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스파이크 리가 보여준 최고의 수상소감과 이상한 행동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오른 날이었다.

ⓒJon Kopaloff via Getty Images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가 처음으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시상식이었다. 지난 1989년 ‘똑바로 살아라‘를 통해 여러 비평가 협회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했고, 골든글로브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올랐지만 당시 아카데미는 이 영화의 배우 대니 에일로만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렸다. 하지만 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가 연출한 ‘블랙클랜스맨’은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편집상, 각색상, 음악상 후보에 올랐고, 이중 각색상을 수상했다. 각본에 참여한 스파이크 리 감독이 드디어 아카데미 무대에 오른 순간이었다.

객석에서는 기립박수가 나왔다. 스파이크리 감독은 너무 기쁜 나머지 시상자였던 사무엘 잭슨에게 뛰어 안기기도 했다. 그리고 수상소감을 통해 흑인과 미국 대통령선거에 대해 말했다.

오늘의 단어는 아이러니다. 오늘은 24일이다. 이번 달은 2월이다. 1년 중 가장 짧은 달이기도 하다. 흑인 역사의 달이기도 하다. 올해는 2019년이다. 1619년. 히스토리, 허스토리(herstory). 2019년. 400년이다. 우리 조상들을 어머니의 나라 아프리카에서 훔쳐 버지니아주 제임스타운으로 데려와 노예로 삼았던 해다. 우리 조상들은 어두운 새벽부터 어두운 한밤중까지 이 땅에서 일했다. 내 할머니 지미 셸튼 리타는 100살까지 사셨다. 증조할머니는 노예였지만 내 할머니는 스펠맨 대학을 졸업하셨다. 내 할머니는 50년 어치 사회 보장 지급금을 모아서 나를 대학에 보내셨다. 할머니는 나를 스파이키-푸라고 부르셨다. 할머니는 나를 모어하우스 대학과 뉴욕대 영화과 대학원에 보내셨다. NYU!

 

오늘밤 나는 이 세상 앞에서 우리의 나라를 건설한 내 조상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우리나라 원주민들의 집단 학살도 언급하고 싶다. 우리에겐 사랑과 지혜가 있을 것이며, 우리는 인간성을 되찾을 것이다. 강력한 순간일 것이다.

 

곧 2020년 대선이 찾아온다. 우리 모두 일어서자. 우리 모두 역사의 옳은 편에 서자. 사랑 대 증오에서 도덕적 선택을 하자. 옳은 일을 하자!(Do the Right Thing: 스파이크 리 감독의 1989년작 ‘똑바로 살아라’)  이 말을 내가 해야 했다는 걸 여러분도 알 것이다.”

수상소감을 통해 많은 감동과 메시지를 전했지만, 스파이크 리는 이날 시상식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데드라인’에 따르면, 작품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 무대에서 ‘그린북‘이 호명되자 스파이크 리는 바로 자리를 박차고 극장을 나가려 했다고 한다. 현장에 있던 ‘데드라인’ 기자의 목격담에 따르면, 그는 화가난 듯 보였다. 하지만 극장을 나가지 못하게 된 후 자리로 돌아와 뒤에 앉아있던 조던 필 감독과 ”격렬한” 대화를 나누었고, 이후에도 통로를 서성거렸다. 그리고는 ‘그린북’의 제작진과 피터 패럴리 감독이 수상소감을 말할 때는 등을 돌리고 있었다. ‘블랙클랜스맨’의 프로듀서인 조던 필 감독도 당시 박수를 거부했다. 

ⓒHandout via Getty Images

FOX뉴스에 따르면, 스파이크 리는 자신의 영화 ‘블랙클랜스맨’이 작품상을 받지 못한 상황에 화가 난게 맞다. 그는 이후 무대 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뱀에 물렸다”고 말했다. 

″무슨 말이냐면,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운전해 줄 때마다 내가 패배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리 배열이 바뀌었다. 1989년에 나는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후보에 올랐다.” 

스파이크 리의 이 말은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를 언급한 것이다. 1990년에 열린 6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영화다. 백인 노인 여성과 그녀의 흑인 운전기사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린북‘처럼 인종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처음에는 갈등이 벌어지지만, 인물들은 점차 서로의 진심을 받아드린다. 스파이크 리가 말한 ”자리 배열이 바뀌었다”는 말의 의미는 곧 인물의 배열을 뜻한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백인을 위해 운전하는 흑인의 이야기였지만, ‘그린북‘은 흑인을 위해 운전하는 백인의 이야기라는 것. 스파이크 리는 1990년에나, 2019년에나 ‘운전해주는 이야기’에 자신이 졌다고 생각한 듯 보인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스파이크 리 #블랙클랜스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