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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 24일 17시 32분 KST

‘버닝썬’ 투자사 대표는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이다

경찰업무 수행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은 참가할 수 없다

한겨레

경찰 유착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강남 유명 클럽 ‘버닝썬’의 지분을 소유한 회사 대표가, 서울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버닝썬과 특수관계에 있는 이 회사 대표가 ‘경찰 민원 창구’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한겨레>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회 위원명단’을 보면,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서울호텔의 최아무개 대표는 버닝썬이 문을 연 2달 뒤인 지난해 4월부터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최 대표는 르메르디앙서울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전원산업’의 대표로, 전원산업은 2017년 12월 버닝썬엔터테인먼트에 2100만원을 출자하고 10억원을 대여했다.

당시 버닝썬의 자본금은 5000만원으로, 아직 이같은 지분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면, 최 대표의 전원산업은 버닝썬 지분 42%를 소유한 주요 주주가 된다.

버닝썬과 최 대표의 특수관계는 이뿐만이 아니다. 버닝썬의 이아무개 공동대표 역시 버닝썬 개장 직전인 2017년 12월부터 지난 1일까지 ‘전원산업’의 사내이사로 활동했다.

이 공동대표는 버닝썬의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경찰에 건넨 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경찰에 돈을 전달한 ‘전달책’ 이아무개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전직 경찰 출신 강아무개씨 지시로 이 공동대표로부터 돈을 받아 경찰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흥업소 버닝썬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최 대표가 강남경찰서에서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해 온 것이다.

한겨레

경찰청 예규인 ‘경찰발전위원회 운영규칙’(운영규칙)에 따르면, 최 대표는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할 수 없다.

경찰발전위원회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치안정책 수립과 경찰행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각 경찰서 등에 꾸려지는데, ‘경찰업무 수행과 이해관계가 있는 자(유흥업소 등의 운영자·종사자 및 관여자)’는 참가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최 대표의 경찰발전위원 위촉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봐야겠지만 호텔업이 숙박업으로 분류돼 위원이 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지분관계까지 모두 파악하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발전위원회는 그동안 설립 목적과 달리 지역 유력가들의 민원 해결 창구로 활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버닝썬과 특수관계에 있는 최 대표가 ‘경찰 민원 창구였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 운영규칙을 보면 ‘(경찰발전)위원은 경찰발전을 위하여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덕망 있는 교육자, 변호사, 시민단체 대표 등 주민의 사표가 되는 관할 지역사회의 지도층 인사’를 뽑게 되어 있다.

하지만 <한겨레>가 이재정 의원실에서 확보한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 명단’을 보면 총 39명의 위원 중 24명이 사업가였다. 교육자, 변호사는 각각 1명에 불과하고 시민단체 대표는 아예 없다.

이재정 의원은 “(수많은 형사 사건이 벌어진 장소인) 버닝썬 관계자가 아무런 검증 없이 경찰발전위원으로 참여한 것 자체가 의심스러운 일이다”며 “경찰과 유흥업소 관계자의 유착 비리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버닝썬은 문을 연 뒤 11개월 동안 마약, 납치 감금, 성폭력 등 강력범죄를 포함해 모두 122건의 112신고가 들어온 바 있다.

한편,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은 현재 강남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버닝썬 폭력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옮겨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11월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김아무개씨를 난동을 부렸다는 이유로 체포해 공무집행방해, 성추행, 폭행 등 혐의로 수사를 해왔다.

하지만 버닝썬과 유착 의혹이 있는 강남경찰서가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여론이 일자 수사 주체를 바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