외면해왔다. 
유럽연합 회의론자(Eurosceptics)로 분류되는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그동안 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 실시 요구를 외면해왔다.  ⓒChristopher Furlong via Getty Images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이 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당이 제시한 브렉시트안이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다시 한 번 국민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것. 투표용지에 ‘유럽연합(EU) 잔류’를 집어넣은, 전면 재투표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25일(현지시각) 밤 소속당 의원들과의 비공개 브리핑에서 처음으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브렉시트 찬성파이자 유럽연합 회의론자(Eurosceptics)로 분류되는 코빈은 그동안 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당 의원 및 지지자들의 거센 요구를 외면해왔다.

코빈 대표는 ”이 나라에 강요되고 있는 해로운 보수당표 브렉시트”를 멈추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당 차원에서 2차 국민투표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우리가 가진 힘을 모두 동원해 노딜 브렉시트를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당은 우선 EU 관세동맹 잔류를 바탕으로 하는 ‘소프트 브렉시트’안을 27일 하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노동당이 2차 국민투표를 지지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된다는 뜻이다.

노동당이 2차 국민투표 실시안을 언제쯤 발의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가디언은 당 관계자들을 인용해 3월12일 전까지 실시될 다음 승인투표(meaningful vote) 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극적인 전환 : 영국 노동당이 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극적인 전환 : 영국 노동당이 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 쪽으로 기울고 있다. ⓒAaron Chown - PA Images via Getty Images

 

만약 2차 국민투표가 성사된다면 어떤 문항으로 투표를 실시할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노동당은 ‘EU 잔류’를 투표용지에 넣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우리는 어떤 국민투표든 믿을 만한 탈퇴 옵션과 (EU) 잔류가 들어가야 한다고 늘 밝혀왔다.” 가디언이 입수한 브리핑 메모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반면 노딜(no deal) 브렉시트는 투표 문항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게 노동당의 입장이다. 테레사 메이 총리가 EU와 맺은 브렉시트 합의안과 EU 잔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국민투표여야 한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2차 국민투표가 성사되면 노동당과 코빈 대표는 EU 잔류 선거운동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예비내각 외무장관 에밀리 손베리는 채널4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은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원에서 통과되든 통과되지 않든, (메이 총리가 가져오는) 어떤 합의안이든 이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해 국민들에게 이렇게 물을 것이다. ‘이것을 원하십니까, 아니면 잔류를 원하십니까?’” 

″나는 우리가 EU에 잔류하는 게 영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늘 생각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만약 그런 국민투표가 실시되면 틀림없이 나는 잔류를 위해 선거운동을 벌일 것이다.”

″제러미 코빈 대표도 같은 편에 서는 건가?” 

″물론이다.”

″그렇다면 코빈 대표가 2차 국민투표에서 틀림없이 EU 잔류를 지지할 것이라는 뜻인가?”

″만약 재앙적인 보수당표 브렉시트, 노딜 브렉시트, EU 잔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렇다)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손베리의 말이다.

브렉시트 날짜가 다가오면서 영국 의사당 앞에서는 매일같이 브렉시트에 대한 크고 작은 찬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19년 2월14일.
브렉시트 날짜가 다가오면서 영국 의사당 앞에서는 매일같이 브렉시트에 대한 크고 작은 찬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19년 2월14일. ⓒBarcroft Media via Getty Images

 

코빈 대표는 2차 국민투표 대신 조기총선을 통한 정권교체를 추진하는 쪽을 선호해왔다. 조기총선 성사 가능성이 낮아진 뒤로는 EU와 부분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당의 공식 입장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최근 코빈 대표는 당내 브렉시트 반대파 의원들, 당 지지자들의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주에는 친(親)EU 성향으로 분류되는 노동당 의원들이 집단 탈당하는 일도 있었다. 

특히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노동당에 대거 가입한 젊은 지지층들의 압도적 다수는 브렉시트에 반대한다. 이들은 노동당 ‘온건 좌파’ 의원들이 시도한 ‘반(反)코빈 쿠데타’로부터 코빈 대표를 지켜낸 주역이기도 하다.

반면 노동당 정책의 변화는 당내 브렉시트 찬성파 의원들의 반발을 부를 전망이다. 2016년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 찬성표를 던졌던 중부와 북부, 웨일스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다.

2차 국민투표 실시안이 하원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동당이 보수당 친EU 그룹 쪽의 지지를 끌어온다 하더라도 노동당에서 나올 이탈표 때문에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만약 통과되더라도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등 22~28주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브렉시트부터 일단 연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영국 하원과 EU의 동의가 모두 필요하다.

투표용지에 넣을 문항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EU 잔류파, 정부, 브렉시트 찬성파들의 의견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정치권의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되어 온 2차 국민투표 실시 방안이 브렉시트의 다양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떠오르게 됐다는 점에서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를 꼭 한 달 앞두고 영국 정치권이 다시 한 번 극적으로 요동치는 중이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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