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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 25일 11시 53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2월 25일 11시 53분 KST

청년 이슈에 대한 태도

인정해야 할 현실이 있다.

A-Digit via Getty Images
huffpost

‘20대 남성의 보수화’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뜨겁다. 이 현상의 핵심에 20대 남성의 ‘역차별 인식’이 있다. 최근 20~30대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연구용역 결과도 그렇다. 20대 초반 남성의 29.5%가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한 반면, 46.6%는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20대 후반 남성의 경우는 ‘남성에게 불평등하다’는 응답이 49.2%로 과반에 육박한다.

이 현상에 대처하는 양상도 다양하다. 우선 워마드 때리기나 군복무 가산점 부활을 이슈화하면서 ‘20대 남성 마케팅’을 본격화하는 세력이 있다. 정치세력이 지지 기반 확대를 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래도 정치를 한쪽 성별하고만 하겠다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갈등 조장과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들의 보수성을 지난 정권 시기의 비민주적 교육 탓으로 돌리는 입장도 있다. 교육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니 아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유신과 5공화국 시기에 교육받은 세대가 6월항쟁의 주역이 되었으니 무리한 주장이다. 정치가는 남이 저지른 사고의 뒤치다꺼리도 자기 책무로 여겨야 한다. 소명의식 측면에서 실격이다.

이 논란들을 ‘과도한 호들갑’으로 간주하는 시각도 있다. 20대 남성보다 열악한 20대 여성의 처지는 정치권과 주류 언론에서 곧잘 외면되어왔다. 왜 남성 문제에는 이리도 난리인가? 남녀 불평등이 엄연한 현실에서 수긍할 수 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추세다. 20대 남성의 상대적 박탈감은 단지 이들의 ‘인식’ 문제가 아니라 경향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현실’의 일부다. 그래서 중요하다.

인정해야 할 현실이 있다. 이 문제를 풀기는 무척 어렵다. 근원에는 자본주의의 저성장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경제는 갈수록 양극화하고 있다. 저성장과 만성실업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시에 한국식 가부장제는 어쨌거나 조금씩 약화되고 있고, 여성의 사회 진출은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반면 청년 남성은 여전히 가부장적 성역할 규범에서 자유롭지 않다. 앞의 조사에서도 20~30대 남성의 53.7%가 가족 생계의 책임이 남성에게 있다고 답했다. 반면 여성은 29.7%만이 동의했다. 남성의 45.6%가 남자는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응답한 반면, 여성은 불과 10.4%만이 그렇게 응답했다. 그 무거운 짐, 내려놓으면 될 것 같지만, 성역할 규범은 개인이 쉽게 바꿀 수 있는 식당 메뉴 같은 것이 아니다. 20대 남성은 규범과 현실 사이의 모순으로부터도 고통받고 있다.

지금의 20대 남성 문제는 세계사적 차원의 구조적 모순과 한국 사회의 시대 변화가 교차하는 결절점에 자리잡고 있다. 이 문제가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그들이 20대 여성보다 열악해서가 아니다. 이 모순들이 중첩되는 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싸해 보이는 몇몇 정책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처럼 선동해서도 안 되고, 남 탓으로 돌려서도 안 된다. 어렵지만 해결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하자. 무엇보다 20대 당사자들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도 함께해야 한다. 20대 남성 문제가 아니라 청년 문제다. 나아가 청년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다. 한국 사회 전체의 근본적 경신을 요청하는 엄중한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 우리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같은 사회적 대화와 합의 기구를 운용해온 경험이 있다. 청년 문제를 논의하고 합의하고 입법을 제안하는 독립적 기구라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