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를 향해 열차를 타고 평양을 떠났다.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것 중 하나는 누가 함께 떠났고 누가 남았는지다. 가장 믿는 사람들을 내외로 분배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당·정·군의 실세 간부를 거의 모두 데리고 하노이행 특별열차에 올랐다.
24일 북한 매체가 호명한 김 위원장의 수행 인사는 북미 협상의 실무 책임자인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수용 당 국제 담당 부위원장, 김평해·오수용 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다.
이미 베트남에 입성한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박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까지 합치면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 등장했던 주요 인사들이 모두 총출동한 셈이다.
올해 초 전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김혁철 특별대표를 제외하면 싱가포르에서 열린 지난해 6월 북미 간 첫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을 수행한 인사들과 거의 동일한 구성이다.
이중 김평해·오수용 두 부위원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는 동행하지 않았던 인사들이다.
하노이 현지에서 의전 사항을 준비 중인 김창선 부장과 더불어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수행해 온 김여정 제1부부장은 수행원 명단에 포함됐으나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는 빠졌다.
거리는 4500km, 시간은 48시간에서 60시간까지 이를 것으로 보이는 장거리 출장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함과 동시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실무형’ 회담으로 진행될 것임을 보여 주는 부분이다.
김 위원장이 비운 평양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최룡해 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가 지킨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23일 오후 평양역을 출발할 때 역에 나와 환송한 간부들로 호명됐다.
헌법상 북한의 최고 수반인 김 상임위원장은 김 위원장을 대신해 상징적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평양에 남은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평양에서 김 위원장의 업무를 대행해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릴 사람은 최룡해 부위원장이 유력하다.
최 부위원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도 평양에 남았다.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는 공식적으로 개입하고 있지 않지만 ‘항일 빨치산’ 가문으로서 북한 내에서의 정치적 위상과 권위는 사실상 ‘2인자’라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최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유고 시 북한 정권을 지휘할 ‘지정생존자’로 두 번 연속 낙점됐다는 점에서 그가 이제 북한의 원로급 인사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