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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비행기 5시간' 거리 하노이를 '사흘 열차로' 가는 이유일 수 있는 6가지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연대를, 대내적으로는 베트남과의 연대를 부각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 박수진
  • 입력 2019.02.25 11:44
  • 수정 2019.02.25 14:51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평양에서 출발할 때의 모습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평양에서 출발할 때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부터 28일까지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하노이시에서 진행되는 제2차 조미수뇌상봉과 회담(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23일 오후 전용열차로 평양역을 출발하시였다”고 <노동신문>이 24일치 1면으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공식친선방문하시게 된다”고 <노동신문>이 날짜를 특정하지 않고 전했다.

3일 열차 이동 예상 루트
3일 열차 이동 예상 루트 ⓒ한겨레

김정은 위원장은 항공편을 놔두고 왜 굳이 전용열차에 올랐을까? 평양~하노이는 전용기로 5시간이면 충분하다(항공거리 2760㎞). 반면 열차로는 4500㎞, 중국 통과 거리만 4000㎞에 이르는 ‘사흘 대장정’이다.

물론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참매 1호(전용기)’를 배합하거나, 중국의 고속철 또는 전용기를 빌려 탈 개연성이 남아 있긴 하다. 다만 지금까지 정황으론 전용열차가 주된 이동수단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미 회담 일정과 전용열차가 평양을 떠난 시점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주로) 전용열차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열차 대장정’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두차례 베트남 방문(1958년 11월27일~12월3일, 1964년 11월8~16일)에 사실상 중국이 제공한 전용기를 이용한 선례와도 다른 선택이다.

‘5시간 이동’ 대신 굳이 ‘사흘 이동’을 선택한 김 위원장의 판단은 평소 ‘국제적 수준’과 ‘실용’을 강조해온 리더십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는다. ‘시대착오적 선택’이라는 외부의 비판이 예상되는데도 ‘열차 대장정’을 선택한 데에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팎에 던지려는 전략적 메시지와 편의성 등을 두루 고려했으리라는 관측이 많다.

무엇보다 ‘열차 대장정’은 “한 참모부”를 자임하는 북-중의 전략적 협력, 광저우 등 중국 남부 개혁개방 거점 시찰, 김일성·김정일을 잇는 리더십의 ‘역사적 연속성’ 등을 강조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평양에서 출발하는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평양에서 출발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우선 ‘열차 대장정’은 중국 시진핑 지도부의 전폭적인 협력과 지원 없이는 선택할 수 없는 카드다. 중국은 지금 30억명이 이동한다는 춘제 연휴 ‘특별수송기간’(1월21일~3월1일)이다. 당국의 철저한 교통통제는 중국 인민의 불편·반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지도부가 이런 국내 정치적 부담을 짊어진다는 사실 자체가 강고한 북-중 협력의 ‘증거’가 될 수 있다. 시진핑 지도부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으로선 지난해 6·12 싱가포르 회담 때 ‘참매 1호’가 아닌 중국 쪽이 내준 전용기를 이용한 선례처럼 ‘열차 대장정’ 퍼포먼스로 ‘내 뒤엔 중국이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판단이 깔린 듯하다.

ⓒKCNA KCNA / Reuters

‘열차 대장정’은 베트남 지도부의 전폭적인 협력·지원도 필수다. 공식적으론 ‘사회주의국가’를 자임하는 북-중-베트남의 3각 협력을 ‘사회주의 연대’로 포장할 수 있다. 북-중 협력 환기가 안팎에 두루 보내는 메시지라면, ‘사회주의 3각 연대’ 모양새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의 결말을 걱정하는 북한 내부 일부 세력을 겨냥한 대내용 메시지로 활용될 수 있다.

‘열차 대장정’은 베트남과 국경을 접한 핑샹에 이르기 전에 톈진~우한~창사~광저우 등을 거쳐야 한다. 광저우는 덩샤오핑이 설계·실천한 ‘개혁개방’의 도드라진 상징이다. “경제 집중”을 천명한 김 위원장의 ‘열차 대장정’이 개혁개방 의지의 피력으로 해석될 수 있는 셈이다.

ⓒ조선중앙통신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서 돌아오가는 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차 북-미 정상회담 앞뒤로 시 주석과 2·3차 회담(2018년 5월7~8일 다롄, 6월19~20일 베이징)을 했고, 지난 1월7~10일에도 베이징을 찾아 시 주석과 4차 회담을 했다.

김 위원장이 ‘열차 대장정’ 도중에 중국 남부 광저우에서 이벤트를 하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길’을 이으며 개혁개방 메시지를 발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열차를 이용한 정상회담 방식은 그 자체로 ‘김일성·김정일 리더십’을 연상케 하는 국내정치적 효과가 있다.

김일성 주석은 1958년 11월 광저우에 들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6년 1월 광저우·주하이·선전·우한 등 ‘덩샤오핑 남순강화’(1992년 1월18일~2월22일)의 거점 도시를 시찰했다. 김 주석이 58년과 64년 방중 계기에 베트남을 방문했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하노이행에 중국은 공식적으론 ‘경유지’라는 성격의 차이가 있어, 김 위원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광저우 등을 시찰할 기회를 따로 잡기가 쉽지 않아 이번에 들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의 ‘열차 대장정’은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된 ‘남북 철도·도로 연결·현대화’ 합의와 문재인 대통령의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의 연장선에서 ‘다자 철도 협력’ 의지를 내비치는 것일 수 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열차 대장정’이 신변안전 우려 때문이라 지적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신변안전 우려가 핵심이라면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로 평양을 떠난 사실을 <노동신문>으로 바로 공개할 이유가 없어서다.

‘열차 대장정’을 “업무 연속성 등 편리성을 중시한 실용적 선택”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소식통은 “전용열차는 통념과 달리 숙식과 회의, 통신 등이 편리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 준비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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